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틴 리, 링컨센터 ‘애버리 피셔 커리어 상’ 수상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영예로운 상을 수상해 기쁩니다. 하지만 책임감도 함께 느낍니다.”
링컨센터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CMS)의 정규 멤버로 활동 중인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틴 리(28·사진·한국명 이인수)는 지난 18일 ‘에버리 피셔 커리어’ 상을 받아든 뒤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얘기했다.
링컨센터가 매년 미전역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연주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이 상은 그 권위만큼이나 수상자를 엄정하게 선정하기로 유명하다. 그녀는 "2010년 이후 끊어진 한인 수상의 명맥을 다시 잇게 돼 자랑스럽다"며 "음악을 매개로 관객들과 꾸준히 소통하려는 열정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립오페라단에서 메조소프라노로 활동했던 어머니 김희균씨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그녀는 6세 때 언니의 피아노 레슨 교실을 쫒아 다니다 우연히 선생의 눈에 든 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동시에 섭렵해 나갔다.
"원래는 바이올린보다 피아노를 더 좋아했어요. 어린 시절 피아노 콩쿠르에서 상도 많이 받았죠. 소극적이고 부끄럼을 많이 타던 성격도 음악을 하면서 확 바뀌었어요."
이씨는 아버지인 이광순 교수(서강대학교 공과대학장)를 따라 7세 때 뉴욕 땅을 처음 밟았다. 줄리어드음대 등 세계최고 수준의 음악교육 환경을 갖춘 뉴욕은 그녀의 잠재성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딱 1년만 머무를 계획으로 바이올린 하나만 들고 아버지를 따라 왔는데 그것이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1세 때 줄리어드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13세 때 세계 바이올린계의 거장 이차크 펄먼을 만났다. 당시 같은 학교에서 플룻을 전공하던 딸의 음악회에 참석했던 펄먼이 우연히 이씨가 연주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은 뒤 곧장 무대 뒤로 찾아가 제자가 되어 주길 청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그녀는 도로시 딜레이, 도날드 와일러스타인 등 세계 최고의 스승들을 사사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내 음악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스승은 어머니였다"며 "음악적 재능뿐만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열정 등 이 모든 것이 어머니로부터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통클래식 음악이 가진 엄숙함과 선입견을 깨트리려고 재즈, 일렉트릭, 힙합 등 대중음악가들과의 협연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클래식은 기존의 음악을 보다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때론 그 완벽함에만 치중하다보니 연주가 욕심으로 가득 찰 경우가 있어요. 대중음악을 만나면서 청중과 즐겁게 대화하는 방법을 깨달았어요. ‘음악은 나누는 것’이란 진리를 다시 배웠죠."
그녀는 이번 수상이 음악가의 책임감을 더욱 막중하게 느끼게 해주었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더 많은 시선이 집중될 것을 알고 있다"는 그녀는 "나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음악을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교만하지 않고 더 겸손히 열심히 노력해야 됨을 피부로 느꼈다"며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
A4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