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퍼시피카’ 25주년 시즌 피날레 공연]
LA의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5월14일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날 콜번스쿨 지퍼홀에서 실내악 앙상블 ‘카메라타 퍼시피카’(Camerata Pacifica)가 25주년 시즌의 피날레 공연으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Brandenburg concerti, BWV 1046~1051)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약 20명의 연주자들이 총출연하는 이 무대를 위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포함한 카메라타 퍼시피카의 단원들이 벌써 수개월 전부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근래 보기 드문 화려한 연주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흐가 작곡한 6개의 기악곡의 모음으로, 1721년 브란덴부르크-슈베트의 공작이었던 크리스티안 루트비히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바흐가 남긴 여러 협주곡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며 바로크 음악의 결정판으로 회자되는 이 곡은 바흐 시대에 사용 가능한 거의 모든 악기 편성이 다 동원되어 화려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음악 스타일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것을 절묘하게 통합한 다양한 구성으로 독주 악기와 합주군이 정교하게 대비된 밝고 즐거운 음악이다.
오늘날 협주곡이라고 하면 보통 ‘한 대의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관현악곡’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런 정의는 고전주의 시대부터 통용된 것이고 바로크 시대에는 협주곡의 종류가 관현악 협주곡(orchestral concerto),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 독주 협주곡(solo concerto) 등 다양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6곡 모두 각자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여러 형태의 협주곡을 다 들어볼 수 있다. 여섯 곡 모두 대단히 밀도 높은 실내악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악기 편성이 같은 협주곡은 단 한 곡도 없으며, 그 결과 음색의 폭이 굉장히 넓고 템포는 적절하며 앙상블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어느 협주곡을 들어도 아름답게 정돈되고 어우러진 느낌을 준다.
제1번은 오보 세 대, 호른 두 대, 바이얼린 한 대가 독주 그룹으로 참여하고, 2번에서는 트럼핏과 리코더(혹은 플룻), 오보, 바이얼린이 독주 악기로 사용되며, 3번은 독주 그룹과 합주 그룹의 구별이 없이 현악기들의 동질적인 울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두 리코더와 한대의 바이얼린이 독주자로 등장하는 제4번은 겉보기는 합주 협주곡이지만 독주 파트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독주 협주곡’에 더 가깝다. 제5번 독주자들 역시 바이얼린과 플룻, 쳄발로의 3명이지만 쳄발로가 주인공인 독특한 곡으로, 1악장의 화려한 쳄발로 카덴차가 특별한 음악을 선사한다. 제6번은 현악 앙상블에서 결코 빠지는 법이 없는 바이얼린 파트가 완전히 빠져 버린 곡으로,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악기 편성법이야말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의 특별한 점이라 하겠다.
이 콘서트는 10일 벤추라(Temple Beth Torah), 12일 패사디나(Huntington Library), 15~16일 샌타바바라(Hahn Hall)에서도 열린다.
티켓 40~48달러.
문의 (805)884-8410, www.cameratapacifica.org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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