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시리즈 / 위기의 한인 의류업계 <3>
▶ 예상보다 힘들고 불황 길어
<1>파파야 파산으로 본 실태
<2>불황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3>한인 의류업계 좌담회한인 대형 의류소매체인 ‘파파야’의 파산 소식에 이미 극심한 불황에 고전하고 있는 한인 의류업계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본보는 19일 한인의류협회 사무실에서 장영기 회장과 영 김 이사장과 함께 긴급 좌담회를 통해 현 상황을 점검하고 의류업계의 불황 타개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장 회장과 김 이사장은 현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던 한인 의류업계가 이번 불황 역시 극복할 것으로 확신하면서 불황을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파파야 파산에 따른 업계의 피해 예상과 대책은.
▲영 김 이사장: 주요 채권자였던 금융권이 주도해 결국 챕터7으로 몰아갔던 러브 컬처 파산과 달리 파파야는 구조조정을 위한 챕터11이고 은행 빚이 없는 상황에서 최국환 대표의 재기 의지도 강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파파야 파산의 주요 이유가 렌트가 높은 고비용 매장 정리였고 한인 납품업체들과 앞으로도 현금거래(COD)를 통해 지속적인 사업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협회 차원에서 한인 의류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장영기 회장: 파산 절차로 인해 받을 대금 페이먼트가 지연되고 대금의 전체를 못 받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한인 의류업계 입장에서는 파파야가 구조조정을 통한 재기를 해서 한인 의류업계의 주요 바이어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에서 파악하기로는 탑20 채권단의 채권 규모가 2,000만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자바 업계가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실제로 체감하는 경기는 어떤가.
▲장영기 회장: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고 불황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폐업을 하고 있다. 자바시장에서 매장이나 쇼룸 등을 갖고 운영하는 한인 의류업체가 한 때는 1,200개까지 달했으나 지금은 800여개 정도로 줄었다.
-한인 의류업체 감소 중 일부는 1세대의 은퇴와 세대교체 실패라는 지적도 있는데.
▲장영기 회장: 초창기 의류업에 뛰어들었던 많은 한인들의 경우 30년이 넘어 이제 60세가 훌쩍 넘었다. 실제로 이중에는 자녀들이 사업을 넘겨받기를 원하지 않는 등 자의반타의반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어 정리하는 경우도 꽤 있다. 사업이 잘 될 때는 매각이나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힘든 경우가 많다. 또 사업이 2세로 넘어가면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자바상가 공실률이 상당히 높은 것 같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영 김 이사장: 상가 공급은 줄고 있지 않은데 업체들이 줄고 있느니 당연한 것이다. 그나마 상가 부동산 시장이 테넌트 마켓으로 바뀌면서 키머니 관행이 사라지고 터무니없는 렌트비 요구나 상승이 많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바이어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가.
▲영 김 이사장: 요즘 ‘N‘세대 젊은 층의 의류 소비가 예전 같지 않다. 의류 보다는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전자기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결국 이들을 대상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버젯 캐주얼 의류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
-더 이상 러브 컬처나 파파야 같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의류 소매판매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힘든 것인가.
▲영 김 이사장: 매장 유지에 따른 렌트와 계속 증가하는 인건비와 보험 등 고비용 모델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오프라인 판매와 온라인 판매의 밸런스를 통해 약한 부문 매출을 올려야 한다. 홀세일이나 제조사와 달리 소매 체인의 경우 아무런 제약 없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만큼 온라인 마케팅과 판매 비중을 높여 오프라인 경비를 많이 상쇄해야 할 것이다.
▲장영기 회장: 한 때 텍사스주에 매장을 내기도 했었는데 손해만 보고 결국 철수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그것도 여러 개를 여러 주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LA와 남가주의 인건비 상승 등으로 네바다나 텍사스로 이주하는 한인 의류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영 김 이사장: 개인적으로 네바다주 이주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워컴이 LA 보다 3분의 1 수준이고 렌트비, 주정부 세제 혜택 등을 감안하면 물류기지를 네바다주로 이전하면 상당한 경비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현재는 제조 기반의 봉제업체들이 주로 이전하지만 의류 업체들도 물류나 행정 부문에서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영기 회장: 인건비 상승도 문제지만 가주에서는 렌트와 워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남가주, 나아가 캘리포니아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워컴 개혁이 시급하다. 사업비용이 너무 많고 규제가 많아 기업가들의 사업할 의욕을 잃게 하고 있다.
-아마존이 의류업계의 ‘큰 손’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아마존을 적이 아닌 우군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영 김 이사장: 비싼 하이패션 의류 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있고 디자인이 좋은 버젯 의류 제품은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 1,000장을 팔아 개당 2달러 이익을 남기는 것 보다 이익이 1달러라도 1만장을 팔 수 있으면 더 돈을 버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아마존이나 이베이 판매를 개척하는 한인 업체들이 늘고 있다.
▲장영기 회장: 개인적으로 파티 전문복을 하고 있고 한 때 아마존 판매도 했지만 제품 가격이 높다보니 반품률이 너무 높았다. 또 절대적인 ‘갑’인 아마존은 매출가의 40%를 가져간다. 모든 업체들이 아마존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캐주얼이나 스포츠 의류, 유아, 남녀 대형 체형 고객 등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판매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도 상당한 규모의 제품 구입처인데 한인업체들의 공략이 부족한 것 같다.
▲장영기 회장: 좋은 지적이다. 장사가 잘될 때는 기존 고객층만으로 사업 유지가 됐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고객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잘 나가는 온라인 의류업체나 할인 매장, 개인 부틱 등도 적극적으로 공략을 해야 한다.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영 김 이사장: 예를 들면 메이시스나 삭스, JC 페니, 시어스 등 전통 백화점들이 부진한 반면 로스나 마샬 등은 상대적으로 잘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선호하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버젯 의류 제품들을 팔아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한인 업체들도 있다.
-요즘 자바시장의 불황을 한마디로 진단한다면.
▲영 김 이사장: 전반적인 의류 소비 감소 등 고객은 줄고 있는데 반비례로 인터넷 판매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매출이 주는데 마케팅과 각종 사업 경비는 줄지 않고 있으니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결국 새로운 시장 개척과 함께 사업 경비 절감을 통해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사실 사업체마다 낭비 요소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바시장 의류업계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데.
▲김영기 회장: 절대 아니다. 의류와 봉제, 원단산업은 미주한인사회의 부의 원천이었고 앞으로도 그 위치를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 ‘의식주’라고 인간은 옷을 입어야 한다. 시대에 따라 옷의 패션이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지만 큰 틀에서 기본적인 소비가 없어질 수는 없다. 결국 새로운 기업 환경에서 우리 한인 의류업계가 계속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불황과 위기를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제2의 도약의 기반으로 삼았으면 한다. 결국 이럴 때일수록 한인 의류업계가 가장 기본적인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
▲영 김 이사장: 사업의 패러디엄을 바꿔야 한다. 사업모델이 B2B(기업 대 기업)였다면 B2C(기업 대 소비자)로 확대하거나 병행할 수 있는지, 취급하고 있는 의류 라인이 너무 많아 경쟁력이 없다면 전문화와 집중화 전략이 필요한지 고심해야 한다. 너무 안주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마켓 트렌드에 무심했는지, 새로 공략할 수 있는 고객층은 있는지,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 전략은 적절한 지 등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한인의류협회 장영기 회장(왼쪽)과 영 김 이사장이 한인 의류업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장영기 회장
영 김 이사장
<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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