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도서전 ‘작가 대담’
▶ “문학 성취-번역 성공 무관”
소설가 이문열씨는 ‘저 사람 성의를 다해서 글 쓴 사람이다, 자기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 제일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정도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문학적 성취와 상관없이 외국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문학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여러 비난이 있었지만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의 저명한 출판사에서 나와 초판 40만부를 팔았는데 대단한 겁니다."
소설가 이문열(68)이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화에 관해 밝힌 견해다.
최근 서울국제도서전 '작가 대담'에 나와 이문열의 문학인생을 주제로 이야기하던 그는 "번역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내 작품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정성을 다해 옮긴 글이 있을 수 있고 그저 영어를 잘하고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노동과 기술로 번역하는 것도 있다. 또 정말 문학성으로 접근해 번역된 것도 있고 문학성에 상관없이 그 내용이 잘 팔릴 만한 것이라 번역된 것도 있는데 언론에서 이게 다 뒤섞여 얘기되는 바람에 독자에게 혼란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잣대로 보면 신경숙 소설이 우리나라 최고의 작품이라거나 최고의 번역가가 옮겼느냐와 관계없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다른 한국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상업성으로 성공하면 미국의 많은 출판사와 독자들이 한국문학과 한국의 다른 작가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건 굉장히 도움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번역 문제와 세계화 문제, 그 끝에 노벨문학상이 있는데, 그 문제가 제일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 중 하나"라며 웃은 뒤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변경' 이후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질문에는 "사실 저한테도 우선순위랄까, 남은 시간 무엇을 우선순위로 배정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걱정거리"라며 "글 쓸 시간은 길어도 5-6년 정도여서 마음이 몹시 다급하다"고 답했다.
이어 "어쨌든 (글쓰기를) 하기는 해야할 텐데, 최근 강하게 유혹받는 (다른) 일이 있어서 고민이다"라며 "신작은 10년 전부터 구상해왔던 거라 그 내용을 방금 본 소설이나 영화처럼 얘기할 수 있게 됐다. 3부작으로 1979년과 1980년도 얘기를 열고 닫고 해볼 생각인데, 71-72세쯤 되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문학 세계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묻자 "중앙문단에 발디딘 지 올해로 38년짼데, 긴 세월 동안 어떤 것들은 과분하게 사랑받았고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오해되고 왜곡됐다. 아주 영욕의 38년이 지났는데, 이게 긴 얘깃거리가 된다"며 "제일 설명이 필요한 80년대 부분을 소설로 한 번 정리할 거다. 아님 자서전으로라도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그때 그 때 답이 변하는 질문 중 하나"라며 "예전에는 '천재적인 작가' 같은 거창한 것들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저 사람 성의를 다해서 글쓴 사람이다, 자기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 제일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정도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많은 영화들 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 작품이 책에 실린 게 교과서 등을 합해서 300만권이 넘을 텐데, 한 번도 도움이 안 됐다. 이상문학상을 받았는데 작품집 인세 없이 상금으로 끝났고, 영화도 원작료 300만원 받고 관객 30만 이상 되면 극장 수입을 일부 받기로 했는데, 30만이 되기 전에 내렸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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