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 일주기 리듬 이용한 '시간요법' 각광
제트 랙(Jet lag, 비행기 여행으로 인한 시차증)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시차 때문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정신병원이 있는데 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조울증과 조현병 증세를 보이며 터미널에서 방황하다가 발견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곳이다. 1980년 이곳 병원에서 186명의 환자를 연구한 조사에 의하면 서쪽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조병(mania) 증세를 보이는 비율이 많았고, 동쪽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우울증을 갖게 된 경우가 많았다.

뉴욕타임스 sleep/ 신체의 일주기 리듬을 조정하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고, 제트 랙이나 불면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Icinori>
웨일 코넬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이며 뉴욕타임스의 기고가인 리처드 A. 프리드먼 박사는 그의 환자 가운데서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우울증에 걸렸던 사람이 서부 쪽 지역을 여행한 후에는 경조병(hypomanic) 증세를 보이며 활달해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단지 여행으로 인한 무드 변화가 아니라 신체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 교란돼 생긴 부작용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약이 필요 없다. 단지 적절한 시간에 적당한 양의 수면과 햇빛만 충족되면 저절로 낫는 것이다.
수면과 일조량과 기분 사이에는 중요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임상의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수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다가올 우울증의 전조이자 원인이고 조울증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
■생활 속 사례
비행기 여행 인한 제트 랙
서쪽으로 다녀온 사람 조증
동쪽 간 경우 우울증 많아
■햇빛·수면으로 자연치유
커튼과 선글래스로 빛 차단
멜라토닌 약 복용으로
체내시계 맞추면 효과 최고
15년전 밀라노의 정신과의사 닥터 프란체스코 베네데티와 동료들은 조울증으로 입원한 환자들 중에서 동쪽으로 창이 난 방에 있었던 사람들이 서향 방에 있었던 사람들보다 더 일찍 퇴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아마도 아침 햇살이 항우울제 효과를 냈을 것으로 의사들은 추측하고 있다.
따라서 수면을 조종해 정신병을 치료하는 방법 역시 전부터 시행돼왔다. 1960년대 후반에 독일의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으로 입원한 튀빙겐의 한 여성이 자신은 밤새도록 자전거 타기를 함으로써 우울증을 통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일단의 우울병 환자들에게 이를 실험했다. 환자들에게 하룻밤 완전히 잠 못 자게 하는 요법을 사용한 결과 이들의 60%가 즉각적으로 괄목할만한 개선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수면을 완전히 박탈해버리는 치료법은 비현실적인 방법이고, 다시 수면을 취하기 시작하면 우울증도 곧바로 되돌아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론은 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일주기 리듬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몸은우울증이 없는 사람보다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더 일찍 분비하고 아침에는 더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일주기 리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자연적인 사이클은 24시간보다 약간 긴 편인데 그 때문에 외부 환경과의 조율도 가능하다. 실험실이나 갱도와 같은 곳에서 외부와 단절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의 체내 시계는 해가 나는 낮 시간에 맞춰 설정돼있어서 시간대를 바꿔 여행할 때 체내 시계는 떠나온 도시의 리듬에 머물러 있다. 뉴욕을 떠나 로마로 여행했을 때 피곤하고 불안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분이 좋지 않은 등의 제트 랙의 현상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저녁 6시에 뉴욕을 떠난다면 이탈리아는 잠들어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체내 시계를 6시간 정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인체는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로마의 점심시간(뉴욕은 아침 7시)이 될 때까지 커튼을 닫고 선글래스를 끼고 있는 것이 좋다. 그렇게 도착한 다음 햇빛이 환한 밖으로 나서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면 체내 시계가 로마 시간으로 가깝게 전환돼 있어서 아름다운 고대 도시를 만끽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체내 시계는 빛에만 영향을 받는게 아니라 멜라토닌 호르몬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매일 밤 잠들기 두세 시간 전부터 우리의 뇌는 어둠에 대한 반응으로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저녁에 멜라토닌 약을 먹으면 체내 시계를 앞당겨서 조금 더 일찍 잠들게 해준다. 그런데 아침에 멜라토닌을 먹으면 반대가 된다. 우리 생각으론 낮 동안 더 피곤해질 것 같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 잠을 더 많이 잔 것처럼 뇌를 속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트 랙을 조절하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동쪽으로 여행할 때는 아침에 빛과 저녁에 멜라토닌이 필요하다. 서쪽으로 여행할 때는 저녁에 빛과 아침에 멜라토닌이 필요하다.
같은 원리가 밤 늦게까지 깨어있는 올빼미 족에게도 적용된다. 5~10%의 사람들은 멜라토닌 분비가 늦게서야 시작된다. 이런 사람들이 정상적인 취침시간(밤 11시나 자정)에 잠들려고 하면 불면증에 걸리게 된다. 자연적인 일주기 리듬이 늦어서 전혀 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많은 사람들이 수면제를 복용하는데 그것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원하는 취침시간 몇 시간 전에 소량의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혹은 일주기 리듬을 바꾸는 시간요법(chronotherapy)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이것은 점진적으로 아침 이른 시간에 아주 환한 빛에 노출시킴으로써 차츰 일찍 잠들게 하는 방법이다. 저녁에는 빛을 피해야 하며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나오는 청색 빛을 차단해야 한다.
제트 랙이나 올빼미 심야족보다 더한 불면증을 가진 사람은 이보다 더 심한 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학자들이 각성 요법(wake therapy)이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수면을 박탈함으로써 체내 시계의 수면 사이클을 바꾸는 것이다. 이 요법은 조울증과 심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항우울제 효과를 보여주었다.
각성 요법은 두가지 다른 요인이 더해질 때 훨씬 더 강력한 효과가 있었다. 이른 아침의 빛과 이른 시간의 수면이 그것이다. 6~7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어 7시간 수면을 취했을 때 치료 효과는 배가되었다.
이같은 시간요법은 우울증 치료제보다 훨씬 빠른 치료효과를 보였다. 더 좋은 것은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더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시간요법을 받지 않는건지 궁금할 것이다. 첫째로 수면 박탈과 빛을 사용하는 치료법은 특허를 낼 수가 없고, 그 때문에 이 치료와 연구에 투자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라 하겠다.
또 하나는 의사들이 의과대학이나 레지던시에서 시간요법에 대해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시행하는 의사와 병원은 아주 소수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 시간요법을 사용하는 임상학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울증 치료에서 시간요법이 기존의 항우울제보다 광범위하게 효과적인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일주기 리듬을 조정함으로써 제트 랙이나 불면증 같은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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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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