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 준 반면 전세계 수요 급증, 가격 오르며 빈 진열대 늘어
▶ 소비자들은 사재기 나서 비상

유럽에서는 지난해 우유 생산량이 줄었다. 가축먹이용 농작물이 흉작인데다 날씨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터 진열대가 텅 빈 프랑스의 수퍼마켓. 생산량 부족으로 버터 제조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려 하자 대형 소매업체들이 이를 거부,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맥도널드가 맥머핀 등에 버터를 쓰기 시작하면서 버터 소비량이 폭증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프랑스만큼 버터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곳은 없다. 버터가 없으면 거의 요리가 안 되는 곳이 프랑스이다. 각종 소스며 베이킹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가 버터다. 버터를 넣지 않으면 크롸상은 그저 밀가루 반죽 덩어리에 불과할 것이고, 버터햄 샌드위치는 뭔가 완전히 빠진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프랑스에서 버터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프랑스의 수퍼마켓 진열대에 버터가 없다는 것은 바싹 마른 바게트 같은 것, 대단히 당황스런 일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낙농제품 생산량이 폭락한데다 버터에 대한 세계적 수요는 폭증하면서 정확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가게마다 버터 진열대가 텅 비고 있다.
버터 품귀현상을 알리는 뉴스를 보고 놀란 로랑스 마이어라는 53세의 교수는 최근 파리 남부지역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면서 버터 사재기를 했다. 프랑스에서 버터가 없다는 건 정말이지 곤란한 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일인당 버터 소비량이 많은 나라이니 버터가 없다는 것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그래서 프랑스 뉴스 매체들은 버터 대용품이나 직접 버터 만드는 법 따위를 조언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버터가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농무부 장관이 의회에 나가서 질문공세에 시달렸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는 소비자들이 너도 나도 텅 빈 버터 진열대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다. 장난기 넘치는 사람들은 버터 소량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다는 가짜 광고를 올리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버터게이트 해시태그(#BeurreGate)가 등장한 것은 물론이다.
국제 낙농연맹 보고서 통계에 위하면 지난해 프랑스의 1인당 버터 소비량은 18파운드였다. 이는 유럽연합 평균 소비량의 2배가 넘는 양이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양에 비하면 3배가 넘는다.
프랑스 낙농가공업협회의 경제담당 디렉터인 제라르 칼브리에 의하면 버터 품귀현상은 지난 봄부터 예견되어 왔었다. “2016년 6월부터 올 여름까지 1년 동안 전 유럽에 걸쳐서 우유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버터 수요는 전 세계 시장에서 늘어났지요.”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지난 2015년 유럽연합 우유 쿼타제가 끝난 후 유럽에서 유제품 생산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가축먹이용 농작물 수확량이 형편없는 데다 날씨가 나빠지면서 2016년 여름 이후 유제품 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편 버터는 그동안 건강에 나쁘다는 이미지가 걷히면서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급격히 늘었다. 미국의 경우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가 지난해부터 버터를 다시 재료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만 놓고 보아도, 지난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버터 소비는 5%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4월 톤당 대략 2,800달러이던 버터 가격이 지난 9월 거의 8,000달러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버터 품귀현상이 일어난 곳은 프랑스뿐이다. 식품유통 체인의 특성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제품 제조업체들과 거대 소매업체들 간 가격 협상이 일년에 한번, 2월에 이뤄진다. 특정 제품들이 마켓 진열대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거대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들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어 있다는 표시이다. 많은 소매업체들이 인상된 가격에 버터를 사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버터가 대량으로 부족하다는 두려움은 사실 좀 부풀려진 것이라고 정부 당국은 시사한다. 제조업체와 도매상 간 가격을 둘러싼 마찰로 일부 매장에서 버터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엄격하게 말해서 품귀는 아니다’라고 농무부 장관은 말한다.
베이커리나 페이스트리 상점과 같이 버터를 쓰는 업계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 그리고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버터 대신 마가린 같은, 좀 싼 재료로 대체할 수는 없는 걸까? 생각도 하지 말라고 베이커리 연맹의 마티외 라베 사무총장은 말한다.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제품의 질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버터를 써야 합니다. 다른 것은 절대 안 되지요.”버터 품귀와 관련한 관심이 집중적으로 쏠리는 곳은 프랑스의 버터 요새인 브리타니 지역이다. 크레이프와 소금 가미 버터 카라멜이 특산품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 지역 예술가 그룹은 지난달 버터 없는 세상을 상상해 만든 단편 풍자영화를 내놓았다. 예술가들이 내다본 버터 없는 브리타니의 삶은 한마디로 처량하다. 강도들이 식당에서 권총을 들이대고 버터를 훔쳐가고, 버터 딜러들이 불법으로 버터를 만들어 암시장에서 파는가 하면, 마지막 남은 버터 케익 한 조각이 경배에 붙여지는 등이다.
현실이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브리타니에서는 버터와 소금 가미 버터는 요리에 필히 들어가는 재료이니 버터 부족 현상의 영향을 비껴가지 못한다.
파리의 소르본 대학 지리학자이자 미식학 전문가인 장-로베르 피트 교수에 의하면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버터 주로 쓰는 북부와 올리브유 많이 쓰는 남부로 갈라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구분이 없어졌다.
“내가 어렸을 때는 파리에 올리브유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는 어디서나 버터를 먹고 어디서나 올리브유를 먹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이제는 버터를 잔뜩 집어넣는 조리법은 구식이 되었다고 한다.
버터 품귀현상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불분명하다. 정부당국은 버터 생산이 보통 겨울에 증가한다고 말하지만 업계는 크리스마스 가까워지면 수요 역시 늘어난다고 맞받아친다.
버터가 귀하다는 소문에 사재기를 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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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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