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 인터뷰] 민원 개선·영사관 ID·동포재단 현안 해결
이달 말 이임하는 이기철 LA 총영사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인사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그간 LA에 부임한 재외공관장들 가운데 가장 부지런하고 발로 뛰는‘일벌레’ 총영사 중 한 명이라는 평을 받아온 이기철(59) LA 총영사가 이달 말 귀임을 앞두고 있다.
이 총영사는 1년8개월여의 길지 않은 임기 중 한인사회의 권익에 직결되는 굵직굵직한 업무들을 추진해 다양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영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19회에 합격해 외교관이 된 후 리비아 1등서기관, 유엔대표부 1등서기관, 이스라엘 참사관, 재외동포영사국 조약국장과 법률국장, 네덜란드 대사를 역임하면서 외교부장관 표창, 근정포장, 제1회 올해의 외교인상, 대한민국공무원상을 받는 등 엘리트 외교관 코스를 밟아왔고, LA 부임 직전에는 재외동포 업무를 총괄하는 재외동포영사대사로 720만 재외국민 보호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총영사관에서 만난 이 총영사는“재임 중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려고 노력했는데 계획했던 것 중에 이뤄낸 것도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LA에서의 공직생활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모든 한인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영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귀임 소감은
▲지난 11월 초 귀임 내정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수많은 한인 분들께서 격려도 보내주시고 지난 13일 실시된 송별연에도 많은 귀빈들이 참석해 주신 것을 보고 임기 동안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신념으로 살아왔던 ‘작은 일에도 진정성을 가지고 지극한 정성을 다하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원칙이 깨지지 않았다는 것을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행복한 외교관으로서 LA를 떠나게 됐다.
-해외 최대 한인사회가 있는 LA에서의 공관장 경험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글쎄요. LA는 갈등도 많고 투서도 많아 LA 총영사직은 한국 외교관들에게는 두려운 임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한인사회와 국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은 공관이고 다른 어떤 지역보다 총영사관에 대한 한인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크기 때문에 한마디로 도전적이지만 보람도 큰 공관인 것 같다.
-임기 중 성과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지난해 4월 부임 직후 실시한 언론간담회에서 향후 1~2년의 시간이 지나면 총영사관이 달라지고 있고 변화를 한인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총영사관을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한 우선 과제로 민원서비스 개선, 총영사관 신분증 발급, 한미동포재단 분규 해결 세 가지로 정했고, 이중 두 가지는 지난해에 해결됐다.
한미동포재단 문제도 분규 당사자 양측이 지난 13일 소송취하에 합의해 목표했던 세 가지 모두 해결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류미비 신분 국민들이 미국생활에 필요한 캘리포니아주 운전면허를 발급받는데 꼭 필요한 총영사관 신분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 가장 다행으로 생각한다.
-총영사관 민원실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많다
▲개인적으로 민원서비스에 대한 최종 목표는 ‘방문하면 기분 좋은 총영사관’이었다.
그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민원건수는 전년도 대비 11% 증가했음에도 민원 대기시간은 과거 평균 2시간에서 20분 이하로 줄어들었다. 민원 만족도도 88%로 미주지역 총영사관 중 가장 높은 것이 이를 뒷받침 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재임기간 동안 빠지지 않고 하루 두 번 씩 민원실을 찾아 민원인들과 대화하며 직접 의견을 듣고 고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민원실은 총영사관의 얼굴이기 때문이 개선이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가장 힘들었거나 아쉬움이 남는 점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투서였다. 근거 없는 말을 만들어 모함하는 투서에 대해 본국 정부에 해명하는 것이 괴로웠다. 물론 사람이나 단체 간에 이견은 있어 다툴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운전면허 상호인정 약정 체결은 우리 국민들이 미국 면허증을 시험 없이 취득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중요한 사업이라 꼭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3분의 1 정도밖에 하지 못해 가장 아쉽다.
이외에도 차세대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미국 교과서에 한국 알리기 사업도 계획보다 훨씬 못 미친 것이 아쉽다.
-한미동포재단 문제는 어떻게 보나
▲한미동포재단은 양측이 서로 소송 취하에 합의해 가장 큰 문제는 해결됐다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도 남은 과제가 많다. 새로운 이사회 구성이 재단 수입금과 이해관계가 없는 정직하고 존경받는 인사로 선임돼 재단 수입금이 한인 전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인회관의 소유주 명의를 한미동포재단으로 복원하는 일을 서둘러야 하고, 그동안의 운영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법에 근거한 조치로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교훈을 남겨야 할 것이다.
-그간 느꼈던 LA 한인사회의 강점과 아쉬운 점은
▲먼저 한인사회의 강점은 능력 있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한인사회 전체 이익을 위해 좀 더 결집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또 한인단체들이 전시성 행사보다는 전체 한인사회를 위해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남가주 한인사회는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인사회의 화합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서 의미하는 화합은 불의에 대한 굴복을 의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불의와 반칙하는 사람은 결국 손해 본다는 인식이 동포사회에 확산될 필요가 있다.
또 한인사회의 모든 일원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관심이 지속되면 반칙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인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양비론도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양비론은 반칙하는 사람을 지원하고 불의에 대항하려는 사람의 의지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들에게 어떤 총영사로 기억되고 싶나
▲전임 총영사님 중 한 분께서 이 질문에 그냥 ‘잊어주세요’라고 답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마음도 이해가 된다. (웃음) 하지만 저는 ‘진정성을 가지고 동포사회에 다가갔던 총영사’와 ‘동포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렸던 총영사’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돌이켜보면 지난 33년의 공직 생활을 고시 공부하듯 살아온 것 같다. LA 총영사로 지냈던 지난 1년8개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몸도 지친 것 같다. 일단은 서울로 돌아가게 되면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 이기철 총영사 약력
▲서울대 법학과 졸업
▲위스콘신대 행정학 석사
▲외무고시 19회
▲유엔대표부 주재 1등 서기관
▲주 이스라엘 참사관
▲외교부 조약국장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주 네덜란드 대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LA 총영사
<
박주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