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야당 “1919년 건국”

역사학계 원로 및 학회 대표자들이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건국절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여야 정치권의 ‘건국절’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언급한 뒤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규정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전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건국절 제정안 발의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건국절은 보수•진보 세력 간에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현안이어서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여야의 ‘역사 전쟁’이란 지적도 나온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건국 논쟁이 잠잠해졌다가 다시 점화된 계기는 최근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이다. 박 대통령이 ‘건국 68주년’을 언급하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즉각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주장은 자가당착”이라고 반박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8•15 건국론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1948년 8월15일에 이르러서야 국가의 3요소인 ‘영토, 국민, 주권’을 모두 충족했으므로 이날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당 소속 의원들에게 8월15일을 ‘광복절 및 건국절’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동발의 요청문을 돌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당은 건국절 법제화 꿈도 꾸지 말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1948년 8월15일은 정부 수립일이고,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건국절’ 반대 논리는 현행 헌법과 제헌헌법에서 출발한다. 제헌헌법 전문에는 ‘기미 삼일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당은 1948년 대한민국이 실질적으로 건국됐다는 점을, 야당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공식 건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남북 분단은 됐지만 자유민주주의 기조 아래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 정통 국가란 점을 각인하자는 게 여당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친일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분단된 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보다는 독립운동의 뿌리인 임시정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야가 대선 전략 차원에서 역사 문제에 접근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면서 1948년 ‘건국’ 규정에 대해 과도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나 건국절 제정을 시도하는 것 모두 국론 분열을 초래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어떤 역사이든 사실은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해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데 대해 ‘건국’ 또는 ‘재건’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굳이 8•15 광복절에 ‘건국절’을 덧붙이는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도 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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