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식 성공률 높이고 우월 유전자 전달 위해
▶ 1부 다처제, 1처 다부제, 난혼제 등 다양
집단 속이고 타 종족에 피해도 줘
개체 아닌 이기주의 산물로 보는게 타당

2007년 강원 가평 남이섬에서 찌르레기가 새끼에게 줄 먹이를 입에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같은 둥지에서 발견된 찌르레기의 알. 다른 알에 비해 뾰족하고 긴 3번 알은 실제 유전자 확인 결과 다른 암컷에 의한 탁란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 제공>
자연세계에서는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스타가 되려고 노력하는 동물들의 각축이 벌어집니다. 수컷이나 암컷 모두 인기를 등에 업고, 여러 이성들과 교제를 하며 좋은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많이 남기려 합니다. 동물이 세상에 태어나면 살기 위해 먹고 포식자를 피하는 등 ‘살고 보자’는 본능적인 행동을 하는데요. 살아남은 동물이 자신의 생존가(生存價), 그러니까 살아있는 이유를 확연히 드러내기 위해 서로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동물에게 바람기는 혼외자식을 통해 좋은 유전자를 자손에게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암컷의 제한된 난자 극복하기
사람의 혼인제도는 대부분 1부1처제이지만 조류는 1부1처제 뿐 아니라 1부다처제, 1처다부제, 난혼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다양한 혼인제도를 통하여 암수간의 협력은 주로 자식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있을 때 이뤄지고 한 쪽 성에 의한 다른 쪽 성의 착취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구자들은 동물의 교미(copulation)가 암컷과 수컷이 서로 자신의 유전자를 잘 전달하려고 조화를 이루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암수간에는 생식세포의 차이에 의해서 이해 관계가 달라지죠. 수컷의 정자는 작고 빠르게 생산되고 많은 난자를 수정시킬 수 있는 반면, 암컷의 난자는 크고 생산속도가 매우 느리며 그 수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컷은 다수의 암컷과 교미하면 할수록 많은 자식을 얻을 수 있지만, 암컷은 아무리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하더라도 자식 수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수의 번식성공률을 판단할 때, 수컷은 암컷보다 번식성공률이 항상 높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어느 한 성에 이익이 편중되는 불공평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암컷은 좋은 유전자를 가진 수컷을 신중하게 선택하거나 혼외교미를 통해서라도 이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수컷이 다수의 암컷과 교미를 해 그 암컷이 새끼를 낳았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의 유전자가 전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수컷의 정자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암컷은 어떤 수컷과 교미하더라도 자신으로부터 태어난 자식은 반드시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는 거죠.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찌르레기
찌르레기는 일본에서 무리로 생활하는 텃새지만 한국에서는 공원이나 시골 마을에서 나무나 지붕 처마의 구멍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여름철새입니다. 부리에서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는 24㎝로, 참새의 2배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회색과 검은 회색을 띠며, 뺨과 배, 허리의 색은 회백색입니다.
찌르레기의 세력권은 둥지와 그 주변의 아주 작은 면적에 불과합니다. 번식이 시작될 즈음, 수컷들은 다수의 둥지(세력권)를 확보하기 위하여 쫓고 쫓기는 치열한 싸움을 시작하며, 암컷도 남의 둥지에서 둥지재료나 알을 밖으로 꺼내버리고 그 둥지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암컷도 생긴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암컷 찌르레기가 다른 찌르레기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것을 종내탁란(種內托卵)이라고 합니다.
과거 일본 오사카 부 사카이시에 있는 오이즈미 녹지에서 1년간 찌르레기의 종내탁란에 대해서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참새목에 속하는 조류는 하루에 1개의 알만 낳는데 어찌된 일인지 어떤 둥지에는 하루에 2개의 알이 들어있었습니다. 1개의 알은 둥지 소유자 암컷의 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1개의 알은 다른 암컷에 의한 탁란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 둥지 안의 알들을 함께 놓고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날 낳은 2개의 알 중에 하나는 모양이 다른 것보다 길거나 둥글고, 나머지 알 하나는 둥지 주인이 낳은 다른 알과 모양이 거의 비슷합니다. 조사지에 설치한 55개의 인공둥지 중, 번식에 이용한 둥지는 11개였습니다. 그 중, 5개 둥지에서 종내탁란이 확인됐습니다.
■바람피는 찌르레기, ‘스와핑’도 한다는데
찌르레기를 관찰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습성은 둥지를 같이 쓰지 않는 다른 찌르레기와의 ‘혼외교미’입니다. 수컷이 여러 암컷을 만나기도 하고 암컷이 이웃 둥지의 수컷과 교미를 하기도 합니다. 연구 당시 채혈한 모든 개체의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는데 2개 둥지에서 혼외교미에 의한 자식이 발견됐습니다.
찌르레기 수컷 A는 두 마리의 암컷과 혼인을 했고 각각의 암컷은 자신의 둥지에서 자식을 키웠습니다. 이 중 한 암컷인 B의 둥지에서는 7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는데 A의 유전자와 B의 유전자를 동시에 받은 새끼는 3마리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마리 중 2마리는 수컷 A가 이웃 둥지의 다른 암컷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자식이었고, 2마리는 암컷 B가 이웃 둥지수컷과의 혼외교미에 의해 태어난 자식이었습니다. 7마리의 새끼 찌르레기 중 4마리가 서로 배우자를 바꿔가며 교미한 ‘스와핑’에 의한 자식이었던 셈이죠. 자신의 번식확률을 최대로 높이고자 하는 암수의 의도된 속셈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연구 결과 찌르레기의 종내탁란은 암컷이 이웃의 수컷과 혼외교미를 한 후 다른 둥지에 탁란한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다른 둥지에 알을 낳는 것은 결국 혼외교미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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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회 국립생태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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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머리를 가지면 바람을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