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에서 보고 싶어서” 등
▶ 감시카메라 설치 이유 다양

앤디 스미스의 테리어 루이지(앞쪽 가운데)가 애완견 데이케어에서 많은 개들 사이에 혼자 앉아 있다. [사진 Andy Smith]

애완견을 집에 두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펫 캠을 설치한다. 골든두들 테오가 혼자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Dan Graziano]

테리어종 반조는 6년째 주인 갈랜드 하우드의 물건을 파괴하고 있지만 한번도 펫 캠에 범죄현장이 찍히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Garland Harwood]
■ ‘펫캠’ 이용하면 궁금증 속시원히 해결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데 대부분 하루 종일 직장에 나가 일하느라 애완견을 집에 혼자 놔두고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은 독신뿐 아니라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다. 주인들은 강아지가 하루 종일 아무도 없는 집에서 뭘 하고 지내는지 무척 궁금할 수밖에 없다.
올 여름 나온 히트 영화 ‘애완동물의 비밀 생활’(The Secret Life of Pets)은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을 노린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다. 거기서 개들은 헤비메탈 음악도 듣고, 계란 거품기로 마사지도 하며, 요란한 파티를 여는가 하면 애니멀 컨트롤 트럭도 급습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견공들이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하다면 그걸 알아내는 일은 요즘에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메라가 있기 때문이다. 유모를 감시하는 내니 캠으로부터 애완동물을 지켜보는 펫 캠, 또한 시큐리티 시스템으로 설치된 실내 카메라까지, 첨단 기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요즘 세대에게는 애완견들이 홀로 남겨진 시간도 감시 대상이다.
그렇다면 애완동물들은 혼자 있는 아파트에서 무얼 하며 지낼까?
보통은 잠을 잔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개들은 깨어있을 때도 그저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영화 ‘애완동물의 비밀 생활’에서는 주인이 떠나고 나면 개들이 자신들만의 라이프를 즐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바나드 칼리지의 개 인지실험실 디렉터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말한다. 주인이 없을 때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이 되기보다는 주인이 빨리 돌아와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인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디지털 계통의 데스크 업무가 많은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지켜볼 수 있는 감시 카메라를 집에 설치해놓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개 산보시켜주는 사람이 제시간에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직장에서도 애완견이 보고 싶어서, 하루 종일 집에 혼자 놔두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서, 혹은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즐거운 소음이라 배경으로 깔아두고 있습니다. 내가 집에 없는 동안에도 개가 돌아다니거나 잠을 자는 것을 알면 마음의 평화가 유지되거든요”라고 애완견 상품의 광고 디렉터 데이브 스탱글(31)은 말했다.
개 산보 웹사이트 스위프토(Swifto)의 서비스 코오디네이터인 조 빅터는 그녀의 초컬릿 색 래바도어인 피클 버트가 자신이 없는 동안 사람과 똑같은 짓을 하며 지내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걸어 다니다가 카우치에 앉아서 TV도 보고, 다시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하더군요”라고 말한 빅터는 집에서 나올 때는 개를 위해 TV의 푸드 네트웍을 틀어놓는다.
“감시 카메라 회사들은 직장에서도 애완견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광고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나의 개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한쪽 코너에 혼자 앉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거든요”
‘개로 산다는 것’(Being a Dog)이란 책을 올 가을 출간할 예정인 개 과학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도 거기에 동의한다. 혼자 남겨진 개는 하루 종일 잠을 잔다고 말한 그녀는 “그러나 졸립거나 자야해서가 아니라 단지 할 일도, 자극도 없어서”라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임무가 있는 개들은 하루 종일이라도 돌아다니며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4시간씩 늘어져 자지 않지요. 보통은 할 일이 없어서 자는 겁니다”
그녀는 첫 번째 개의 동무를 만들어주려고 두 번째 개를 데려왔는데 결과적으로는 두 마리가 함께 궁둥이를 맞대고 엄청나게 잠을 자더라는 것이다.
펫캠은 때로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케이틀린 레시(23)는 어느 날 펫캠을 들여다보다가 애완견 코디가 앨러지 약병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았다.
“즉시 집으로 달려가서 개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지요”라고 말하고 다행히 서너 알밖에 먹지 않아 무사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뉴욕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사는 CNET 에디터 그라치아노(27)는 펫캠을 통해 자기 견공 테오가 혼자 있을 때 한 중요한 행위를 알게 됐다. 즉 마루 바닥에 대변을 보고는 먹어치운 것이다. 주인이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얼굴을 핥는 테오에게 그날 그라치아노는 말했다. “나는 네가 오늘 한 일을 알고 있단다. 그런 짓을 한 날에는 내 얼굴을 내줄 수가 없지”
경우에 따라서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앤디 스미스(34)는 자기 테리어 루이지를 애완견 데이케어에 보내는데 그 곳의 웹캠을 통해 가슴 아픈 장면을 보게 됐다.
“내가 화면을 들여다 볼 때마다 루이지는 40여마리나 되는 개들이 놀고 있는 큰 방에서 혼자 앉아 있는 거에요. 마치 놀이터에서 외톨이가 된 아이를 보는 심정이었답니다”
펫 캠으로 미스터리를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케이틀린 레시는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침실 바닥에 셔츠와 속옷들이 널려있는 것을 보게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이상해서 비디오를 돌려 보니, 서랍 한 귀퉁이에 셔츠의 한부분이 삐져나와 있었는데 코디가 그걸 물고 잡아 빼자 서랍이 열리고 그 안의 것을 모두 끌어낸 것이었다.
브로드웨이의 동물조련사 리디아 데로슈는 자신의 핏불 레드가 캐비넷을 열고 초컬릿 바 한 상자를 먹어치운 후 그를 감시하기 위해 펫 캠을 설치했다. 하루는 개를 산보시키러 갔더니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려있는걸 보게 됐다. 맛있는 더그 푸드의 부스러기들이 카우치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파에야 한 냄비는 엉망이 돼있었다. 카메라를 돌려서 보자 범인 레드가 나타났다. 주둥이 코로 냉장고 문을 밀어서 열더니 입에 더그 푸드를 물고는 카우치로 올라가 먹어대는 모습이었다.
때로는 펫 캠을 통해 애완견의 낮 생활 미스터리가 더욱 더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프로덕트 디렉터 리처드 블레이클리는 전화를 통해 모션 경보를 받았다. 얼른 카메라를 틀어보니 자신의 개 베이글이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그는 이 모습을 2분짜리 영상(제목 ‘Richard Blakeley has a dog named Bagel that goes crazy’)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거기서 베이글은 카우치에 뛰어올라 쿠션들 사이를 미친 듯이 파헤치고는 울부짖는다. 그리고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뛰어 올라 먹이를 뒤쫓는 맹수처럼 카우치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가지 계속 내달리고 또 달린다. 곧 이어 마구 짖고 울부짖은 다음 미친 듯이 카우치를 파헤치더니 다른 의자로 넘어간 후 화면에서 사라진다.
“나의 개가 저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요. 한 번도 저런 적이 없었거든요. 베이글은 아주 조신한 개랍니다”라고 블레이클리는 말했다.
그의 아내 린지 카플란은 이에 대해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았다. “상상 속의 다람쥐를 쫓는 거에요”
<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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