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 반기문 총장 시대 유엔 10년
이달 31일 이임하는 반기문(왼쪽)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전 뉴욕 유엔본부 총회 본회의에서 선서식을 마친 안토니오 구테레스 차기 사무총장 임명자와 함께 기념사진 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엔>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이 이달 31일 퇴임하면서 그가 지난 10년 동안 진두지휘한 “반의 유엔”(Ban’s UN) 시대가 막을 내린다,유엔 설립 이후 최초의 한국인으로서 유엔 사무총장에 임명된 그는 2007년 1월1일 뉴욕 유엔본부 사무국 건물 38층 집무실에 들어선 뒤 5년 임기를 연임하며 193개 회원국이 가입해있는 국제연합 기구를 대표해왔다.
유엔 총회 결의안 채택
임기 첫날부터 세계 곳곳에서 발생, 또는 지속돼온 내분내란, 무력도발, 전쟁과 인권탄압, 인·자연적 재난재해, 인도주의적 긴급사태와 사회경제 개발 문제 등을 고스란히 숙제로 넘겨받은 반 총장의 10년간 노력 및 성과를 평가한 국제 언론 “성적표”(report card)는 낙제인 F 학점에서 최우수 A 점까지 엇갈린다.
그러나 2차례에 걸쳐 그를 유엔 총수로 추천한 안전보장이사회(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와 그에게 사무총장 직위를 맡긴 총회만큼은 곧 졸업을 앞둔 반 총장을 뛰어난 우등생으로 후하게 채점했다.
유엔 총회는 12일 오전 10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 60회 본회의 열어 반 총장의 지난 10년 활동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는 결의안(A/71/L.40)을 ‘만장의 갈채’(acclamation)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세계 5개 지역 국가들을 대표한 부르키나파소(아프리카), 라오스(아시아와 태평양), 라트비아(동유럽), 코스타리카(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와 스웨덴(서유럽과 그 이외)이 공동 발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경의’(Tribute to Mr. Ban Ki-moon, Secretary-General of the United Nations)라는 제목의 결의안이 채택된 뒤 피터 톰슨 총회의장에 이어 공동 발의국가들의 유엔주재 대사와 유엔 호스트 국가(host country) 대표 자격으로 사만타 파워 주유엔 미국대표부 대사가 각각 반 총장의 공적을 평가하고 감사를 표하는 연설에 나섰으며 이에 반 총장은 화답으로 ‘고별연설’을 했다. <본보 2016년 12월13일자 A2면>
열렬한 경의와 깊은 감사
총회 결의는 반 총장이 임기 중 “기구(유엔)에 제공한 꾸준한 노력과 헌신적인 봉사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져온 수준급의 전문·개인적 자질, 흔들림 없는 전념, 견고한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결의는 이어 “정치, 외교와 조직관리 분야 등에서의 그(반 총장)의 과감한 이니셔티브와 주요 업적들을 특별 기록으로 남긴다”며 지속가능개발목표, 기후변화에 대한 파리협정과 여성지위향상·남녀평등을 포함한 인권 증진, 유엔 개혁 관련 분야에서의 성과를 대표적 사례들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반 총장에게 “더욱 안전하고 안정된 세상을 위해 인류의 근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조장하고, 후세들을 위해 지구를 보호하고, 세계인들의 삶에 도움을 가져다준 주목할 만한 업적과 기구(유엔)의 활동에 특별한 기여를 한데 대해 열렬한 경의”를 표했다.
또 “평화와 안보, 지속가능개발과 인권 분야에서 현시대가 맞이하고 있는 주요 도전의 극복을 염두에 두고 기구(유엔)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취한 각종 이니셔티브들과 여러 계획을 진전시킨데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역대 최악 중 한명
이 같은 내용은 영국의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지난 5월 발행한 3째주 호에서 임기를 약 6개월 남겨둔 반 총장을 역대 총장들에 비교해 “가장 활기 없고 최악 중 한명”이라고 혹평한 글을 정면 반박한다. <본보 2016년 5월25일자 A12면>
주간지는 당시 기사에서 유엔 사무총장들 중 1961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제2대(1953년 4월10일∼1961년 5월18일·스웨덴 출신) 다그 함마르셀드 총장을 “널리 존경받는”(widely admired) 유일한 인물로 꼽고 “그 다음 최고로 여겨지는 총장은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드문드문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직위를 수행한 기민하고 매력적인 가나 출신 코피 아난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에 대해 “그는 애처롭게 눌변(ineloquent)이고 의전에 빠져있으며 자발성(spontaneity)과 깊이(depth)가 모자란다”고 꼬집었다.
또 “반씨는 전반적으로 최저 수준의 공통점에 그쳐 부풀리기에 빠져들기 쉬운 유엔의 자체적 결함을 상징 한다”며 “그가 (사무총장) 직위를 맡게 된 것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와 러시아 중 아무도 그를 지나치게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 이었다”고 지적했다.
뚜렷하게 엇갈리지 않아
그러나 반 총장에게 낙점을 준 대표적인 언론 기사로 꼽히고 있는 ‘더 이코노미스트’의 이 글도 유엔 사무총장직을 일종의 ‘독이 담긴 성배’(poisoned chalice)에 비유해 외형과는 다르게 누가 직위를 맡아 이끌던 후한 점수를 얻기 어려움이 자체 깔려있는 자리임을 시사했다.
기사는 또 “반씨를 두둔하자면 그는 예의 바르고(decent) 집요하다(dogged)”며 ”지난 해 정해진 새로운 지속개발가능목표들과 12월 파리에서의 기후변화협정을 주도한 어느 정도 공적을 주장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외에도 반 총장 추천에 대해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지나치게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려면 누구든지 거부권을 행사하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어야만하기에 “기본 자격” 중 하나인 제도적 문제를 짚은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이번 유엔 총회가 ‘만장의 갈채’로 채택한 반 총장 경의 표명 결의에서 내세워지고 내포돼 있는 내용으로 호평과 혹평으로 분류된 여러 언론의 평가가 사실상 그다지 뚜렷하게 엇갈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세계 5개 지역 대표국가들이 공동 발의한 결의안을 이날 대표로 유엔 총회에 제출한 아시아와 태평양국가 지역대표인 라오스의 유엔주재 대사는 총회 결의 직후 반 총장의 업적을 기리는 연설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반 총장의 자격, 능력과 성공은 그가 10년간 그 자리에서 유엔을 이끌었다는 사실 자체가 입증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남은 임기
이날 총회 ‘고별연설’로 회원국과 유엔 직원들에게 공식 작별인사를 한 반 총장은 13일 여성 권익신장을 위해 자신이 창설한 유엔기구인 ‘유엔워멘’(UN Women)이 마련한 특별 전시회에 참석했으며 오후에는 뉴욕 시청을 방문해 빌 디블라지오 시장을 만나 작별인사를 나눴다.
유엔 총회에 이어 안보리도 14일 특별회의를 소집해 반 총장의 노고를 기리는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며 같은 날 오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유엔 사무총장 이·취임 축하 유엔본부 공연이 준비돼있다.
반 총장은 16일 오전 유엔특파원협회(UNCA)와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저녁에는 맨하탄 월가 소재 식당 연회장에서 열리는 UNCA 연례 만찬에 참석해 기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눈다. 또 월말에는 동포 간담회와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임기가 끝난 뒤 민간인 신분으로 내년 1월 중순 한국에 돌아갈 계획을 재차 밝힌 바 있다.
한편 12일 유엔 총회는 반 총장 경의 결의를 채택한 뒤 안토니오 구테레스 신임 사무총장 임명자의 선서식을 거행했다. 포르투갈 출신 구테레스는 내년 1월1일 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다.
<
신용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