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
공화당은 헌정위기를 빌미삼아 계속 오바마케어의 파괴를 시도할 것인가?
이처럼 심각한 질문은 부분적으로 올해 초 하원에서 발생한 사태에 근거를 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듯 지난 3월 하원에서 전국민건강보헙법(ACA: Affordable Care Act. 일명 오바마케어)을 폐지하고 이를 트럼프케어로 교체하려던 공화당의 시도는 의회예산국(CBO)의 평가보고서가 나오면서 사망선고를 받은 듯 보였다. 당시 CBO는 공화당의 대체법안이 통과될 경우 2,300만 명이 추가로 의료보험을 잃게 될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이 쏟아내는 트윗과 어이없는 언동으로 이동하자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감시 카메라’가 없는 틈을 타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들을 윽박질러가며 어렵사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유사한 일이 상원에서도 재연될까? 며칠 전 하원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을 담은 상원의 오바마케어 폐기 및 대체 법안도 2,200만 명의 무보험자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CBO의 전망이 나오면서 끝장이 난 듯 보였다. 당연히 언론의 관심은 의료보험보다 훨씬 재미있는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쪽으로 신속히 방향을 틀었다.
언론의 관심 이동은 이해할만하다. 트럼프 이너서클의 핵심 멤버들이 대선기간 러시아와 유착했다는 증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필요할 경우 사면권을 행사하고 로버트 뮐러 특별검사까지 해임한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등 스캔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허용하기보다 차라리 헌정위기를 도발하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러시아 스캔들에 언론의 초점이 쏠린 와중에서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와 백악관은 수천만 명의 의료보험을 앗아가려는 그들의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트위터통수권자는 오랜 관행을 깨고 군 행사인 새로운 항공모함 취역식에서 공화당 의료보험안을 상원이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로 인해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지난 봄 하원에서 발생한 사태가 상원에서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언론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이동한 사이에 끔찍한 내용의 공화당 의료보험안이 상원에서 날치기 통과되고 하원이 이를 원안 그대로 수용해 승인함으로써 법제화과정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위기의 순간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헬스케어를 둘러싼 가장 최근의 거짓말이 CBO를 조준한 비방과 맞물려 정치적 견인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대략적인 공화당의 당론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수장을 선택한 CBO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CBO의 역대 수장들은 소속정당에 상관없이 전원 연대 서명한 공개 항의서한을 발표했다.)
특히 보험혜택 상실 폭이 대단히 클 것이라는 CBO 전망은 황당무계하고, 보험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발적인 선택에 기인한 결과라는 게 공화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CBO의 보험 커버리지 상실 전망은 2026년까지 메디케이드를 26% 축소하고 이후 10년간 더 큰 폭으로 줄인다는 상원안의 내용으로 볼 때 완전히 합리적이다. 연령대가 높지 않은 선구구민의 34%가 메디케이드에 의존하고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의 상원의원 셸리 무어 캐피토가 어떻게 공화당안을 지지할 수 있는지 그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같은 연령층의 메디케이드 의존도가 29%에 달하는 애리조나 주의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험 커버리지를 포기하는 것이 자발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라면 별 문제 없다는 주장은 뭘 모르는 소리다: 상원안은 정부보조를 받는 민간보험의 질을 훼손시키고 이것이 대대적인 디덕터블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을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연소득 2만 6,500달러인 개인에게 정부가 의료경비의 70%를 커버하기에 충분한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BO의 추산에 따르면 이는 800달러의 디덕터블에 해당한다. 상원안은 표준 의료비의 58%를 커버하도록 되어 있다.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면 상원안의 디덕터블은 1만 3,000달러로 치솟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으로서의 유용성이 사라진다. 이처럼 쓸모없는 보험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과연 “선택”에 의한 결정일까?
자, 이제 폴 라이언을 비롯한 공화당의원들이 보험 디덕터블이 너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오바마케어를 신랄히 비판했던 사실을 기억해보라.
간단히 말해 상원안은 비평가들이 말한 그대로 끔찍하고 잔인한 법안이다. 그러나 우리는 팩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상원의원들과 그들의 선거구민들이 거짓말의 눈사태에 파묻히지 않도록 무엇이 사실인지 계속 일깨워주어야 한다.
트럼프-푸틴-반역과 이에 따른 파문을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는 분명 우리가 신봉하는 민주주의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그러나 이런 초대형 스캔들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선 안 된다: 수 백만 명의 헬스케어 역시 위태로운 샹황에 처해 있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헌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보통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헬스케어에 관한 한 선거구민의 전화와 편지, 항의 시위 등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상원의 불한당들이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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