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지음 동녘 펴냄
▶ 남성 홀로 생계 책임지기 어렵고 여성 사회활동 늘어나는 지금 비혼 증가,
자연스러운 현상 종전의 보수적 관습 집착 말고 결혼에 대한 낡은 관념 바꿔야
1960년대중반 일본의 누적혼인율은 97%에 달했다. 거의 모두가 결혼하던 ‘전원 결혼사회’ 였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통계를 보면 50세까지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생애 미혼자’의 비중이 남성 20%, 여성 10%로 집계됐다. 현재 30대인 남녀의 20년 후 생애 미혼율 추정치는 남성 세 명 중 한 명, 여성 5명 당 1명 꼴로 인구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반세기 만에 ‘비혼 사회’로 옮겨간 것이다.
일본의 사회상이라지만 결코 남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먼저 문제가 된 고령화·저출산·비혼화 동향은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실제 국내 인구 통계 설문에서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으며, 미혼·이혼·비혼 등 1인가구의 급증세는 소비 트렌드를 바꿔가는 중이다.
비혼은 미혼과 전혀 다르다.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며 ‘언젠가’ 결혼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비혼은 결혼하지 않기로 한, 적극적 선택의 결과다. 그래서 묻는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대담 형식으로 글을 전개한 저자들은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이자 사회학자인 ‘독신 여성’과 사회학자인데 얼결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젊은 엄마’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이성애를 정상으로 설정하고 남녀의 결합 형태를 제도화한 ‘결혼’이라는 것이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은 인류의 지난 역사가 말해 준다.
남자가 돈을 벌어 오고 여자가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보는 오늘날의 결혼 형태는 근현대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예외적 사례’라는 데저자들은 뜻을 모은다. 게다가 지금은 더 이상 남성 혼자 가정을 꾸릴 만큼의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없는 저성장 시대이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따라서 종전의 보수적 결혼 관습이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주장하면 불행한 결론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가 진짜 관심 있는 것은 비혼이 아니라 저출산이다. 국가의 부(富)가 저출산으로 인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비혼’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대답은 거침이 없다.
결혼과, 결혼에 따른 출산을 관습과 규범으로 묶어 놓았으니 결혼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고 기를 자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거시적 인구동향에서 접근하면 1970년대부터 ‘성 혁명’이 진행된 선진공업국의 경우 이혼율과 혼외출생률이 동반상승했다면서 “보수적인 결혼관이 비혼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섹스는 주택문제” “섹스는 가정 밖으로 아웃소싱했다”고 답할 정도로 대담한 저자는“사회적 압력이나 규범이 없어져서 결혼하는 사람과 아이들의 수가 줄어든다 해도 그것이 자발적 선택의 결과라면 문제가 없다”면서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견디며 사는 남녀가 줄고 사랑없는 부모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줄어들며 아이 없는 부부·성 소수자들이 차별과 억압을 당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한다.
문제는 ‘비혼’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낡은 관념이다. 출산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 싱글 여성을 사회보장에서 배제하는 정책이나 젊은 남성들이 표출하는 “‘나를 선택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여성 혐오가 문제다. 기혼여성의 취업률이 증가했지만 부부의 가사노동 분담은 여전히 ‘여성 쏠림’이 심하고 보육과 교육시설도 여전히 “필요할 때마다 아이를 위해 달려올 수 있는 전업주부 엄마”를 전제로 운영된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다. 결혼제도 안에서든 밖에서든 여성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비혼은 절대 문제될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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