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동 50도 넘어 ‘국가 마비’
▶ 난민들 용수 부족 최악 상태

이집트 카이로의 한 소년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길가에 고인 물 위에 누워 있다. [AP]
지구촌 전체가 설설 끓고 있다. 미 대륙과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이례적인 폭염이 들이닥치면서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인 가운데 올해는 또 다시 ‘역사상 가장 더운 해’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중동 지역 연일 50도 폭염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이 연일 50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국가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2도시인 제다는 지난달 최고 기온이 52도까지 치솟았고,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와 쿠웨이트 미트리바 역시 지난달 22일 낮 기온 54도를 기록하면서 동반구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잇따른 폭염에 이라크 정부가 임시 공휴일을 선포한 가운데 전력 사용량 폭증으로 대부분의 가정이나 사무실은 하루 12시간 이상 단전을 겪는 실정이다.
중동 지역의 혹서에 난민 등 취약계층은 냉방 시설은커녕 제대로 된 생활용수도 없이 위기에 처해 있다. 고향을 떠나 임시 대피소나 텐트에서 생활하는 난민들에게 더위를 잠재울 시원한 물은 상상조차 어렵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피해 바그다드 인근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아르칸 파르한(33)은 “공용 수도를 이용하다 장티푸스에 걸렸지만 열을 식히기 위해선 이 물로 아들을 목욕시킬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 등 아시아와 미국도
중동 국가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폭염으로 인한 신음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현도 39.2도를 기록하면서 8월 1~7일 사이 열사병으로 인한 환자가 6,500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라스베가스가 46도를 기록한 가운데 알래스카마저 이상 고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NN 방송은 알래스카 페어뱅스의 기온이 31도를 웃돌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7월에 발견되지 않던 야생 블루베리와 라스베리가 자라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래스카의 더위는 특히 6월 툰드라 숲의 화재로 이산화탄소가 대규모 방출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그 여파가 원거리 지역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도 섭씨로 40도에 달하는 폭염이 몰아닥치면서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1일 오후 3시(현지시간) 경북 영천의 낮 최고기온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39도까지 치솟는 등 최고 기록이 세워졌다. 이는 전날 경주에서 기록된 올해 최고기온 38.2도를 넘어선 것이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안동 37.8도 경주 37.7도, 의성 37.2도, 대구 37.1도, 영덕 36.7도 등이다. 무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으로는 경산 하양이 39.5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울릉도를 제외한 대구•경북 전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 측정으로는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기록한 곳도 수두룩하다.
■기후 관측 사상 최고 더운 해
사설 기상정보 업체인 웨더 언더그라운드 관계자는 “미국 전역에서 이렇게 더운 날씨가 이렇게 오래 이어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후예보센터의 지도는 정상 기온이나 이보다 높거나 낮은 지역을 다른 색깔로 표시해 주는데, 오는 8∼10월 예상 기온을 보여주는 지도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지역이 정상 기온 이상을 의미하는 오렌지 색깔 하나만을 보여주고 있다. 기후예보센터 관계자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WMO에 따르면 지구 기온과 해양 온도는 지난 6월까지 14개월 연속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NOAA도 지난 6월 세계 평균기온이 20세기 평균 6월 기온보다 0.9도 높았다며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매월 기온이 평균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북극과 그린란드 주변의 얼음도 평년보다 더 많이 녹고 있다.
■지구 온난화 가속화가 원인
올해 폭염은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엘니뇨 등 국지적인 현상보다는 지구 온난화 가속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올해 1~6월 세계 평균 기온을 분석한 결과 지속적으로 20세기 평균과 1도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역대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개빈 슈미츠 박사 역시 “고온 현상에는 일부 엘니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1960년대 이후 기온 상승의 거의 모든 원인은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며 지난해 12월 출범한 ‘파리기후협정’ 체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합의했으나, 사실상 협정 출범 첫해부터 상한선을 코 앞에 두게 된 상황이다. 영국 레딩대학의 기상학자 에드 호킨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 2, 3월에 이미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이 1.38도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ACR)의 벤 샌더슨 박사는 “전 세계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205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떨어뜨리면 겨우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기후가 새로운 표준 전망도
이같은 폭염과 함께 앞으로 수십년간 지구촌이 홍수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구 온난화가 강우 메커니즘을 바꿔놓았다는 분석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온대 저기압이 형성되는 빈도가 낮아지고 크기도 작아졌지만, 대신 저기압 중심부에 수증기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좁은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환경 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AP통신에 “우리는 이제 폭우와 홍수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이상기후 현상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구호단체 크리스천에이드는 “2030년이 되면 연간 홍수 피해에 노출되는 전 세계 인구가 8억2400만여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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