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도 프로코피에프 콘첼토… 은빛 드레스 입고 연주 갈채
▶ 본보 후원 ‘올 베토벤 나잇’… 브람웰 토비 지휘 16일 협연
■ 할리웃보울 클래식 시즌
2015 할리웃보울 클래식 시즌이 지난 7일 유자 왕과 리오넬 브링기어의 화려한 연주로 막을 올렸다.
이 날 피아니스트 유자 왕은 브링기어(스위스 톤할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가 지휘하는 LA 필하모닉과 함께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벽하게 연주해 청중의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유자 왕은 인어처럼 반짝이는 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스테이지에 올라 그 아름다운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찬란한 연주를 펼쳐 1만여 관중을 매혹시켰다.
특별히 프로코피에프의 2번 콘첼토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테크닉을 시험하는 엄청난 고난도의 협주곡인데(작곡가 당대에는 아무도 연주할 엄두를 못 냈다고 한다) 유자 왕은 파가니니와 리스트가 울고 갈 초절정 기교로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연주를 펼쳤다. 느린 악장에서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총알 같은 스피드로 키보드를 종횡무진 하는 부분에서는 폭발적인 명료함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절제하며, 치는 음 하나하나를 반짝이는 색깔과 섬세한 테크닉으로 채색했다. 계속되는 기립박수에 앙코르로 ‘카르멘’ 바리에이션를 선사할 때는 마치 피아노 위에서 작열하는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열정과 테크닉으로 청중을 감전시켰다. 그녀는 이제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완전히 비르투오조의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좋겠다.
한편 이날 공연은 클래식 시즌 오프닝인데다 유자 왕이 출연하는 것을 기화로 남가주의 중국 커뮤니티가 모두 동원된 것처럼 떠들썩했다. 공연 시작 전 인근 공원에서 열린 오프닝 리셉션은 중국인 요식업체들이 맡아 갖가지 음식과 음료, 디저트를 제공했으며 객석의 대다수가 중국인들로 가득 차 곳곳에서 중국말이 들려 왔다.
그들의 소란함과 무 매너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는 하면서도 한편 굉장히 부럽고 안타까웠다. 한국인 중에도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적지 않은데 새라 장, 제니퍼 고, 조이스 양, 이용훈 같은 연주자들이 할리웃보울에서 연주했을 때는 이런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16일 본보 특별후원으로 열리는 ‘올 베토벤 나잇’(All-Beethoven Night)은 한인 커뮤니티의 결집된 후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이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영웅적인 ‘에그몬트 서곡’(Egmont Overture)과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바이얼린 콘첼토 D장조, 그리고 베토벤의 가장 평화로운 교향곡 6번 ‘전원’(Pastoral) 등 한인들 누구나 사랑하는 레퍼터리다.
지휘는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며 할리웃보울 객원 지휘자로 가장 자주 초대되는 브람웰 토비(Bramwell Tovey), 바이얼린 협연자는 LA 필하모닉의 악장인 마틴 샬리퍼(Martin Chalifour)가 솔로이스트로 나선다.
조국을 구하려는 에그몬트 백작의 애국적인 열정과 기백을 표현한 ‘에그몬트 서곡’은 장대하고 영웅적인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서정적이고 우아한 바이얼린 협주곡은 바이얼린 악기의 소리와 표현력을 보다 드러매틱하고 격렬한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대곡이다.
또 심포니 6번 ‘전원’은 베토벤 중기 교향곡의 걸작으로, 자연에서 받은 감동과 정서, 자연에 대한 사랑과 관조를 표현한 아름답고 낭만적인 교향곡이다.
여름 밤 할리웃보울 야외극장에 앉아 있노라면 그 상쾌한 공기와 바람, 밤하늘의 별과 구름, 그리고 둥근 보울 무대에서 퍼져 나오는 음악소리가 더할 수 없이 황홀하다. 따로 휴가나 피서 가기 어려운 분들, 하루 저녁 와인과 김밥 싸서 나들이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을 찾기란 힘들 것이다.
티켓 8~65달러. (323)850-2000
www.hollywoodbowl.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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