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애리조나 주 마리코파 카운티의 셰리프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조 아르파이오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자행했다.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은 조직적으로 라티노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부당한 혐의로 체포했으며 이의를 제기하는 피해자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곤 했다. 이와 관련한 연방 법무부 민권국의 보고서를 읽어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보고서는 일단 체포된 라티노에게 불상사가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르파이오 본인이 자랑스레 “집단수용소”라 부르는 텐트 시티로 보내졌는데 장막 안의 기온이 툭하면 화씨 145도까지 치솟는 등 천막촌의 수용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법원으로부터 차별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결국 법정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 인해 수십년간 유지했던 셰리프 국장직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아르파이오의 등 뒤에는 미국 최고의 권력가를 비롯, 든든한 비호세력이 포진하고 있었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법무부에 압력을 가해 아르파이오의 기소를 취하하려 시도했던 사실을 안다. 이는 분명 사법방해에 해당하는 범법행위다. 이 계책이 실패로 돌아가자 아르파이오가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다 부당하게 기소됐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 트럼프는 그를 사면했다.
그런데 아르파이오의 ‘업무수행’으로 인해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들은 갈색 피부를 지닌 주민들을 잡아들이고 오바마의 출생증명서를 조사하는데 바쁜 나머지 아동 성추행 사건마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우선순위가 완전히 물구나무 선 셈이었다.
이제 모든 사물을 올바른 이름으로 불러보자. 두말할 나위 없이 아르파이오는 백인 우월주의자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백인 우월주의자에 그치지 않는다.
법치주의를 거부하는 한편 소수계 그룹의 구성원들을 대량 검거해 집단수용소로 넘기는 정권을 일컫는 정확한 단어가 하나 있다. 아르파이오가 마리코파 카운티에, 그리고 트럼프가 미국에 불러들인 것은 파시즘, 그것도 아메리칸 스타일의 파시즘이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트럼프의 동기는 쉽게 이해가 간다. 우선 한 가지 이유는 인종주의와 권위주의에 물들은 아르파이오와 트럼프가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둘째로 아르파이오 사면은 러시아내통 조사가 급물살을 타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특검과 거래를 시도하려는 연루자들에게 트럼프가 보내는 신호, 즉 “내가 반드시 보호할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마지막으로 백인의 이익을 앞세운 갈색인종 찍어 누르기는 트럼프 지지집단을 흡족하게 만든다. 러시아스캔들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고 있고, 약속했던 정치적 성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그 어느 때보다 기존 지지층의 결속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국가 전체로 보면 그의 지지층인 성난 백인 유권자들은 소수집단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15년 전 공화당의 급진화에 관한 글에서 필자는 분노한 유권자들의 핵심세력이 전체 투표인의 20%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지금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주측이다.
트럼프 같은 인물이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것은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닐뿐더러 법치주의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이익에 합당한 것으로 보이면 인종주의와 범법자들과의 동행을 묵인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교육수준이 낮은 백인 유권자들이 대거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보도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기계적 중립성과 그보다 훨씬 나쁜 이메일에 관한 언론의 아우성에도 불과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수백만 명의 백인 공화당 유권자들이 아니었다면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이유가 감세기대 때문이건, 정치적 부족주의 탓이건 상관없이 그의 인간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부여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은 어떤 면에서는 선출된 독재자나 마찬가지다.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자질 없는 관리들에게 주어 남용하게 한다면 이는 재앙을 자초하는 일이다. 이때 유일한 견제력은 탄핵소추권을 지닌 의회만이 행사할 수 있다. 탄핵소추권의 잠재력만으로도 나쁜 대통령을 억누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의회의 지배권은 공화당 수중에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제외하면 아르파이오 사면을 목청껏 반대한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됐을까? 대답은 “극소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사면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호소력 있는 성명은 결코 아니었다.
짐작대로 아르파이오 사면이 시작에 불과하다면 이는 대단히 불길한 조짐이다: 우리는 헌정위기의 초기단계에 처할지 모른다. 트럼프가 로버트 뮐러 특별검사를 해임하고 러시아와의 개인적, 정치적 고리에 대한 수사를 봉쇄하려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만약 실제로 트럼프가 뮐러를 파면한다면 공화당이 온건한 반대의사 표현 이상의 행동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가?
앞서 말한 대로 소수인종집단 구성원들을 대량 검거해 집단수용소로 보낸다든지 그 같은 행동을 칭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또한 비굴함이나 사익 때문에 소수집단에 대한 박해에 동의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도 있다: 바로 부역자다. 부역자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안 된 말이지만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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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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