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보호해야 할 인사과, 직원보다 회사 편 일쑤
▶ 인사담당도 회사서 고용…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옴니 호텔에서 음식 음료 부서 디렉터로 일했던 에머리 린슬리. 그는 15년 옴니 호텔에서 일하면서 수차례 성희롱 문제로 인사과를 찾아갔지만 담당직원은 한번도 그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진 Kathryn Gamble>
지난 2012년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 옴니호텔에서 음식 음료 담당부서 디렉터인 에머리 린슬리가 부하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회사 임원 중 한명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손으로 그의 입을 막고는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어 임원은 린슬리의 부하 직원 중 한 여성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여자가 사귀는 남자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린슬리는 그 길로 인사과를 찾아가서 그 중역의 행동을 고발했다. 회사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성희롱 방지 훈련에서 배운 그대로였다.
“부하 직원들 보는 앞에서 그런 취급을 당한 것은 너무도 당황스럽고 모욕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인사과 직원은 이를 무시해버렸다.
“담당 직원은 내가 보고하는 내용을 적지도 않았어요.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지난 10월 그는 옴니 호텔 & 리조트 및 그 모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린슬리가 경험했듯이 성희롱 케이스들과 관련한 인사부의 역할은 단순하지가 않다. 최근 여성들이 쏟아낸 직장 내 성희롱 불만들 중에는 인사담당 부서로부터 무시, 훼방 혹은 보복을 당했다는 내용들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인사과 직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문제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가 없다보니 여성들은 인사 부서에 고발하기를 꺼려하고, 그래서 성희롱 불평이 없다보니 이를 직장 내에 아무 문제가 없는 증거로 삼아지곤 한다.
2016년 균등고용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성희롱 피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옵션들 즉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피하거나 가족들과 상의하는 등의 방법 외에 가장 택하지 않는 방법은 공식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요인으로는 몇 가지가 지적된다. 인사과 직원들은 공적으로 직원들을 보살필 책임이 있지만 동시에 그 회사의 직원이기도 하다. 이해의 상충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최고위 임원이나 중요인물에 대한 성희롱 혐의를 조사하는 것은 자신의 직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인사과는 성희롱 진위를 파고들기보다는 되도록 눌러두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사과는 회사 부서이니, 회사의 이해를 보호해야만 하는 입장이라고 관련 변호사는 말한다,
“조직에서 인사 담당 직원은 굉장히 외로울 수 있다”고 금융기관에서 30년간 인사담당자로 일했던 캐롤 고든은 말한다. 현재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그는 “인사과 직원이 직장 내 정치나 성희롱 문제에 개입하다 보면 대단히 외롭고 위험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이래저래 성희롱 피해 직원들은 인사과가 가해자 처벌 보다는 고발자 비난을 돕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뉴햄프셔와 매서추세츠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케이미 버드레이저는 과거 몸담았던 법률회사 민츠 레빈의 수퍼바이저들을 고소했다. 버드레이저는 직장 내 성희롱 경험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출산 휴가를 다녀온 후 업무수행 평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그는 한직으로 밀려나고, 지위가 강등되더니 결국 해고 당했다.
인사과가 적극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복을 하지는 않는다 해도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무관심이다.
보험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했던 루이자 산타나는 지난 달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사가 그의 가슴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가하면, 그가 직장 동료와 성적인 관계를 가졌다는 식으로 말하고, 그를 밀입국자라고 부르는가 하면 그의 동료들 앞에서 구강성교 흉내를 내곤 했다는 것이다.
산타나가 이를 성희롱으로 고발하자 인사과 직원의 반응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라는 식이었다. 인사과의 또 다른 담당자는 그에게 회사 상사들과 잘 지내는 법을 배우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직장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그는 무급 휴가를 떠났다.
앞의 옴니 호텔 디렉터였던 린슬리는 옴니 호텔의 식당 웨이트레스로 시작해 호텔 사상 첫 음식 음료 담당 디렉터까지 되었다.
그곳에서 일하던 15년 동안 그는 수도 없이 성희롱 피해 등 불평을 제기했지만 인사과는 사실상 완전히 무시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목격자들을 만나 내용을 들어보려 하지도 않았고, 비밀도 보장하지 않아서 그가 고발한 임원들이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인사 담당자들 대다수는 성희롱 고발에 대해 보다 강경하게 대처하고 싶지만 그 자신 그 회사 직원이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상호 작용에도 제약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인사과 직원들은 성희롱 고발자와 이야기할 때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잘못 말했다가는 나중에 법정에서 그것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여성 고발자가 울면서 설명을 해도 “정말 안됐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잘못을 인정하는 말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케이트 비쇼프 인사담당 대응 컨설턴트는 말한다.
인사 담당자가 가해자를 처벌 혹은 해고해야 한다고 결론지어도 보통 그렇게 할 독자적 권한이 없다. 인사과 직원이 관련 해법을 추천하고 이를 최고 경영자들이 무시하면 그 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밖에 없다.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성희롱 고발을 하고 나면 종종 뒤따르는 것은 조직에서 밀려나거나 아니면 대단히 불편하게 직장생활을 해야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회사를 스스로 떠나거나 회사에서 밀려나게 된다.
린슬리의 경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된 계기는 지난 2015년 칠레에서 와인 홍보 출장을 하던 중이었다. 출장에 참가한 50명 중역 중 단 두명의 여성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여행 중 몇몇 남성들이 린슬리에게 호텔 중역 그만두고 칠레에서 창녀로 일하면 더 돈을 잘 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린슬리는 다음 해 회사를 떠났다.
“우리가 참가했던 모든 성희롱 웍샵들은 완전히 시간 낭비였다는 느낌이에요. 성희롱 문제를 들고 인사담당 부서를 찾아갔을 때마다 한번도 내 문제가 적절하게 처리 되고 내가 보호 받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는 현재 디모인의 한 호텔 체인에서 일하고 있다.
<
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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