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 비딱하고 뒤틀린 인물 등 독특한 미술사조 미국 첫 선
【라크마 ‘신즉물주의’전】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전시를 만날 때가 있다.
LA카운티 뮤지엄(LACMA)에서 지난 4일 시작된 ‘신즉물주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독일 모던아트’(New Objectivity: Modern German Art in the Weimar Republic, 1919~1933)는 굉장히 흥미롭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다.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란 제1차 세계대전 후 1920년대 독일의 혼란한 상황에서 일어난 미술운동으로, 영어로는 ‘새로운 객관성’이란 뜻인데 한국에서는 이를 ‘신즉물주의’라는 이상한 용어를 사용하여 하나의 미술사조로 구분하고 있다.
이 미술은 당시 유럽화단에서 유행하던 칸딘스키 등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격심한 반발에서 태동됐다. 주관적 표현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합목적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현실을 아주 사실적으로 냉소와 냉정한 사회 고발을 담아 그리고 있어 소셜 리얼리즘, 후기표현주의, 베리즘(Verism)이라고도 불린다.
이 운동은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 시절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독일이 왕정에서 벗어나 첫 민주공화국 체제로 바뀌면서 14년간 존속한 독일 역사상 최초의 공화정으로, 히틀러의 나치당이 출현하면서 종말을 맞았다.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전쟁의 후유증, 처음 들어선 공화국 체제로의 변화, 때마침 휩쓴 경제대공황, 급격히 산업화되는 도시생활로 사람들은 빈곤과 절망과 소외감에 시달리며 사회는 극심한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신즉물주의는 이 혼돈과 불안의 시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미술이다. 그러니 고울 리가 없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더욱 없으며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그림이 많다. 하지만 비딱하게 뒤틀린 사람들이 고약한 표정과 자세로 도전하는 그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재미있고 짓궂고 섬뜩한, 날카롭고 강렬한 회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또한 독일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로, 군더더기 없는 객관과 냉정, 간결과 금욕, 냉철한 정확성이 읽혀진다.
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오토 딕스(Otto Dix), 게오르그 그로스(George Grosz), 크리스티안 샤드(Christian Schad), 막스 베크만(Max Beckmann), 아우구스트 산더(August Sander), 한스 핀슬러(Hans Finsler), 게오르그 슈림프(Georg Schrimpf), 알렉산더 카놀트(Alexander Kanoldt), 하인리히 마리아 다브링하우젠(Heinrich Maria Davringhausen) 등 50여명의 회화, 사진, 드로잉, 판화 등 200여점의 작품이 5개 주제로 묶여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나치 집권 후 ‘신즉물주의’ 작품 대다수가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파괴됐고 작가들의 많은 수가 서방으로 망명했다).
특별히 회화와 함께 비슷한 내용을 담은 사진작품들을 병렬 전시하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로워서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스테파니 배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이 전시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뮤세오 코레르와 함께 2015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기획한 것으로, ‘신즉물주의’ 주제의 전시가 미국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1월18일까지 BCAM 2층 전시장.
www.lacma.org,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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