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파문’의 중심이 된 문재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참여정부 당시 버시바우 대사 미 국무부에 전보
송민순 전장관 회고록중 ‘북에 사전의견’ 내용 뒷받침
당시 청와대비서관 “기권 결정후 북에 통보” 반박
한국 정부가 2007년 제62차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기존 찬성 입장을 돌연 바꿔 기권한 뒤 당시 변화에 의아해 하는 미국 정부에 노무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표결 불과 2시간 전에 내려졌다”(made just two hours before the vote) “고 설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한 미국대사관(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이 2007년 12월5일 워싱턴 D.C. 국무부에 보낸 전보에 따르면 장현철 당시 외교통상부 인권사회과 차장은 하루 전인 4일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국무부의 ‘데마쉬’(demarche:외교상 항의•요구)를 전달한 미 대사관 정치담당 직원(Poloff)에게 이 같이 밝혔다.
이는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담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내용 일부를 뒷받침 하는 외교문건으로 현재 한국에서 일고 있는 “기권 결정 시기” 논쟁에 또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 미국대사관 전보
버시바우 대사는 ‘유엔총회에 뒤따른 외교상 항의•요구 전달’(UNGA FOLLOW UP DEMARCHE DELIVERED)이라는 제목의 전보에서 “정치담당 직원이 4일 외교통상부의 인권사회과 차장 장현철과 1등 서기관 김필우에게 ‘국무부지시 관련전보’(reftel) 사안들을 전달했다”며 “장 (차장)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한국정부의 기권 결정이 외교통상부내와 다른 정부 부처들 사이의 ‘고통스러운 토의들’(painful discussions) 이후에서야 내려졌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전보는 그러면서 “장 (차장)은 한국정부가 결의안에 찬성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외교통상부의 견해에 반해 다른 한국정부 부처들이 안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송민순 외교장관은 이 문제(찬성표 행사)를 위해 ‘애써 싸웠다’(fought hard)는 보고들을 언급했다”며 “장 (차장)은 한국정부가 이르게는 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공식 상정된 11월8일 이미 초안 문안을 보았고 그 뿐만이 아니라 앞서 문안에 한국정부의 견해를 포함시키기 위해 유럽연합(EU) 동료들과 협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보는 이어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권하기로 하는 최종 결정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 표결 불과 2시간 전에 내려졌다고 장 (차장)이 말했다”며 “한국 정부가 이제 이 문제에 대한 공식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조만간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결의안이 다뤄질 때까지도 계속 같은 입장을 지킬 것”이라고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7년 12월5일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에 보낸 전보. <출처=위키리크스>
■미국의 ‘데마쉬’
유럽연합과 일본은 2007년 11월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2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북한인권결의를 공식 상정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 일본과 미국은 결의안 통과를 위해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관에 상대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해 ‘데마쉬’ 전달을 지시했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찬 위튼 미 북한인권차석특사는 11월5일 유럽연합의 북한인권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네덜란드 정부의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위튼 차석특사는 네덜란드의 아드리안 팜 동아시아국장, 거브란드 비셔 한국담당, 요리스 기벤 인권정책담당관과 함께한 자리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지지 입장을 전달했다.
주네덜란드 미국대사관은 2007년 11월13일 미 국무부에 보낸 이 회의 결과 보고 전보에서 “기벤 인권정책담당관은 위튼 차석대사에게 유럽연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11월2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제출된 사실을 주목한 뒤 문안 내용이 좋다, 한국 민간비영리단체들(NGOs)의 노력 덕분으로 한국정부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최소한 2007년 11월5일까지만 해도 외교접촉에서 유엔총회 제3위원회 표결에 부쳐질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미국 정부에 결의안 초안 마련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유럽연합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힌 정현철 당시 외교통상부 인권사회과 차장의 말을 뒷밭침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또 당시 노무현 정부가 2007년 11월5일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 표결에 부쳐진 같은 달 20일(뉴욕시간) 약 2주 사이에 돌연 찬성 입장을 반대 입장으로 바꾼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이다.
제62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2007년 11월20일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7표, 반대 23표, 기권 60표로 통과시켰으며 같은 해 12월18일 유엔총회 전체회의는 이 결의안을 찬성 101표, 반대 22표, 기권 59표로 채택했다. 한국은 이들 표결에 기권을 행사했다. 한국은 1년 전 2006년 12월19일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9표, 반대 21표, 기권 56표로 통과시킨 제61차 유엔총회에서는 찬성표를 던졌었다.
■송민순 회고록
이와 관련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내놓은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지난 2007년 유엔총회 제3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한 뒤 기권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은 당시 표결을 앞두고 찬성을 주장한 자신과 기권을 주장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맞선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2007년 11월15일 백종천 실장 주제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서로의 입장이 충돌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자 하루 뒤인 1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회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회의에서도 서로의 대립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해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문재인 비서실장이 회의를 다시 소집했고 그 자리에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으며 이에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이재정 장관, 백종천 실장이 찬성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서는 20일 저녁 ‘동남아국가연합’(ASEAN+3)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동행한 자신을 현지 숙소에 불렀고 그 자리에서 백종천 실장이 반대 입장을 밝힌 북한 반응이 담긴 쪽지를 자신에게 건네줬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묻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 뒤 유엔총회 표결(20일 뉴욕시간)에 기권 행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회고록 내용 반발
이에 야권 대선후보로 논의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그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 11월16일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으로 결정됐다”며 송민순 장관의 “북한 의견 사전확인”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그는 또 이처럼 “기권하기로 결정한 사안을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북간 다양한 대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북에 전달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도 “2007년 11월16일 회의에서 기권이 결정됐지만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지속적인 결의안 찬성 주장으로 21일(싱가포르 시간)에 최종 발표된 것”이라며 “20일 저녁 대통령이 백종천 안보정책 실장과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을 불러 송 장관을 최종 설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07년 11월2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 회의 당시 청와대 언론브리핑 기록은 천호선 대변인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최종 결의안이 들어오면 그것을 보고 우리가 결정하기로 했다”며 “아직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돼있다. yishin@koreatimes.com
<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