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가방, 대통령 확인하는 장치-문서들 담겨 있어

지난 2015년 9월 당시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란 핵 협상 반대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과연 ‘핵 단추’를 맡길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아직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당시,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좀처럼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풋볼’과도 같은 돌출적 성격의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그는 실제로 대통령 당선자가 돼 내년 1월20일이면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 꼭 50일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지금도 이같은 질문은 유효하다.
▦24시간 핵 가방 휴대
미국 대통령에게는 하루 24시간 핵 가방이 따라다닌다. 대통령이 어느 장소, 어느 상황에 있건 언제라도 핵 공격 명령을 내릴 수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도 내년 1월20일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순간, 곧바로 ‘풋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핵 가방을 든 요원이 그의 곁에 바짝 따라붙는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위가 위협 받는 만약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혼자 핵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대통령이 일단 결정하면 그 어느 누구의 제지를 받지 않고 수백발의 핵탄두를 쏠 수 있다. 미국의 군사 분야 연구기관인 무기통제협회(ACA)의 킹스톤 리프에 따르면 대통령의 핵 공격 명령은 오로지 핵무기를 운용하는 군의 반란이나, 핵 공격 명령 지휘 계통의 누군가가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에만 막을 수 있다.
▦핵 가방의 정체는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핵 가방에 핵 단추가 달려 있는 건 아니다. 핵 가방 안에는 핵공격 명령을 이행하기 전 미국 대통령임을 확인하는 장치와 문서들이 담겨 있다.
백악관 군사실(WHMO)의 빌 걸리 국장의 저서인 ‘브레이킹 커버’에 따르면 핵 가방에는 ▶핵공격 옵션들을 나열한 검은 색 책자와 ▶가로 3인치, 세로 5인치 크기의 대통령 진위 여부 식별카드 ▶핵공격 시 대통령이 피할 수 있는 안전벙커 리스트 ▶비상 방송 사용 안내 등 모두 4가지가 들어있다.
미국 대통령은 만약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 핵 가방을 이용해 핵 공격 여부를 15분 내에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핵 가방은 안전한가
트럼프 당선자에게 핵 가방을 믿고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선거 운동 기간 중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 연설에서 “과연 트럼프를 믿고 핵 코드를 넘길 수 있나”라고까지 했다.
전직 핵미사일 발사 담당 장교였던 브루스 블레어는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는 성격이 급하고 공격적인 성향임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핵 전쟁 위기가 닥쳤을 때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폭발하기 쉬운 성격은 신뢰하기 어렵다. 올바른 결정을 내릴 거라고 믿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실제로 핵 공격과 관련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발언을 해 왔다. 그는 지난 3월 MSNBC의 간판앵커 크리스 매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IS)의 누군가가 우리를 공격하는 데도 핵무기로 반격하지 못한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했었다.
▦트럼프의 핵 정책은
트럼프 당선자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맺은 기존 협상을 ‘폐기하거나 적어도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지난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협상에 대해 “지금까지 봤던 협상 중 가장 졸속으로 처리됐다”며 자신이 취임하면 이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과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경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3월2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다. 미국이 만약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로부터 사흘 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는 “북한이나 파키스탄, 중국도 이미 핵무기를 지니고 있다. 이란도 10년 이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다. 일정 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미치광이’에 맞서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론 발언은 미국이 ‘강대국 위주의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주도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포함한 비핵화 정책을 정면으로 파기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트럼프 진영의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 핵우산에 참여하지 않으면 독자 핵무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핵무장을 지지한 게 아니라 협상 포인트를 거론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공약 바뀌나
그러나 그는 며칠 후 “그들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본다. 나는 그러나 (일본이나 한국을 핵우산 아래 보호하기 위해)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돈을 계속 쏟아 붇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북한에 대한 방어는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NBC의 ‘투데이 쇼’에 출연해서는 “핵무기는 맨 마지막 사용 수단이다.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방아쇠를 당기면서 즐거워하는 그럼 사람이 아니다”라고 뒤로 물러섰다.
또 대선이 끝난 후에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꾸었다. 선거 기간에 표심을 얻기 위해 면밀한 분석 없이 내뱉은 안보 공약을 철회하는 출구전략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3일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트윗에 “뉴욕타임스는 내가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면서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트윗은 미국 언론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 데 대해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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