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명소’ 아오키가하라 숲, 일본 “오명 벗자” 안간힘
▶ 이끼·바위·노송 신비스런‘나무 바다’, 소설·영화·드라마서 자살사이트 묘사
원시림이 울창한 아오키가하라 숲은 일본의 자살 명소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사진 Ko Sasaki/ NY Times]
로건 폴이 유튜브에 올린 ‘일본 자살 숲에서 시체를 만나다’ 동영상의 한 장면.
아오키가하라 숲을 방문한 학생들이 입구에 있는 자살방지 표시판을 읽고 있다. 1998년 자료사진. [AP]
최근 유튜브 스타 로건 폴(Logan Paul)이 일본에서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악명 높은 아오키가하라(Aokigahara) 숲을 방문, 나무에 매달린 시체를 동영상으로 게시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이 영상은 곧바로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았고, 로건 폴은 곧 바로 이에 대해 사과했으나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형세다.
후지산 기슭에 있는 원시림 아오키가하라는 그러나 그 훨씬 전부터도 자살 최적지라는 오명에 시달려왔다. 이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오명을 씻고 좋은 이미지를 회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나 이 유튜브 사건으로 국제적인 타격을 입은 듯하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가진 나라다. 최근 수년간 전국적인 홍보와 노력으로 약간 개선되긴 했어도 여전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
아오키가하라 숲의 산책로 입구에는 자살 핫라인을 홍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인생은 부모님이 당신에게 선사한 소중한 선물입니다. 한번만 다시 부모님과 형제 자매,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을 생각해보세요”라고 쓰인 사인판이 있고, 그 옆에는 빚더미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핫라인 번호도 적혀있다.
현지 경비원들은 숲을 순찰하다가 트레일을 벗어난 곳에 혼자 온 사람이나 우울증 혹은 자살 계획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노력으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자살은 연간 30건 정도로 줄었다. 10년전에는 일년에 100명씩 목숨을 끊었던 곳인데 말이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에 노출된 후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 지역 관리들의 걱정이다. 이 숲의 관할처인 후지요시다 경찰청의 마이지마 스쑤무 본부장은 유튜브 영상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숲에 대한 미디어의 지나친 관심이 자살 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방해한다고 언짢아했다.
이끼 덮인 울퉁불퉁한 용암바위 위로 빽빽하게 치솟은 노송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이 숲에는 ‘스타워즈’의 엔도르 숲이나 톨킨의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를 연상시키는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다. 7,400에이커에 달하는 숲은 잘 닦인 산책로들이 굽이굽이 자리하고 있지만 트레일을 벗어나면 일본인들이 ‘나무의 바다’라고 부르는 깊은 삼림 속으로 쉽게 몸을 숨길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한 목적으로 아오키가하라를 찾는 사람도 많다. 젊은 커플, 일가족, 외국인 관광객들은 동굴을 방문하고 숲속 길을 산책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과 함께 대만에서 온 대학원생 웽 이안(21)은 “풍경을 보기 위해 왔다”면서 온라인에서 수많은 비난이 쇄도한 로건 폴의 비디오는 무척 실망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높은 자살률과 싸우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보건부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 2만2,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10만명당 17.3명의 비율이다. 그나마도 2003년 최고치인 3만4,500명(10만명당 27명)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다.(미국의 자살률은 2014년 10만명당 13.5명)
직장과 학교에서 받는 압력으로 인한 우울증이 자살의 주요인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사회적인 고립과 정신건강 서비스 부족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본의 문화가 정신 치료를 꺼리는 것도 한 이유다.
직원 50명 이상인 업체는 모든 근로자에게 정기적인 스트레스 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원들 자신이 하려고 들지를 않는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의욕이 없어서 의사를 찾으려 하지 않고,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일본인 자살의 약 60%는 집에서 일어난다. 정부는 장소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아오키가하라 숲이 위치한 야마나시 현이 일본에서 5번째로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승려들이 스스로 굶어 죽으러 들어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자살한 사람들의 유령이 숲을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귀신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이 숲은 일본의 유명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1960년 소설 ‘파도의 탑’에서 한 젊은 부부가 자살한 배경으로 묘사되면서 낭만적인 장소의 환상이 생겨났다. 그 이후 2016년 미국영화 공포 스릴러 ‘숲’과 TV 드라마 ‘나무의 바다’ 등에 나왔고, 다른 소설에서도 자살 사이트로 묘사되면서 ‘죽음의 숲’ 이미지를 갖게 됐다.
자살 대책 지원 센터 디렉터 모토하시 유타카는 ‘악순환’이라면서 이 숲이 유명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디어에게 자살한 장소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노출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으나 그것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나오기 전에 세워진 가이드라인이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훨씬 넘어서는 이들을 막기는 힘든 것이다.
문제의 동영상에서 로건 폴은 아오키가하라를 “복수심에 가득 찬 유령이 출몰하여 길 잃은 방문자를 괴롭히려고 혈안이 된 숲”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 오래된 통계를 인용하여 매년 이 숲에서 100명씩 자살하고 있으며, 숲속에는 셀폰이 전혀 안 터지는 지역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숲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은 로건 폴만이 아니다. 일본 언론들조차 신화적 요소를 덧입혀 나침반도 작동 안하는 곳이라는 등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스토리를 지어내곤 한다. 이곳에서 10년 동안 가이드로 일해온 마사미 키시노에 따르면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이런 ‘신화 만들기’는 아오키가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학자들은 많은 미디어가 일본은 자살을 명예롭게 여기는 문화를 가진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세기 일본의 자살’의 저자 프란체스카 디 마르코는 아오키가하라 같은 장소를 낭만적으로 보는 것은 “병리학적으로 다뤄야할 현상을 신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일본사람들은 아름다운 곳에서 스스로 생명을 끊는다거나, 자살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무라이 정신을 갖고 있다는 등의 스토리가 자살이 정신병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산림 감시단은 ‘특별 순찰팀’이란 글씨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아오키가하라 숲을 돌아다니며 ‘수상한’ 사람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혼자 걷고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가까이 가서 대화를 시도하는데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금방 알 수가 있다고 한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숲에서 뭘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가 의심되는 경우(대부분 남성이다) 순찰자는 경찰을 부르거나 가족의 전화번호를 물어서 연결해주고 트레일 입구까지 데려다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순찰자는 “생명을 구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하고 “우리는 이 아름다운 숲이 자살 장소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으로 불리기 원치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이 1,100년 된 이 숲에 와서 즐기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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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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