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화상 위해 머리 길러… 시·서예·악기도 조예
이진수씨가 자신이 만든 목각 자화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요즘 세상엔 기인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오랜만에 한 사람을 만났다.
서정 이진수.
4년 전 그가 시집을 냈을 때 공동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최익철 시인과 함께 인터뷰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진면목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 후로 타운에서 몇 번 마주쳤을 때 한복 두루마기 같은 걸 입고 다니기도 하고 머리를 길러서 묶고 다니는 모습도 보이고 해서 ‘좀 튀는 사람’이구나 했을 뿐이다. 이번에 9월26일부터 작가의 집에서 목각전을 연다고 하기에 전시 내용이나 몇 마디 들어보려고 앉았는데 거의 한 시간을 넋 놓고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한마디로 취미가 너무 많고, 남들이 못하는 독특한 걸 즐기고 탐구하며, 한 번 빠졌다 하면 끝을 보는 성격 때문에 뭘 해도 취미가 아니라 전문가 한 수 위의 수준에 이르는 사람이다. 대학에선 법학을 전공했으나 운동을 좀 심하게 해서 태권도만 7단 보유자라는 그가 이번에 전시한다는 목각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화상 제대로 만들어보려고 3년반동안 머리와 수염을 길렀습니다. 마음에 드는 모습이 됐을 때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은 다음 그걸 보며 나무를 파서 자화상을 새겼어요. 그렇게 자화상 15점을 완성하고 나서는 얼마 전 싹 면도하고 머리도 잘라버렸지요”
놀라운 것은 그 솜씨다. 30여년 기자생활에 이런 걸 전시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미술을 공부했거나 목각을 배운 사람도 아닌데 그냥 자기가 칼로 나무를 파서 창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림과 구도, 음각 양각의 조화가 얼마나 수려한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러 포즈의 자화상들 외에도 소, 아메리칸 원주민, 여인상 등 30점을 이번 작품전에서 선보인다.
“나무판 위에 묵화로 스케치하고 전각 칼로 파서 새긴 겁니다. 조각, 서각, 서예 조금씩 다 배운 걸 응용해서 창작한 거죠. 뭐든지 한 번 하면 며칠씩 잠 안 자고 몰두하니까 내공이 조금은 쌓였나 봅니다. 3년반 틈나는 대로 만든 게 30점 되네요”
이걸 하면서 나무 공부, 칼 공부에도 깊이 빠졌다. “미루나무가 가장 깨끗하고 선명하게 나옵니다. 체리나무나 소나무, 레드우드 같은 것은 결이 있어서 조각도 나고 잘 부러지죠. 나무도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 직접 다 해봐야 알기 때문에 실험도 많이 하고 실패도 많이 합니다”
그가 빠져 있는 또 하나의 취미는 화석 컬렉션이다. 신기한 돌, 예쁜 돌을 보면 어떻게든 손에 넣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그는 별의별 모양과 색깔의 돌 500점을 집 안팎과 거라지에 늘어놓고 늘 바라본다며 “돌은 보기만 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환하게 웃는다.
그런 한편 사랑의빛 선교교회 노인대학에서는 서예와 오카리나(피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이 모든 것에 더해 시도 쓰고, 색서폰도 전문가 수준으로 불고 있다.
“사람들이 일만 하는 게 안타깝다”며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진수씨는 리커스토어를 40년 경영하면서 두 남매 의대공부 다 시키고, 사업도 좀 하고, 지금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많이 베풀며 산다고 했다.
이진수 목각전은 9월26일부터 10월2일까지 작가의 집 파크뷰 갤러리(2410 James M. Wood Blvd. LA)에서 열린다. 오프닝 리셉션 26일 오후 6시. (213)380-3000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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