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개막 한일근대미술전에 초대... 1930년대 아방가르드 연구소 강의
▶ 내년 한국서 100세전… 준비 열정
‘조선을 그리다’에 전시되는 김병기 화백의 작품 ‘가로수’(1956).
김병기 화백은 내년에 열릴 ‘100세전’을 위해 지금도 계속 작품을 그리고 있다.
이달 초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김병기: 감각의 분할’)을 마친 김병기 화백(98)이 이번에는 일본 미술계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특별 강연을 펼친다.
김 화백은 오는 4월4일 가나가와 현립 근대미술관에서 일본의 뮤지엄 큐레이터들과 미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근대 미술사 강의를 일본어로 들려줄 예정이다.
‘사랑과 반역’이란 제목의 이 강연은 이날 가나가와 현립 근대미술관에서 개막되는 한일 근대미술 특별전 ‘조선에서 그리다’의 오프닝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김 화백은 193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화가로 활동한 유일한 생존자로서 당시 화단에 대해 증언하게 된다.
“1930년대 동경의 ‘아방가르드 연구소’와 ‘문화학원’에 관해 이야기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아방가르드 연구소는 일본 현대미술의 장이었고, 아직도 있는 문화학원은 자유주의의 장으로서 일본의 근대미술 형성한 곳입니다. 여기서 일본의 대표적 전위미술가가 많이 나왔어요. 나는 이 두 곳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때 함께 다녔던 사람들은 다 죽었고, 당시 실태를 아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죠”
화가였던 아버지 김찬영의 영향으로 동경미술학교 진학을 위해 일본에 갔던 소년 김병기는 맨날 로마 장군의 얼굴이나 그려야 했던 데생교실에서 회의를 느끼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아방가르드 연구소’란 간판을 보고 눈이 번쩍 뜨여 무작정 들어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20년 공부하고 돌아온 후지타 츠쿠지가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를 가르치던 곳, 이곳서 김환기를 만나 오랜 교분을 나누게 됐고, 훗날 그가 한국서 미술비평과 예술이론의 선구자로 활약하게 된 것도 여기서 배운 이론이 토대가 됐다.
“당시 한국인 화가들은 선전(총독부가 경영한 조선미술전람회)을 통해 미술활동을 했어요. 선전은 1919년 삼일 만세운동 후에 일본이 유화정책을 위해 만든 공모전람회인데 일제강점기에 많은 유명 미술인들이 선전을 통해 등단했지요”
가나가와 현립 근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조선을 그리다’는 바로 이때의 일본과 한국 미술가들의 시선을 조명하는 특별 기획전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화가들이 조선을 그린 작품들과 한국 화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함께 보여주게 된다. 한국인은 선전 작가들인 김인승,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이쾌대, 문학수 등의 작품이 소개되는 한편 김병기 화백의 작품은 전쟁 후 폐허가 된 서울을 그린 ‘가로수’(1956)가 전시된다.
‘조선을 그리다’ 전시는 화가 이우환의 딸이며 가나가와현 근대미술관의 주임 학예원인 이미나 큐레이터가 기획자로 참여했으며, 이곳을 시작으로 1년 동안 북해도 근대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등 6개 미술관을 순회하는 대형 전시다.
“일본이 깊은 생각으로 기획한 전시라고 봅니다. 근대 미술기는 사실상 일제강점기여서 한국으로선 회상하고 싶지 않은 시절이죠. 그것을 ‘다시 만나는 근대미술 시선’이라 하여 일대일로 미술사를 조명하려는 시도는 근래 경색된 한일관계를 문화적으로 회복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병기 화백은 일본에서의 강연을 마치면 한국으로 건너가 전속인 가나화랑의 스튜디오에서 두 달간 그림 제작에 몰두할 예정이다. 오는 4월10일 만 99세가 되는 김 화백을 위해 가나화랑이 2016년에 ‘100세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새 작품들로 전시할 계획이라는 김 화백은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앞으로 2년이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2년은 열심히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언제나 새로운 걸 하는 사람이고, 근본적으로 행동적 휴머니스트입니다. 지금도 한국의 리얼리티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싶어요. 한국과 미국의 관계 같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미국의 쓰레기장이에요. 그러나 반미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현대 인간의 실존을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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