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분석…미국 우방들 불안 부채질 전략
▶ “G20 정상회의 때 오바마 활주로 홀대가 상징적”
중국의 대미정책 목표가 슈퍼파워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데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분석했다.
WSJ은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중국 항저우에 도착할 때 불거진 소동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릴 때 활주로에서 평소 이용하는 이동식 계단 대신 전용기에 딸린 작은 계단을 이용했다. 레드 카펫을 밟지도 못했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오바마 대통령을 일부러 홀대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다.
중국 외교부는 전용기에 동승한 미국 취재진의 무질서한 행동 때문에 작은 계단을 선택했으며 의도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미국 기자들은 중국이 취재진 통제선을 일방적으로 쳐놓고 관례대로 움직이던 자신들을 규제했다며 항변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오바마 대통령이 지구촌 최강국 지도자의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대접을 받았다는 평가는 무더기로 쏟아졌다.
WSJ은 중국의 노림수가 바로 이런 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란과의 핵 합의, 기후변화 협약, 북한에 대한 제재와 같은 굵은 맥락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큰 외교무대의 뒤에는 이번 활주로 사태에서 보듯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중국의 성장을 뽐내려는 자잘한 모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이 역내에 있는 미국의 우방이나 자국 내의 미국 기업을 괴롭히는 관행도 미국의 위신을 깎아내리기 위해 궤를 함께하는 전략으로 지적됐다.
WSJ은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중국의 단기적 전략은 지역의 패권을 접수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패권을 약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군사 굴기'(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지만 미국 군사력에는 아직 비할 바가 아니고 정면대결을 고려할 처지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보듯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은 패권국다운 두 축을 자랑하고 있다.
잠재적 적의 도발을 억지하는 것이 한 축이고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신속하고 가장 강력하게 지원에 나선다는 것을 우방에게 확신시키는 게 다른 한 축이다.
WSJ은 중국의 전략은 그에 반해 미국의 우방들을 상대로 미국의 지원에 대한 불신 풍조를 퍼뜨려 미국 전략을 와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유권 다툼이 불어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미국과 경고에 반하는 행동을 되풀이해 우방을 불안하게 하는 까닭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기존 방침을 전혀 굽히지 않았다.
WSJ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흔들리는 것을 시 주석이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 태평양을 한 경제권으로 묶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인 TPP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백지화 방침을 밝히고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난색을 드러내 위기를 맞은 상태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활주로 사건의 의미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정작 걱정해야 할 중요 사안은 우방들이 미국의 스태미나를 걱정하고 중국이 이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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