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는 이야기/ 뉴욕한인의사협회 김성엽 회장
그는 250여 한인의료진들이 함께하는 모임의 수장이다. 한인사회에 협회를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회원 모두는 항상 환자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양질의 의료진단 서비스를 제공함도 적극 홍보한다. 한인 모두가 각 분야의 전문의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조언을 얻거나 간단한 의학상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혈관외과 전문의다. 치료보다 예방을 더욱 강조한다. 조기와 정기검진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하는 외과의사다. 늘 질환에 대한 이해와 수술방법, 치료 후 증상 등을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변함없이 환자에게 정성을 다한다. 그의 목표는 질환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도 치유하는 의술과 인술을 펼치는 ‘인간적인 최고의 의사’가 꿈이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한인의사협회 김성엽(37) 회장이다.
남미에서 보낸 학창시절
그는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5세 때 고국을 떠났다. 부모, 형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민. 그곳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도 없었다. 문화적 차이가 힘들었다. 활달한 성격에 스포츠를 좋아해 적응할 수 있었다. 중, 고교 시절에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축구선수가 꿈은 아니었다. 국제정치와 시사에 관심이 많았다. 사업가나 정치가가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일요일마다 3시간씩 신문을 탐독했다. 현재도 한국, 미국, 남미 등 전 세계의 신문을 빠짐없이 읽는다. 어린 시절 신문을 보던 습관 덕분이다.
그런 습관 덕분에 한국어, 스페니쉬, 불어 등의 언어에 남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학창시절 배운 각국 언어실력을 그 나라의 신문을 보면서 튼실하게 키워 왔기 때문.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났지만 한국말도 여전히 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영어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96년 보스턴에서 2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했다. 그 후 뉴욕에서도 6개월 정도 어학연수 코스를 거쳐 미국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전공은 바이올로지와 국제정치학으로 택했다. 정치가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함이었다. 여전히 걸림돌이었던 영어는 일요일마다 뉴욕타임스 일요판의 국제정치면을 빠짐없이 읽고 또 읽으면서 극복해 나갔다. 그렇게 남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뉴욕에서 꿈을 이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아프리카 봉사로 외과의사의 꿈을
그는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아프리카 가나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장래 정치가가 되기 위해 아프리카의 실상을 확인하고 경험함으로써 국제적인 견문을 넓히고 싶어서다. 하지만 봉사 자체의 목적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캠페인. 의학도는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7명의 자원봉사요원들과 함께 의료봉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쿠바의사가 AIDS 환자수술을 하는데 필요한 어시던트를 찾고 있었다. 다행히 여성봉사자 가운데 의대 본과 3학년이 있었다. 문제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위험하다고 수술 보조를 거부한 것. 그 때 그가 보조자로 나섰다. 그것을 계기로 2개월 동안 쿠바 외과의사에게 ‘의학의 세계’와 ‘기본 의술(?)’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수술 칼 하나로 생명을 구하는 외과 의사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 때부터 외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외과의사의 꿈을 갖게 된 그는 의대공부를 시작했다. 정치가의 꿈을 버릴 수는 없어 부전공으로 했다. 의대에 진학해서는 제대로 된 학문연구에도 뜻을 품었다. 오전에는 의대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연구소에서 일을 했다. 도서실에서 잠을 자며 살다시피 했다. 그렇게 NYU 의대를 졸업하고 NYU 의대에서 혈관외과 임상연구를 했다. 혈관외과 전문의는 마운트사이나이 대학에서 수료했다. 무엇보다 남들이 7-9년 걸리던 전문의를 5년 만에 수료할 수 있었다. 그 후 2013년부터 현재까지 마운트사이나이 혈관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무료건강검진과 장학사업’
뉴욕한인의사협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6-7년 전 마운트사이나이 펠로우십 당시 김상현 교수의 권유에 의해서다. 그 후 몇 년 동안 협회 일에 참여했다. 지난 2월부터는 회장을 맡게 됐다.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한인 젊은 세대의 회원들이 많아지면서 2세 같은 1.5세로서 협회를 이끌어가게 된 것.
1년의 임기를 절반 이상 지낸 그는 회원 간의 친목도모와 정보교환 등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기울였다. 각 분야의 한인 전문의들이 한인의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훌륭한 능력으로 한인사회에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널리 홍보하는데도 주력했다.
그는 한인사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무료건강검진 행사를 올해는 한인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지난 2일에 이어 오는 9일에도 행사를 진행하는 것. 지난 2일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를 토대로 정밀검사 및 전문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한 이유다. 참가자 편리를 위해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다수의 한인 전문의들도 상담자로 배치했다.
이번 행사에서 치매검사를 한 것처럼 오는 9일 행사에도 다른 무료 건강검진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검사를 마련했단다. 유방암 검사, 전리선암 검진은 기본이고 수면무호흡증 진료, 갑상선에 관한 초음파 검사와 심전도, 청력측정, 치질 검사 등도 실시한다. 뉴욕대학(NYU) 치대 재학생들도 참여 구강검진 및 상담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그는 “매년 협회는 간호사협회와 함께 한인사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연중행사로 무료건강검진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9일에는 경동맥, 대동맥, 하지동맥 등 혈관질환 검진을 위해 새로운 최첨단 의료기기를 들고 직접 행사에 참여한다”고 귀띔한다.
그는 협회 활동의 가장 큰 보람이자 자부심으로 장학행사를 꼽는다. 비전 있는 한인 2세들을 발굴해 지난 10년 동안 매년 2만-2만5,000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한 장학 사업이야 말로 의사로서 한인사회에 무엇인가를 환원할 수 있는 뜻 깊은 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굴하지 않고 부모들을 도와주면서도 자신들의 꿈과 소망을 이루기 위해 좋은 성적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한인 2세들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할 정도의 감동도 느낀다.
그는 장학생 대상을 회원자녀나 의학전공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며 협회 재정이 더욱 든든해져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장학금을 수여할 수 있기를 늘 바라고 있다.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자극’
그는 혈관외과 전문의다. 진료과목은 대동맥, 경동맥(목동맥), 하지정맥, 말초동맥(다리동맥) 질환 등. 이런 질환을 수술하지 않고 혈관 내 시술을 통한 스텐트 삽입, 풍선확장,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 등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막힌 혈관을 직접 뚫거나, 감염을 막기 위해 항암 치료제가 가미된 풍선 확장 시술 등 새로운 시술도 하고 있다.
혈관 외과 전문의로 중요시 여기는 것은 ‘혈관 질환의 조기 검진’이다. 요즘은 초음파를 이용한 간단한 방법으로 5-10분이면 혈관질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여겼다가 치명적인 병이나 사망에까지 이르는 한인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동맥 질환을 뇌졸중 등 뇌기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부정맥과 심근경색증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동맥질환은 대부분 증상 없이 사망에까지 이룰 수 있어 조기검진과 전문의 치료가 필수임을 강조한다.
그는 “혈관질환은 간단한 초음파 검사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평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그리고 가족병력이 있으면 꼭 조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매시간을 극적으로 보내고 있는 그는 혈관외과 전문의의 장점을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으로 꼽는다. 그에겐 수술이 스트레스가 아닌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자극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 외과 의사를 택하게 된 이유도 역시 그렇다. 수술 칼 하나로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깊은 인상에 빠졌기 때문. 그래서 지금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는 환자를 살린다는 의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더욱 힘들고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비록 고된 삶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자’를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는 그는 2010년 친구와의 자리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1년의 연애를 거쳐 결혼했다. 외모와 성격은 물론 지적능력과 생각하는 관점이 맞는 매력에 빠져 1개월 만에 프로 포즈를 할 정도의 현재 아내와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아직도 전 세계의 신문을 보는 것이 습관이며 골프, 자전거, 러닝 등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의 스트레스를 아내와의 데이트, 아이들과의 여행 등 가족들과의 즐거움으로 풀고 있다는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가족의 즐거움을 행복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제일 친한 친구와 만나 가장 친한 친구로 살아가는 것을 결혼으로 여길 정도로 매우 가정적인 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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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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