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전트인 찰리 윈필드와 쇼든 새무얼스가 엘리엇 웨이크필드의 키를 재고 있다.

퍼니페이스 투데이 모델링 에이전시에서 엘리아 브루어(왼쪽부터), 그레이스 넬슨과 발레리 넬슨, 줄리 베이커가 활짝 웃고 있다.

부모와 함께 펜실베니아에서 온 로빈 웨이크필드가 프로필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밝은 색 티셔츠에 주름진 쇼츠 진을 입은 아이 다섯명이 맨해튼의 한 빌딩 8층에 모여 앉아 잡담을 하고 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스 팝도 먹고 스파이더 맨 놀이도 하는 것이다. 보통 미국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 비슷해 보이지만 훗날 이들의 모습을 매거진에서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뉴욕의 여름은 전도유망한 어린이 모델 지망생들과 어린이 모델의 부모가 되기를 갈망하는 엄마들이 미 전국에서 스타덤을 꿈꾸며 모여드는 시기다.
11세의 멜리아 브루어와 그레이스 넬슨도 그들 중 하나. 두 아이는 뉴욕의 고층빌딩들 사이를 걷고 돌아다니는 것이 신나기만 한다. 신시내티 집에 있는 자기 친구들은 여름방학 동안 수영이나 축구 캠프에 참가하고, 혹은 집 앞에서 사각형 놀이나 하고 있는 동안에 말이다.
두 소녀는 엄마들과 함께 7주 동안 오디션을 하러 뉴욕에 왔다. 네 사람은 첼시에 있는 스튜디오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 두 소녀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뉴욕에서 보내는 여름은 온라인 에서 “좋아요”와 하트를 받는 것보다 훨씬 근사한 일이다.
“나는 미장원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읽는 진짜 잡지에 나오고 싶어요”라고 멜리아는 말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두꺼운 얼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에이전트다. 바로 그 때문에 이들은 찰리 윈필드의 사무실에 일찌감치 도착한 것이다. 윈필드는 바로 팝시클을 나눠준 FFT/퍼니페이스 투데이 모델 매니지먼트의 운영 디렉터다.
윈필드는 매년 몇 달씩 미 전국의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름에 뉴욕으로 찾아올 젊은 모델들을 스카웃하고 있다. 업계에서 ‘섬머 키즈’라고 불리는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모델 시장에서 오디션과 잡을 얻기를 고대하는 아이들이다.
연중 일거리가 있는 어린이 모델의 평균 수입은 대략 2만달러 수준이라고 전 포드 모델사 회장 조이 헌터는 말한다. 그는 FFT에 어린이 디비전을 만든 사람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성공이란 TV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시간당 13달러를 버는 일이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그렇다는 말이다.
다른 에이전시들도 모두 그렇듯 FFT 역시 뉴욕을 찾아오는 어린 모델들에게 일거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당연히 가불을 해주지도 않는다. 에이전트들도 모델이 수입을 올려야 퍼센티지를 받기 때문이다.
어린이 모델 지망생들과 부모들이 커리어를 쌓기 위해 뉴욕으로 모여드는 비용은 결코 싸지 않다. 그 대가가 보장되지도 않는다.
멜리아의 엄마 줄리 베이커는 멜리아의 아빠와 이혼한 후 신시내티의 신발 가게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무릎 수술을 받은 후 병가를 냈고, 회복기 동안 뉴욕에 와있는 것이다.
그녀가 멜리아의 모델 커리어를 위해 지난 해 쓴 돈은 7,000달러에서 1만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멜리아가 벌어온 돈은 300~500달러다. 뉴욕 여행을 위해 베이커는 기금모금 페이지(GoFundMe)를 만들었고, 떠남 파티를 열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비용을 추렴했다.
그레이스의 엄마 발레리 넬슨은 신시내티의 심장혈관 카테르 실험실에서 일하고 있다. 2년전 딸이 모델이 되겠다고 나선 이후 그녀는 1만3,000~1만5,000달러를 썼다. 그동안 그레이스가 번 돈은?
“제로 달러죠. 한푼도 없어요. 계산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딸의 모델 커리어에 투자하는 것이 아깝지가 않다고 말한다.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면 훨씬 더 비싼데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기술을 배워서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FFT 사무실에서 아이들은 윈필드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그는 아이들 다루는 법을 알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꾸며놓고 있다. 책장 선반 한쪽은 스파이더 맨 영화 기념품들로 채워져 있고, 책상 위에는 스마일 스티커들을 잔뜩 붙인 플라스틱 통에 캔디가 가득 들어있다.
그렇다 해도 윈필드는 결국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들은 겉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고들 하지? 그런데 얘들아, 영화와 TV와 모델 일을 하는 이 업계는 제일 먼저 하는게 바로 그거란다. 껍데기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그러니까 너희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첫 인상을 만드는 거야”
뉴욕은 오래전부터 모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여름방학 때면 찾아오는 도시였다. 그러나 그 지망생들의 숫자가 점점 크게 늘어나고 있다. 모델과 탤런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윌헬미나 키즈 앤 틴스의 말린 왈락 회장은 리얼리티 TV와 소셜 미디어가 그 주범이라고 말한다.
“다들 리얼리티 쇼를 보니까 모두 스타가 되고 싶은 거에요. 아이들이 엄마와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놀이가 ‘아메리카의 넥스트 탑 모델’이 되는 거죠”
아역 모델 기회를 찾아서 올여름 FFT를 찾은 아이들 가족은 33 가족이고, 윈필드는 수차례의 세션에서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몇주전에는 카트리나 블랙이 비슷한 오리엔테이션 미팅에 앉아서 같은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앨라배마 버밍햄에서 막 11세가 된 자기 딸 에린 블랙과 함께 날아왔다. 에린은 태권도 초단을 땄고 7년 동안 댄스를 익혔으며 담갈색의 눈에 웃기 좋아하는 소녀다.
딸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는 블랙은 자신이 18세때 뉴욕으로 가서 모델이 될 기회가 있었다고 말한다. 짐을 싸서 버밍햄을 떠날 준비를 다 했는데 아버지와 계모가 못 가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46세가 되도록 지금까지 후회하는 일입니다. 에린에게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나는 이 아이가 나처럼 평생 후회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녀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파는 파타임 잡을 뛰면서 딸과 함께 여행할 돈을 모았다. “사람들은 딸을 통해 너의 꿈을 실현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게 아닌데요. 모델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딸이지 내가 아니거든요”
어떤 섬머 키즈들은 부모의 기대만을 짊어지고 있는게 아니라 고향 사람들 전체의 기대를 안고 뉴욕에 온다. 조지아주 버포드에서 온 섀런 해리스와 딸 쉬안 워커(12)는 뉴욕으로 오기 위해 친지들에게 손을 벌렸다. 올 가을 8학년이 되는 쉬안은 도와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뉴욕에서의 하루하루를 비디오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7월 중순까지 쉬안은 아무런 모델 일도 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늘도 다른 소녀 지망생들에게 “꿈을 갖고 계속 추구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 Joshua Bright]
한국일보 -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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