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전 치르는 여당, 외전 벌이는 야당
▶ 총선 참패 후 책임론 등 친·비박 첨예 대립

비박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새누리당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왼쪽)이 홍문종 의원과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4·13 총선이 끝나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로 가는 길목, 여당과 야당의 풍경이 영 딴판이다. 여당은 정당 내부의 싸움인 내전(內戰)을 치르고 있다. 분당(分黨)한 야권은 다른 정당과 외전(外戰)을 벌이고 있다. 일단 ‘한 지붕 두 가족’ 이 아슬아슬한 싸움을 벌이는 새누리당이 더 위험해 보인다. ‘헤어진 부부’ 같은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은 요즘 치열하게 야권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 안팎의 싸움은 내년 대선 승부에 어떤 영향을 줄까?
새누리당에선 친박계와 비박계가 당권 향배를 놓고 사생결단의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계파는 총선이 끝난 뒤 원내대표 경선, 비상대책위 구성, 유승민 윤상현 의원 복당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총선 백서’에 기록된 총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도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공천 개입’ 논란을 일으키는 녹취록 뇌관이 터졌다. 친박 실세인 윤상현 최경환 의원과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대통령 뜻’ 운운하면서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총선 공천 경쟁을 하지 말고 인접 선거구로 옮겨달라고 종용한 녹취록이 폭로된 것이다.
폭로 다음날인 19일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감이었던 서 의원은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친박계 좌장을 통한 당권 장악 시나리오는 불발된 셈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언론과 야당 등에 의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여권이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는 “집안 싸움이 계속되면 대선에서 필패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격한 집안 싸움을 보기 어렵다. 대신 제1야당인 더민주와 제2야당인 국민의당이 노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연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을 탈당하기 전까지 야당에선 늘 ‘친노’와 ‘비노’의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비노계 의원 상당수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뒤에는 야권의 요란한 내전은 사라졌다. 더민주의 8·27 전당대회도 추미애 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등 ‘친문재인’ 인사 3인이 싱겁게 대결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요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는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과 ‘신중론’을 견지하는 등 우클릭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철회를 외치면서 좌클릭하고 있다.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는 말처럼 일반적으로 분열되는 쪽은 선거에서 패배한다. 당초 지난 총선에서는 분열된 야당이 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을 열자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김무성 대표가 ‘옥새’를 챙기고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계파싸움을 치렀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당이 중도온건 노선을 내세워 여당 지지 중도층을 잠식한 점도 여당 참패를 가져왔다.
내년 대선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까? 일단 당내의 극심한 내전이 일상적인 외전보다 더 좋지 않은 후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여당 두 계파의 갈등이 치킨게임 같은 무한 대결로 흐르는 점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격한 집안 싸움이 계속된다면 당이 공식적으로 분열되지 않더라도 결말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헤어져서 바깥 세력과 싸움하는 야권 정당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야권은 창조적 분열을 통해 노선·정책 경쟁을 벌임으로써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냈다”면서 “다만 두 야당은 당내에 1인 체제가 아닌 경쟁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내 싸움은 오히려 활력을 가져와서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싸움하다가 나중에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잘 뭉칠 경우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 여야 정당에서 선출되는 대선후보가 어느 정도의 상품성을 지니고 구심력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막판에 야권 단일화와 여권의 분열 여부도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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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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