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된 첫날부터 장벽설치 “불법이민자 사면 없을 것”
▶ 클린턴은 불체자 구제 고수, 히스패닉 인사들 지지 철회
올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민 정책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31일 모든 불법이민자 추방 및 거대한 장벽 건설을 골자로 한 초강경 ‘반이민 공약’을 공식 발표(본보 1일자 A1면 보도)하고, 이에 대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측이 맹공을 퍼부으면서 양측 간의 대립 전선이 더욱 선명해졌다.
더욱이 트럼프의 반이민공약에 실망한 일부 주요 히스패닉계 인사들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어 이민 공약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전날 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한 이민정책 연설을 통해 “미국에 사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더는 사면은 없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된 첫날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을 쫓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불법 이민자들이 법적 지위를 얻으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것은 모국으로 돌아가 내가 제시하는 새로운 이민 시스템하에 적법하게 재입국하는 것”이라며 거대한 장벽 건설, 이민심사 시 사상검증, 불법 이민자 추방 태스크포스 설치 등 불법이민 근절에 관한 10개 항목의 조치를 제시했다.
트럼프는 이민정책 발표에 앞서 오후 멕시코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불법이민자 추방 및 장벽 건설 방침을 ‘통첩’했다.
이는 공화당 경선 때 제시한 반이민 기조를 본선 공약으로 사실상 그대로 확정한 것으로, 주변의 조언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본선을 치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초강경 반이민 공약 덕분에 경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본선 들어 히스패닉 등 소수계 끌어안기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민공약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지지자들 사이에서 찬반 양론이 엇갈리며 논란만 거세지자 다시 ‘불법이민자 사면 절대불가’라는 원칙론으로 돌아섰다.
이미 민주당 지지층으로 돌아선 히스패닉계 대신 확실한 ‘집토끼’, 즉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인 백인 중산층 및 하층 노동자부터 단도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강경 지지자들은 최근 이민공약 완화 가능성에 대놓고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에 대해 클린턴 캠프의 라티노 담당 로렐라 프랠리 국장은 1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지금껏 가장 암울한 연설을 통해 반이민정책에 대한 언행을 더욱 노골화했다”면서 “사람들을 서로 대립하게 해 분열시키고 이민자들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는 모든 불법 이민자를 강제로 추방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자신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분열적 태도와 증오에 가득 찬 선거 캠페인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자신의 이상, 즉 이민자들은 이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무고한 가족들은 서로 찢어져야 한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이번 대선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또 무엇이 걸려있는지를 아주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얻고 있는 클린턴은 현재 불법이민자 구제 등 관대한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양측은 앞으로 남은 기간 1,100만명에 달하는 미국내 불법 이민자 처리 등 이민정책을 놓고 충돌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이번 사안이 과연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에 따라 대선판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외견상 클린턴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다. 클린턴의 히스패닉 지지기반이 더욱 공고해 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 트럼프의 이민정책 연설 이후 ‘트럼프 히스패닉 자문위원회’ 일원이었던 텍사스 주 휴스턴 변호사 출신 제이콥 몬티는 위원회를 전격 탈퇴했고, ‘보수원칙을 위한 라티노 파트너십’의 알폰소 아귈라 회장을 비롯한 다른 주요 히스패닉 단체의 인사들도 지지철회를 고심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히스패닉 인구는 2014년 기준으로 5,541만 명(전체 인구의 17.4%)에 달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크다.
물론 ‘클린턴 유리’ 전망과 달리 트럼프의 초강경 이민공약이 백인 노동자 및 중산층의 결집을 초래해 그의 지지율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역대로 히스패닉 등 소수계의 경우 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단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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