설치작가 올가 나.
LA 한국문화원에 설치된 올가 나의 작품 ‘만남’(Encounter). 오래된 우드 블라인드를 천장에 매달아 공간을 새롭게 구성했다.
■ 올가 나 카파미술상 수상작품전
“초월하고, 탐험하고, 경험하세요”
제14회 카파미술상 수상자 올가 나(Olga Lah·나지숙)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영산)의 2층 전시실은 지금 완전히 다른 공간이 돼버렸다.
흰색 스티로폼을 엮어 만든 ‘집합’(Convergence)과 나무 블라인드 수백개를 투명 낚싯줄로 천장에 매달아 늘어뜨린 ‘만남’(Encounter). 2개의 대형 인스톨레이션이 전시장을 전혀 새로운 관점과 동선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1주일 동안 매일 와서 설치했습니다. 이 나무 조각들은 제 스튜디오 창문에 달려 있던 우드 블라인드에요. 오래 쓰다 떼어낸 것인데 이렇게 필라멘트로 매달아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이런 경험의 근원과 경험의 인식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올가 나의 주제는 ‘초월’(Transcendence)이다. 특정 공간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감관이 열리면서 움직임도 달라지는 새로운 인식과 행동의 경험을 느끼게 하는 작업. 그는 공간을 중요한 미디엄으로 사용하는 설치작가로, 평범한 재료들을 수없이 이어 붙여 거대한 공간을 재구성하는 장소 특수적 아트 작품들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색과 형태와 사이즈를 가진 재료를 반복적 배열에 따라 설치함으로써 공간을 변형시키고 새로 창조하는 작업이다.
‘현상’(Phenomena)이란 제목의 이번 카파미술상 수상 작품전은 2개의 대형 설치 외에도 얇은 베니어(wood veneer)를 다양한 선으로 구성한 소품들과 치즈 굳힐 때 쓰는 천(cheese cloth)을 이용한 액자 소품들도 선보인다. 또 ‘종과’(Compline)란 제목의 또 대형 사진 3점은 물에 관한 흥미로운 커넥션을 탐구한 작품이다. “비현실, 꿈같은 정경, 추상적 현실에 관한 연속적인 이야기”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이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경험의 탐험’으로, 주변의 익숙한 것들에 적응돼 있는 우리의 인식을 흔들어 변형된 공간에서 경이감과 초월성을 느끼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5 LA 아트쇼에 카파(KAFA) 미술재단의 대표작가로 초청돼 호평 받았던 올가 나 작가는 다음 달 LA타임스가 USC에서 여는 북 페스티벌에서도 5명의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선정돼 ‘아티스트 앨리’ 설치 프로젝트를 맡는다. 또 가을엔 오렌지카운티 뮤지엄(OCMA) 전시가 있고. 바이올라 대학의 인스톨레이션도 맡았으며, 이 외에도 작은 쇼들이 계속 이어져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가 나는 UC리버사이드에서 미술사와 스튜디오 아트를 공부했으며 2006년 풀러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서섹스 대학 미술사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다양한 미술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등지에서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활약했다. 여러 국제미술공모전에서 입상했고, 게티 다문화 인턴상을 두 차례 수상한 그는 LA와 팜스프링스, 슬로베니아에서 7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30여회의 다양한 그룹전에 참가했다.
LA 한국문화원 전시는 4월2일까지 계속된다.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936-7141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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