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사체 통해 뼈 추출
▶ 번식집단 성향 알 수 있어…머리뼈 크기로 몸집 유추
이빨 개수·배열로 나이 추정

수컷 고라니의 전체 골격. 골격 표본은 자연사 하거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입수한 뒤 근육과 뼈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국립생태원 제공>

수컷 노루의 머리뼈. 사슴과 동물인 노루는 수컷 머리에 큰 뿔을 가 지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가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전공 분야를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학위는 어떤 주제로 하셨나요?”라구요. 제가 “포유류 머리뼈로 학위를 했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하죠.
골격을 연구하는 학문,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은 흔히 말하기로는 ‘전통적인 학문, 고전적인 학문’이라고 합니다. 주류 학문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기초학문으로서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생태‘ 기반’ 연구실과도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제 골격 연구에 대해 얘기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진짜 뼈로 하는 것인가요? 동물은 어디서 구하나요?”입니다. 실제 동물의 사체에서 추출한 뼈로 연구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동물의 사체를 수집하고 어떤 방법으로 머리뼈, 골격을 추출해 낼까요.
동물의 사체는 직접적 방법과 간접적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 방법은 사냥 등의 방법을 통해 직접 포획을 하는 방법이지만, 야생동물의 보전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간접적 방법은 자연사한 동물이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수집하거나, 야생동물구조센터와 같은 관련 단체에서 수집한 사체를 기증받는 방법입니다. 제가 일했던 서울대학교 연구실도 주로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를 기증받아서 골격 표본을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입수한 동물사체들은 근육과 뼈를 분리해 골격 표본을 만드는데요. 그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먼저 오래 전부터 이용해 왔던 전통적인 방법인데, 동물의 사체를 끓이는 겁니다. 근육이 전부 익을 때까지 끓였다가 하나하나 뼈에서 제거해야 해서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또 다른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땅에 묻는 방법이 있는데요. 매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고래처럼 인위적으로 골격표본을 만들기 힘든 초대형 동물들은 이런 방법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도해보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고래 한 마리의 근육을 땅이 묻어서 썩히려면 최소한 3년 정도 걸리거든요.
두 번째 방법은 호기성 세균(산소가 있어야 사는 세균)을 이용해 동물의 사체에서 뼈만 분리해 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일본의 박물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고, 저도 일본의 여러 선생님들에게서 배워온 방법입니다. 준비물은 의외로 단순한데요. 적당한 크기의 양철통, 산소발생기, 온도조절장치, 물, 전기입니다. 가능한 근육을 많이 제거한 동물의 사체를 양철통에 넣고 물을 채운 후, 산소를 발생시켜 주면서 온도를 37도로 유지해주면, 물속에서 호기성 세균이 번식해서 근육을 분해시킵니다. 저의 경우에는, 고라니가 연구대상이었기 때문에 고라니의 머리를 약 30개 정도 넣을 수 있는 통을 준비해서 골격 표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은 엄청난 냄새를 동반한답니다. 동물의 근육이 부패하는 과정을 가속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집에서 진행하기에는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대학교의 실험실은 환기장치가 잘 구비돼 있는데도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다른 연구실의 교수님들이 항의를 하곤 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상당히 깨끗해서 저도 아주 애용했는데, 대신 관리가 좀 어려운 방법입니다. 바로 수시렁이(Dermestes maculatus)라는 곤충의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야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곤충은 동물의 사체가 있으면 주변에 꼭 나타납니다. 이 곤충은 동물의 근육만을 먹습니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요. 연골조차도 먹지 않아요.
이 곤충을 실험실에서 사육했었는데요. 사체가 있으면 엄청나게 번식하더군요. 처음에는 약 20여마리를 사육했는데, 1주일 정도 지나니 수천, 수만 마리가 됐더군요. 그야말로 엄청난 번식력입니다. 어마어마한 수의 벌레가 동물의 사체에 붙어 있는 장면은 그다지 추천할만한 장면은 아니고 저 같은 관련 분야 연구자나 볼만한 광경입니다. 엄청나게 번식하지만, 수명은 짧아서 연구실에 넘쳐날 정도는 아니에요. 이 곤충은 습기에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날씨가 습해지면, 날개 밑에 진드기같은 종류가 기생해서 수시렁이를 약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번식했던 실험용 수시렁이들이 여름장마 기간에‘ 멸종’하고 말았답니다.
머리뼈는 두뇌가 발달한 포유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그 동물의 특징이 모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머리뼈의 크기를 통해 몸의 크기나 체중 등을 유추할 수 있죠. 앞에서 언급했던 이빨의 특성, 눈의 위치, 시야의 확보정도(광대뼈의 높낮이 등), 주둥이의 길이 등으로 초식·육식 여부와 같은 기본적인 생태를 알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머리뼈를 보면, 어떤 종의 동물인지 대강 가늠이 됩니다. 이것이 제가 비록 동물형태학자이지만, 어느 정도 생태학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고라니를 연구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해부학실은 고라니의 머리뼈 약 200여 개,너구리의 머리뼈 약 200여 개 등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제일의 고라니 및 너구리 머리뼈 연구실입니다. 심지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골격 표본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보다 서울대 해부학 실험실의 고라니, 너구리 골격 표본이 많습니다. 실험실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지만,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논문 등을 쓸 때 샘플이 많으면 그만큼 신뢰성이 높아집니다.
포유류의 머리뼈를 비롯한 뼈들을 보면, 무언가 괴기스럽기도 하고, 겁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록 동물의 골격을 이용한 연구 분야가 여러분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다른 첨단 분야에 비해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전공필수’같은 고전적인 학문인 만큼 공부해 볼 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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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건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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