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팽 콩쿠르 최연소 우승 중국인
▶ 주목받는 지휘자 제임스 가피간과 6일 할리웃보울 베토벤 ‘황제’ 협연
오래 전 피아니스트 윤디(Yundi·32)의 쇼팽 연주를 들은 후 그의 이름이 머릿속 깊이 각인됐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가주 무대에는 오질 않는 것이었다. 그와 동년배들인 랑랑과 유자 왕이 거의 매년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과 할리웃보울을 찾아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는 동안 윤디는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요즘 들리는 말로는 슬럼프에 빠졌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다행히 이제 슬럼프를 벗어났는가 보다. 드디어 그가 오기 때문이다.
윤디가 오는 6일 오후 8시 할리웃보울 스테이지에 올라 제임스 가피간 지휘의 LA 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 콘첼토 5번 ‘황제’를 협연한다. 그를 기다리던 수많은 남가주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는 할리웃보울 데뷔 공연이다.
피아니스트 윤디는 18세이던 200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그야말로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쇼팽 콩쿠르 사상 최연소 우승자이자 최초의 중국인 우승자였다. 하지만 더 화제가 됐던 것은 15년 동안 공석이었던 우승자 자리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거머쥐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윤디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늘 꼽혀 왔다. 쇼팽 탄생 200주년이던 2010년에는 폴란드 문화예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폴란드 정부로부터 1급 훈장인 ‘글로리아 아르티스’(Gloria Artis)를 수여받았고, 올해 제17회 쇼팽 콩쿠르에는 심사위원으로 초대됐을 정도로 폴란드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해 윤디는 쇼팽의 녹턴 전곡으로 이루어진 새 앨범을 발매했고, 쇼팽 레퍼토리로만 전 세계 유수 뮤직페스티벌과 수많은 도시에서 연주 투어를 가졌다.
정확한 테크닉과 풍부한 열정, 섬세한 표현으로 격찬 받는 윤디는 베를린 필과 빈 필, 런던 심포니를 비롯한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8장의 음반과 DVD를 발매했는데 그 중에서도 2007년 녹음한 세이지 오자와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협연은 중국인 최초라는 점에서도 특별하지만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그해 그라모폰지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윤디는 리스트 연주에도 탁월함을 보여 2003년 발매된 리스트 음반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올해 최고의 CD’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윤디의 가장 최근 DG 음반은 바로 이번에 할리웃보울에서 연주하는 베토벤 ‘황제’를 베를린 필과의 협연(다니엘 하딩 지휘)한 음반이다. 그는 또 이 베토벤의 ‘황제’를 가지고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미국 청소년 오케스트라(NYO-USA)와 함께 지난달 10~26일 뉴욕을 시작으로 중국 7개 도시를 투어하는 순회연주를 가졌으니, 얼마나 원숙하고 능숙하고 반짝이는 연주를 들려줄지 기대가 만발한다.
그런데 이날 콘서트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지휘자 제임스 가피간(James Gaffigan) 때문이다. 강렬하고 통찰력 있는 컨덕터로 평가받는 제임스 가피간은 지금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마에스트로의 한 명이다. 미국 출신으로 할리웃보울 무대에도 여러 번 초청된 그는 2004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2010년 루체른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임명됐으며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날 콘서트에서 제임스 가피간은 윤디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후 쇼스타코비치의 15개 교향곡 중 으뜸으로 꼽히는 5번 심포니를 연주할 예정이라 정말 기대, 또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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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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