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AP=연합뉴스]
잇단 막말에도 승승장구하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까지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가 결국 막말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최근 무슬림 비하와 친(親)러시아 발언,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한 부적절한 대응법 제시 등 입만 열면 쏟아지는 자책골성 발언에 비난이 폭주하면서 트럼프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들었다.
트럼프 위기의 싹은 지난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움텄다.
트럼프는 무슬림계 전사자의 부모인 키즈르 칸 부부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자신을 비판한 것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칸의 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무슬림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전사자 유족 모임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랐고, 트럼프의 '인간적 품격'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트럼프의 친 러시아 발언들도 역풍을 맞았다.
러시아가 배후로 추정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 이메일 해킹사건에 트럼프가 '러시아가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길 바란다'는 요지의 언급을 하면서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관계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후에도 트럼프의 '러시아 사랑'은 이어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내가 들은 바로는 크림반도 사람들은 차라리 러시아에 속해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반대하며 군사·경제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성의 성희롱 대처법 발언도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는 1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장녀 이방카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처한다면 어떻게 조언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방카가 다른 직종이나 다른 직장을 찾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답변은 잇단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의 차남 에릭은 CBS방송에 출연해 아버지 트럼프의 발언이 '이방카는 강하고 힘을 가진 여성이어서 성추행 대상이 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말해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케이티 패커는 "(성희롱을 당한) 여자들이 왜 (직장을) 떠나야 하는가"라며 많은 여성은 직장을 함부로 그만둘 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유세 도중 우는 아기를 내쫓으라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는 2일 버지니아 주 애슈번 유세에서 무역 불공정과 관련한 얘기를 하던 중 아기가 울어대자 처음에는 "나는 아기들을 사랑한다. 아기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라면서 개의치 말자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이후 연설을 이어나가고자 했지만 아기의 울음소리가 더 커지자 트럼프는 끝내 아기 엄마에게 "아기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한 참전용사 출신의 지지자에게서 전쟁에서 부상한 군인에게 수여되는 국가무공훈장인 '퍼플하트'를 받고서는 "나는 항상 퍼플하트를 얻기를 원했다"며 "이렇게 얻는 게 훨씬 쉬웠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트럼프는 과거 베트남전 당시 다섯 차례에 걸쳐 징병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어진 막말의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백악관 입성을 꿈꾸는 트럼프에게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멕시코 이민자의 성폭행범 비유, 국경 장벽 쌓기, 멕시코계 판사 비난, 여성 폄하 등 숱한 막말에도 트럼프가 결국 공화당 대선 티켓까지 움켜쥐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선 내내 잇단 막말에도 트럼프는 지지율 면에서 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지난주 끝난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은 심상치 않은 기세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냉전 시대 '매카시즘 광풍'의 주인공 조 매카시(공화당·위스콘신) 전 상원의원이 '인간적 품격이 없느냐'는 지적을 계기로 몰락한 전철을 트럼프가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전통적인 한계를 넘어서 왔지만, 이번처럼 지나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같은 후폭풍에도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그에게 키즈르 칸 부부와 싸우는 것은 역효과만 낳을 뿐이라며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라고 수일에 걸쳐 호소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무시한 채 오히려 한 발짝 더 나아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버지니아 지역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칸 부부와 벌인 충돌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한 트럼프 자녀들[AP=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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