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
▶ 소설 1,000만부, 영화 최고 매출, 대중 관심 속 학계 연구검증 활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가 대히트를 치면서 공룡에 대한 연구는 급속히 발전했고, 학계의 발견은 다시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영화‘쥬라기공원’(1993)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 [UIP코리아 제공]

마이클 크라이튼
1990년대, 고생물학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고대 DNA 연구와 화석 연구에 불이 붙었다. 박물관과 대학이 다투어 공룡 전문가를 고용했고 고생물학 연구에 지원이 쏟아졌으며, 이 지원으로 새 시대의 고생물학자들이 생겨났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시기를 ‘쥬라기 공원 단계’로 부른다. 확연히, 소설 ‘쥬라기 공원’은 단일 사건으로는 지난 반세기동안 고생물학계에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이었다.
■처음부터 주류였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14세에 이미 뉴욕타임스에 기행문을 올릴 정도로 재능이 있었고, 작가가 되려고 하버드대 영문학과에 갔지만 영문학이 글쓰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수석 졸업했다. 그러다 미국에서 글로만 먹고 사는 작가는 200명이고 의사는 한 해에 6,000명이 나온다고 수학적으로 계산해 본 뒤 하버드대 의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크라이튼이 학비를 벌려고 쓴 소설 ‘안드로메다 스트레인’(1969)은 5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는 대히트를 쳐서 학생시절에 벌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버렸다.
소설의 판권이 팔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놀러 간 크라이튼의 안내를 맡은 사람은 이제 막 여기서 TV감독 계약을 한 스티븐 스필버그였고, 둘은 곧 친구가 되었다. 크라이튼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TV 의학드라마 ‘ER’ 작업을 논의하던 중 스필버그는 “혹시 다른 작업을 하는 게 있느냐”고 물었고, 크라이튼은 “공룡과 DNA에 관한 것을 쓴다”고 답했다.
내용을 들은 스필버그는 출간도 전에 영화 판권을 샀다. 1990년 출간된 소설은 1,000만부가 팔렸고, 3년 뒤 공개된 스필버그의 영화는 역사상 가장 큰 매출을 올렸다. 다음 해 두 사람이 함께 만든 ‘ER’ 역시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확실히, 크라이튼은 처음부터 워낙 주류였다.
■‘쥬라기 공원’이 바꿔 놓은 인식
크라이튼이 ‘쥬라기 공원’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83년이었다. 인류가 수정란 분할을 통한 생쥐복제에 성공한 지 2년 뒤였다. 전 해에 호박에 갇힌 유기체의 세포가 오래 보존된다는 발표를 본 크라이튼은, 호박에 남은 DNA에서 익룡을 복제해 부활시킨다는 시나리오를 썼다. 크라이튼은 이 구상을 발전시켜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테마파크에서 공룡이 탈출한다는 소설을 썼고, 이를 성인의 관점으로 다시 고쳐 써 7년 만에 소설을 내놓았다.
소설이 일으킨 파장은 굉장했다.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고생물학자, 분자생물학자, 그리고 아무 관계없는 과학자들까지 ‘공룡을 현대에 부활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설을 검증했고, 결과를 발표했고, 새 가설을 내놓고 다시 검증했다. 기본적으로, ‘쥬라기 공원’은 공룡의 표본을 발굴하는 문제에서 ‘그 표본 안에 무엇이 있는가’의 문제로 인식을 대전환시켰다.
1993년 영화가 개봉되기 전날,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는 호박에 갇힌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네이처는 일부러 영화개봉에 공개시기를 맞추었다. 같은 해 영화의 과학자문인 고생물학자 잭 호너는 미 국립과학재단에 공룡 DNA를 화석에서 추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소설과 과학이 이론을 주고받다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의 문제점은 고생물학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소설은 프랜차이즈를 형성하며 3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데, 속편에 전작의 공룡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그 사이의 고생물학의 발전을 무시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1980년대에만 해도 공룡은 주로 도마뱀처럼 다리가 굽고, 무거운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느리고 육중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는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상상이었는데, 아무래도 몸이 무거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리를 끈 흔적이 없고 발의 간격이 맞지 않자, 이후에는 물속에서 몸을 띄워 살았을 거라고 상상했다. 역시 증거가 맞지 않았다. 공룡은 점점 꼬리를 높이 세워 들었고, 다리를 쭉 폈고, 두 발로 걷고, 날렵하게 뛰고 달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깃털과 날개와 부리를 달며 점점 새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공룡에게 깃털이 있었으리라는 가설이 크라이튼이 소설을 쓰던 무렵에도 있기는 했지만 아직 주류는 아니었다. 두 번째 영화는 조심스럽게 깃털을 흉내내듯이 달았고, 세 번째에는 ‘깃털은 달지 않겠다’는 선언을 굳이 해야 했고, 2015년의 최근작 ‘쥬라기 월드’에서는 “이건 그냥 영화다”하며 인도미누스 렉스라는 가상의 공룡까지 등장시키며 다 포기해 버렸다.
■현실에 다가온 쥬라기 공원
크라이튼이 제시한 DNA 추출방법에 오류가 있다는 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DNA를 추출한다는 그 생각 자체였고, 이 생각은 현대의 여러 학자들에게 퍼져나갔다.
‘쥬라기 공원’의 자문을 계속하며 공룡 복원 연구를 하던 잭 호너는 2010년 ‘공룡을 만드는 법’이라는 책에서 닭의 유전자를 변형해 공룡을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다. 새는 공룡의 후손이며, 살아있는 생물은 DNA의 가장 훌륭한 저장소다. 닭에게 남아 있지만 표현형으로 나타나지 않는 DNA를 활성화시키면 공룡에 가까운 모습으로 진화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자 베스 샤피로는 공룡보다는 매머드의 부활을 제안한다. 빙하기에 살았던 매머드는 종종 얼음에 갇힌 채 발견되어 털과 가죽이 그대로 보존되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살았고, 난자 세포질을 제공할 비슷한 생물인 코끼리도 현대에 많다. 매머드의 DNA는 실제로 2014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깨끗한 매머드 시체에서 추출되었다.
하지만 이들을 부활시키는 데에는 기술 이전에 생명윤리의 문제가 있다. 가족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점점 잊히는 면이 있지만,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은 세상에 공룡을 부활시킬 방법을 제안하는 동시에, 그 부활이 야기할 재난과 위험과 통제 불가능성을 엄중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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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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