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치신 아버지는 학생운동을 한 기록 때문에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었다고 언젠가 내게 말씀해 주셨다.
부산 출신의 친구가 여자 친구의 조건으로 전라도 출신만 아니면 된다고 한 말에 고향이 광주인 것이 남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항일운동의 불을 지핀 광주학생항일운동과 한국 민주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곳이 내 고향 광주라는 것, 그리고 아버지가 그 곳에서 학생운동을 하셨다는 것은 나에게는 자랑스러움이 되었다. 그런 자랑스러움을 나 역시 내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트럼프와 힐러리가 나왔을 때 그들의 자식들은 부모가 정말 대통령감이라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도저히 존경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이 이 나라와 내 조국에서 대통령이 될꺼구 또 여전히 대통령으로 있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고민되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촛불집회와 성명서에 서명을 하고 동참을 해서 나의 목소리를 보태야 하는 건지. 그런다고 과연 달라질 것은 있는 건지. 밤새 절망으로 바뀐 선거결과와 더불어 한국에서 들려오는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을 답이라 결론 내렸다.
이럴수록 나부터 정의를 알아 악을 미워하고 선을 기뻐하여 내 가족이라도 옳은 길을 가도록 이끌어가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아이비리그를 가고 돈을 벌고 명예를 얻는 삶이 나의 삶과 내 가족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내가 아버지와 내 고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듯 내 모습이 내 아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사는 이곳에서 나를 먼저 바로잡고 세워야 한다고.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시대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왜 공부를 하는지, 공부해서 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그 영향은 인류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TV에 나온 트럼프를 보면서, 내 아이를 위해서는 엄마인 나부터 혼란스러운 세상 안에서 끊임없이 옳음과 선을 찾아 나아가는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 때는 부모님 속도 많이 태우고, 세상에 빛과 소금은커녕 시기와 질투로 남을 누르며 날 빛내려는데 목표를 두고 살아오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을 변화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매일 나를 채찍질해서 과거로부터 단절하고 새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 내가 깨어있고 우리가 깨어있으면 지금의 암울함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상식이 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
트럼프도 나도 어쩌면 오십보 백보의 인간일 수 있다. 그를 손가락질하는 에너지를 나를 알고 정의를 실천하는데 써야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공부하며 진리를 알아가는 하루를, 아는 것이 삶에 실천되는 매일을 다시 허리를 동여매고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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