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레스트 펜 “금 등 200만달러 숨겨놨다”
▶ 자신 회상록 시에 단서… 일부는 “거짓말”

산타페 자택에서 만난 포레스트 펜. 사람들이 카우치에서 일어서도록 만들고 싶어 보물찾기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신시아 미첨이 200만달러 상당의 보물을 찾기 위해 뉴멕시코 쿤디요 지역을 탐험하고 있다.
보물상자 이야기는 어린 시절 꿈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화와 소설에 자주 등장했었다. 그런데 현대 미국에서도 보물상자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 노인의 회상록에 적혀있는 보물상자를 찾기 위해 수만명이 모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중 한 여성의 보물찾기 여정을 함께 떠나보자.
신시아 미첨은 산타페 북부의 작은 마을, 두 개의 실개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보물찾기를 시작했다. “따뜻한 물이 멈추는 곳”이라고 적혀진 곳, 아니 적어도 그 지점이라고 그녀가 생각하는 곳이다.
그 지점을 확실히 아는 사람은 포레스트 펜(Forrest Fenn) 한사람뿐이다. 그는 청동 보물상자가 숨겨진 곳의 단서들을 자비출판한 회상록 ‘추적의 스릴’(The Thrill of the Chase)의 132페이지에 나와 있는 시 속에 적어놓았다. 이 책은 그가 극복한 암 이야기와 베트남 전쟁 때 전투기 조종사였던 그가 라오스와 베트남에서 두차례 적에게 격추당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문제의 시는 24절로 돼있으며, 거기에 9개의 단서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미첨(62)은 그 중에서 8개를 해독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3년전 보물찾기에 나선 이후 그녀는 자신의 이해와 판단을 자주 되돌아보곤 한다.
포레스트 펜(85)은 산타페에서 미술품 거래상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200만달러어치에 달하는 보물들을 왜 숨겨놓았는지에 대해 그는 단지 “사람들이 카우치에서 일어나 좀 돌아다녔으면 해서”라고 말한다.
그 상자에는 265개의 금화, 수백개의 금덩어리, 수백개의 루비, 8개의 에메럴드, 2개의 실론 사파이어, 수많은 다이어몬드, 고대 중국의 옥 조각 2개, 콜럼버스 미 대륙 발견 이전 시대의 금팔찌 등이 들어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그 보물들이 진짜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말뿐이다.
그의 추산으론 지금까지 6만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상자를 찾아나섰다. 보물찾기에 나서는 것은 쉬워 보인다. 경치 좋은 285번 길을 가다가 주유소에 내려서 지도를 하나 사고 렌트카 후드 위에 펼쳐놓은 다음 그의 시에 적힌 대로 “따뜻한 물이 멈추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보물찾기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펜에게 물어봤댔자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리 만무하다. “숨겨진 장소가 당신의 집에서 가까운가요?”라고 물어본다면 그의 답변은 화가 날 정도로 오리무중이다. “가깝다는 것이 얼마나 되는 거리를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개미에게는 진흙 웅덩이라도 바다와 같을테니 말입니다” 이런 식이다.
그는 하루에 평균 100통 정도의 이메일을 받는다. 대부분 결정적인 단서를 원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것이다. 그는 매주 금요일에 웹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탐험가들이 보내온 질문들 중에서 한 개에 대단히 유용한 힌트가 담겼다는 답변을 발표한다. 전형적인 질문에 전형적인 답변은 다음과 같다.
“보물상자를 숨기러 산에 갔을 때 어떤 종류의 차를 타고 갔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세단입니다”
펜이 밝힌 정보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보물은 산타페에서 8.25마일 북쪽 록키산맥 어딘가 해수면 5,000피트인 곳에 있다. 그는 보물을 숨기러 두 번 자동차를 운전해 다녀왔다. 첫 번째는 청동 보물상자를 가지고 갔고, 두 번째는 그 안에 담길 보물들을 백팩에 넣고 갔다.
수색자들은 이 보물을 찾으러 시를 가이드 삼아 지도와 구글 어스 혹은 직접 도보로 4개주에 있는 공유지와 사유지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그중 한 여인은 그 시로 인해 콜로라도 주 실버튼에 있는 마인스 슈라인에서 그리스도를 만났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거기서 영적인 보물-그리스도의 영원한 사랑을 찾았기 때문에 보물찾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영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보상을 찾아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펜이라는 사람 자체를 믿지 않는다. 자기 회상록을 많이 팔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주장이다. 그 책은 산타페의 책방 겸 커피하우스 ‘콜렉티드 웍스’가 펴낸 것으로, 판매수익의 일부는 자선기금, 나머지는 본인이 갖는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책방 주인 메리 울프는 그가 “판매금에서 단 일푼도 가져간 일이 없다”고 말했다.
펜은 상당한 부자인 것 같다. 그의 자택의 바닥과 벽을 장식한 것들만 보아도 그렇다. 페르시안 러그, 블랙핏 인디언의 검, 희귀도서들이 그것들이다. 그 도서들 중에는 마크 트웨인이 직접 26군데에 표시한 ‘아서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의 교정지도 포함돼있다.
보물이 진짜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찾아나선다. 너무 용감하게 덤비다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급류에 휘말리는 바람에 레인저들에게 구조된 사람도 있다. 콜로라도 주 브룸필드에서 온 랜디 빌리유라는 사람은 지난 1월 뉴멕시코의 리오그란데를 따라 보물찾기에 나섰다가 사라져 지금까지 실종 상태다.
미첨은 작년에 직장을 잃은 후 풀타임으로 보물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각기 다른 20군데를 탐색했으며 그 모든 곳의 길과 모퉁이, 트레일, 캐년 등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그녀는 펜의 학생이라 해도 좋다. 그동안 쌓은 업적은 3개의 바인더에 깨끗하게 정리돼있고, 그가 쓴 글들은 책상 옆에 가지런히 정리돼 쌓여있다. 또 그의 인용구들은 노트북 페이지마다 정성껏 손으로 필사해놓았다.
“보물을 찾으려면 그의 머리속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두 개의 개울, 리오 메디오와 리오 프리올을 따라 내려와 쿤디요의 다리 아래 하류에서 만나는 지점까지 왔다. 거기서 물은 햇빛에 따뜻하게 데워진다. 산등성의 거친 계단을 걸어 올라가 좁다란 트레일로 향했다. 시의 다음 구절은 “그리고 계곡 아래로 가져간다”라고 쓰여있다. 그것이 두 번째 단서다.
그녀는 구불구불한 좁다란 트레일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갔다. 한쪽에 바위들이 있고, 미루나무 숲이 드리워진 강은 아래로 급하게 흘러내려간다. 그렇게 하나씩 단서들을 찾아가다보니 3, 4, 5, 6, 7, 그리고 8번째 단서까지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아니면 미첨이 자기 해석대로 가져다 맞춘 것일까?
낭떠러지 끝에 서서 그녀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 쉬었다. 아홉 번째 단서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지혜롭게 찾아와 번쩍이는 광휘를 발견했다면 아래를 쳐다보라. 당신의 보물찾기는 끝났다”
그녀는 번쩍이는 청동 보물상자를 발견했을까? 내려다보니 거기엔 붉은 색 바위만 있을 뿐이었다.
한국일보 -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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