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4억5,600만 달러 투입” 발표, 전선·자재·플러밍 등 노후해서 화재 취약
▶ 여왕 주거지 윈저 성 웨스트민스터 궁전도, 일부“국고 낭비”비판

영국 왕실의 대명사인 버킹엄 궁전이 내년 4월부터 10년에 걸친 개보수작업에 들어간다. 4억5,600만 달러가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진 Tim Ireland/AP>
한인 여행사를 통해 유럽여행을 떠나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 런던, 여기서 반드시 들르게 되는 명소가 버킹검 궁전(Buckingham Palace)이다.
이 궁전은 1703년 버킹엄 공작 존 셰필드가 뽕나무 밭을 구입하여 지은 버킹엄 하우스(Buckingham House)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보잘 것 없는 벽돌로 지은 저택이었으나 1761년 조지 3세가 왕비 샤를로트를 위해 이 저택을 구입한 이후 왕궁으로 사용되어왔다.
이어 왕위에 오른 조지 4세는 건축가 존 내시의 충고에 따라 벽돌집이었던 버킹엄 하우스를 석재로 장식하여 외관을 바꾸고 정문을 설치하면서 네오클래식 양식의 궁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1837년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식 때에 궁전으로 격상되었고, 이후 증개축 공사가 계속되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영국 군주의 공식적인 사무실 및 주거지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영국 왕실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의 버킹엄 궁전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시설이 노후하여 금방이라도 어느 구석이 내려앉을지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일러는 터지기 일보직전이고, 수도관은 늘어졌으며, 60년 된 케이블은 언제 화재의 원인이 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살고 있는 버킹엄 궁전은 “화재와 홍수 등의 재난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상태가 아주 나빠서 개보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영국 정부는 내년 4월부터 10년 계획으로 3억6,900만 파운드(4억5,600만 달러)를 들여 보수작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보수 프로젝트에는 버킹엄 궁전만큼이나 대단히 노후한 웨스트민스터 궁전(영국 국회의사당)도 포함돼 있다.
개보수 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궁전에 계속 머물며 공식적인 업무와 의식을 주재할 예정이다.
영국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버킹엄 궁전 외에도 몇 군데 공식 주거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윈저 성(Windsor Castle)이다. 여왕은 주말에는 대부분 윈저 성에서 국정을 돌볼 뿐만아니라 개인적인 여가시간도 보내고 있는데 이 성은 지난 1992년에 막대한 화재 피해를 입었다.
이 화재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이번 개보수 작업은 그 경험이 교훈이 되어 내려진 것이라고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즉 버킹엄 궁전의 한쪽 동에서 윈저 성과 비슷한 화재가 발생한다면 2억5,000만 파운드의 피해가 생길 것이란 관측에 의해 이번 프로젝트가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현재 버킹엄 궁전은 대부분의 전선이 너무 노후한 상태로, 당장 교체하지 않으면 화재와 전력 중단의 위험이 대단히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 중 일부 전선은 60년이 넘은 시스템이라 긴급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궁전의 보일러 시스템 역시 1980년대 초에 만들어진 것이라 지금은 그 부품을 구할 수도 없어서 노후한 부분의 보수가 대단히 힘든 실정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궁전의 난방 시스템을 잘 유지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궁전 내 전시된 수많은 예술작품들의 적절한 보관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버킹엄 궁전은 호수와 대정원, 무도회장, 음악당, 미술관, 접견실과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는 방대한 궁이다. 이곳의 방수는 무려 775개에 달한다. 19개의 대접견실(state rooms), 52개의 왕족 및 손님용 침실, 188개의 스태프용 침실, 92개의 사무실, 78개의 욕실 등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교체돼야 할 전선 케이블링은 100마일이나 되고, 벽에 부착된 6,500개의 전기 콘센트, 5,000개의 조명기구, 330개의 퓨즈 박스 등을 갈아야 한다. 플러밍 작업도 엄청나서 2,500개의 라지에타와 500개의 욕실 장비를 새로 갈아 설치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7.4에이커의 마루바닥을 뜯어내고 새로 깔아야 하는 작업도 기다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 형편이 근년 들어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처럼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하는 궁전 개보수 작업에 대해 국민들이 모두 찬성한 것은 아니다.
전통 군주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 ‘리퍼블릭’의 행정 대표 그래함 스미스는 “버킹엄 궁전 개보수를 앞두고 말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하고 “여왕이 자산과 지원금을 잘못 운용했기 때문이 궁전이 오늘날 그 모양으로 낡은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 논란이 제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민 모두가 예산 삭감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여왕과 궁전은 납세자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착복해 사용하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입장은 그만한 예산을 사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버킹엄 궁전과 군주제는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아직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 이 궁전을 찾는 사람이 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들이 이 나라를 방문하는 이유는 우리의 문화와 유산, 그리고 왕정의 전통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관광객들이 일년에 수십억 파운드의 돈을 소비하기 때문에 수천개의 일자리도 보장되는 것이죠”라고 말한 영국 재무부의 데이빗 고키 비서실장은 “우리나라의 위대한 건물들은 건축의 특별함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가치 때문에도 다음 세대를 위해 보호해야할 귀중한 자산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버킹엄 궁의 개보수작업에는 노후한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포함돼있다. 지난 24일 추수감사절 미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 Kirsty Wigglesworth/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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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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