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 임마뉴엘 시장에 대한 퇴진 압박이 주민 소환 투표까지 갈 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건 라쿠안 맥도널드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고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주민 소환은 거론되는 것 자체로 큰 불명예다. 4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많은 이들이 동조하고 있다. 물론 흑인들이 앞장서고 있는데 그의 시장 당선을 도왔던 4명의 흑인 목회자도 지난 주말을 기해 여기에 가세했다. 이중 제임스 듀크 주교는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보도된 대로 임마뉴엘 시장은 17세 소년이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쓰러진 생생한 모습이 담긴 경찰의 동영상 공개를 미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광으로 리차드 데일리가 비운 자리를 성공적으로 이어 받았으나 지난 봄 치러진 재선 선거에서는 결선까지 가야 할 만큼 지지도가 하락했다. 시카고 트리뷴이 이를 공개하라고, 연방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거론하며 여론 압박을 가했지만 공개는 재선에 성공한 한참 후에야 이루어졌다.
인기 없는 시장, 특히 흑인 커뮤니티에서 그를 보는 시선은 차갑다. 데일리 시절 해마다 열렸던 추석잔치가 중단된 뒤 한인사회 조차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다양성을 원동력으로 하는 대도시 시카고에서 그는 거꾸로 달리는 냉동 화물 트럭 느낌을 준다. 그의 지지율은 바닥세다. 그를 지지했던 소수계가 등을 돌렸고 정치적 무능력에 실망하는 백인계도 늘고 있다.
아직 임마뉴엘의 정치 생명을 거론하기는 이르다 해도 시카고 출신 정치인 중 명예롭지 못하게 퇴진한 2명과 그에게서 우연이지만 운명 같은 공통의 느낌을 받는다. 우연은 일리노이 연방하원 5지구다. 임마뉴엘이 연방하원에 입성한 때가 2003년이었고 그 자리의 전임자는 로드 블라고야비치였다. 블라고야비치의 민주당 출신 전임은 댄 로스텐코우스키라는 거물이었다..
3명 모두 2세 정치인이고 뿌리가 동유럽이며 5지구 하원의원을 거쳤다. 일리노이 연방하원 5지구는 이민자들의 다운타운으로 불리는 곳이다. 한때 한인들도 제법 살았고 동유럽 출신들이 여전히 많은 곳이다. 이 같은 주민 구성은 이 지역을 민주당 아성으로 만들었다.
로스텐코우스키는 폴란드계다. 수년 전 작고한 이 정치인은 연방 하원 세입세출 위원장으로 권력의 핵심에 있다가 유령직원에 봉급을 주고 하원 기금을 유용했으며 우표를 현금화 하는 등으로 연방검찰에 기소되어 정치생명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는 규모가 큰 한인 단체 행사를 자주 하는 화이트 이글 뱅큇 맞은 편에 있는 묘원에 묻혀 있다.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인 블라고야비치는 당시 유고슬라비아에서 이민 온 아버지를 두었다. 로스텐코우스키가 스캔들 때문에 빼앗긴 5지구 하원 의석을 민주당으로 다시 가져온 이후 승승장구, 주지사에 까지 올랐다. 로렌스길을 ‘코리아타운’으로 명명할 만큼 한인사회와도 밀접했지만 주지하다시피 오바마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연방상원자리의 매관매직 기도 혐의로 탄핵을 받았으며 위증죄로 영어의 몸이 됐다.
임마뉴엘은 시카고 최초의 유태계 출신 시장이다. 정서상 공감이 오지 않더라도 유태계도 엄연히 소수계다. 그의 할아버지는 동유럽인 루마니아계 유태인으로 예루살렘에서 그의 아버지를 낳았다. 미국으로 이민 온 아버지는 시카고에서 임마뉴엘을 낳았고 윌멧에서 키웠다.
임마뉴엘은 앞선 2명의 정치인과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수계나 저소득층이 아닌 기득권층 만을 위한 정책을 펴나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카고 남부 공립학교 폐쇄로 흑인커뮤니티의 집단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전임 데일리 시장이 남부에 칼리지를 세운 것과 반대 방향이다.
17세의 흑인소년 맥도널드 경찰 총격사건이 발생한 때가 2014년 10월 20일이다. 1년이 넘게 지난 지금 마지못해 동영상을 공개하고, 사과하고, 경찰국장을 경질하는 임마뉴엘 시장의 정치적 야망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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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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