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민들, 물병·계란·소금 등 투척…트랙터로 주차장 출구 봉쇄
▶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 벌여…경북경찰청장은 얼굴 일부 찢어져

주민들에 막힌 황 총리 탑승 버스
14일 경북 성주군청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 설명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정부 사드 배치 방침에 화가 난 군민들은 황 총리 일행이 탄 버스가 군청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주위를 둘러싼 채 6시간 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이 날아온 물체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위가 5㎝가량 찢어졌다.
황 총리는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서 빠져나와 미리 준비해둔 승용차에 옮겨타고 시위현장을 떠났다.
이날 오전 황 총리는 헬기를 타고 경북 성주 군부대에 도착해 사드 배치지역을 둘러본 뒤 오전 11시께 성주군청을 찾았다.
청사 앞 주차장 등에는 '사드배치 결사반대' 등을 적은 붉은색 머리띠를 한 주민 등 3천명 이상이 모여 있었다.
황 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청사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곧바로 날계란 2개, 물병 등이 날아들어 황 총리 등이 맞았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계란 분비물이 묻은 상태로 주민에게 "사드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도발을 하고 있다. 국가 안위가 어렵고 국민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승용차로 현장 빠져나가는 총리
이어 "정부는 주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드 설명하러 온 총리 일행에 물병·계란 투척
하지만 20분 가까이 황 총리 설명을 듣던 주민 사이에서 갑자기 "개xx야" 등 욕설과 함께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 관계자들 쪽으로는 물병 수십 개와 계란, 소금 등이 날아들었다.
5분 뒤 설명을 이어간 황 총리는 "국가 안위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주군민 여러분, 죄송하고 거듭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황 총리 설명이 끝나자 김항곤 성주군수가 마이크를 잡고 "정부는 우리 성주군민을 버리느냐. 왜 일방적 희생만 강조하냐"며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뒤이어 오전 11시 30분께 발언 기회를 얻은 한 국방장관은 "여러분이 걱정하는 사드 전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또 물병, 계란 등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일부 주민은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뛰어들려다가 경호 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급히 철수했다. 주민 수십 명도 청사 안 진입을 시도해 정문 앞에서 경호원 등과 수 분간 몸싸움이 일어났다.
오전 11시 40분께 군청과 붙어있는 군의회 건물 출입문으로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은 미니버스에 올라탔으나 바로 주민에게 둘러싸였다.
주민들과 경호인력 등은 서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반복했으며 일부 주민은 물병, 계란 등을 던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트랙터를 몰고 와 주차장 출구를 봉쇄했다.
좀처럼 사태가 진정하지 않자 오후 4시 15분께 주민 대표 5명은 미니버스 안에서 황 총리 등을 만나 40분간 면담을 했다.
협의를 마친 주민 대표는 "황 총리는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가 대통령이 온 뒤 심사숙고해 재검토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총리가 '재검토' 말을 꺼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대치가 6시간 넘게 이어지자 황 총리는 주민과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오후 5시 36분께 경호를 받으며 시위현장을 빠져나왔다.
군청과 공동어시장 사이에 미리 준비해둔 승용차로 옮겨탄 뒤 성주 군부대에 도착해 헬기를 타고 상경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황 총리가 빠져나간 지 10여분 뒤 시위현장을 벗어났다.
이날 성주군에서는 사드배치에 반발해 일부 학부모가 자녀 등교를 거부했다. 등교를 거부하거나 조퇴·결과(缺課)한 학생 수는 4개 초·중학교 800여명에 이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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