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의 달인’ 전 미국 국무장관
▶ 테러·분열… 전환기의 지구촌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헨리 키신저 지음, 민음사 펴냄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는 외교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당부가 들어있는 책이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나라 사람(미국인)에게 하는 말이지만 이를 우리도 엿들을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키신저는 1923년 생이니 지금은 나이는 94세다. 이 책은 2년 전에 출간됐는데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원제는 ‘World Order-Reflections on the Character of Nations and the Course of History’다.
“세계는 지금 전환기에 처해있다”고 키신저는 미국인에게 말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신과 기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거꾸로 전례 없는 혼란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가 확산 되고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브렉시트에 따른 유럽연합(EU) 혼란 등 글로벌 통합이라는 대세가 흔들리고 있다.
키신저는 이 책에서 지속가능한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을 찾고 있다.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1973년 베트남전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구 소련과 데탕트를 주도했고 공산 중국과도 관계 재개의 물꼬를 튼 20세기 미국 외교의 산 증인이다.
책에서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세계 질서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우선 확인한다. 역사상 수많은 문명이 등장해 저마다의 관점에서 세계 질서를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공간적 제한은 이들을 지역 질서에 머무르게 했다. 유럽이 그렇고 이슬람(중동), 중국, 인도, 러시아, 이란(페르시아) 등이 또 그렇다. 그러던 가운데 미국이 부상한다. 미국은 처음에는 지역질서의 주재자였지만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저자가 세계 질서 논의의 기초로 삼는 것은 1648년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이다. 유럽에서 신교(개신교)와 구교(가톨릭)의 충돌로 시작된 30년 전쟁은 유럽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희생된 뒤에 끝났다. 지칠대로 지친 참전국들은 서로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전반적인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협정을 맺었다. 유럽은 분할과 다양성이라는 베스트팔렌적 질서의 개념을 이후 식민지의 확산과 함께 세계에 퍼트렸다.
지역질서를 생각할 때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황제가 천하를 지배하는 정치적·문화적 위계질서를 얼마전까지 유지했다. ‘세계의 중심’인 중국으로부터 문화의 정도에 따라 세계의 야만 등급이 정해졌다. 이슬람은 신의 승인을 받은 지배체제를 세웠다고 생각했다. 이슬람적 세계관은 이슬람을 받아들이는 ‘우리’와 그렇지 않은 ‘그들’로 구분되고 그들은 우리의 확장 대상이었다. 미국은 이런 상황과는 달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신세계에 세워진 미국은 지배할 기존 체제가 없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세계에 확산하는 것을 신념으로 삼는 독특한 제국을 형성했다.
중국의 재부상에 따른 다극화의 세계질서에서 저자는 모든 질서가 ‘힘’과 ‘정당성’이라는 요소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힘이다. 하지만 힘만 있으면 모든 대립은 유혈충돌로 비화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성을 전파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절충하는 것이 정치가들의 임무라는 것이다. “보편적인 원칙을 세우려면 다른 지역의 역사와 문화 현실을 인정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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