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채광 교실 학생, 인공조명보다 성적 20% 높아, 사무실에 녹색식물 있으면 생산성 15% 향상
▶ 녹색 옥상, 바깥 보이는 사무실, 자연채광, 통풍… “병가와 결근자 줄고 업무 성취도 좋아진다”
■ ‘바이오필릭 디자인’에 관심 높아져
맨해튼에 있는 쿡폭스(CookFox) 건축 사무실에 들어서면 도심지를 떠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말굽 모양의 작업 포드는 나무가 드리워졌고 늦은 오후의 따사한 채광이 내리쬐는 안식처와 같다. 사무실의 3개면에 있는 테라스에는 나무와 덩굴과 풀밭이 풍요롭고, 직원들이 건사하는 꿀벌 양봉장까지 설치돼 있다.
미드타운에 있는 이 특별한 작업장은 건축가들이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종류의 친환경 건축물의 쇼케이스로 디자인되었다. 그리스어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이란 뜻의 ‘바이오필릭’은 하버드의 생물학자 E.O. 윌슨에 의해 대중화된 단어로, 그는 인간은 자연 세계에 정서적으로 이끌리는 진화적 생물학에 의해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주창자들은 녹색 건물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 안에 살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강 증진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인생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 동안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보낸데 대한 생리적인 대가를 우리가 치르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외부의 풍경을 볼 수 없고 인공적으로 조명되는 사무실의 밀폐된 공간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의 수치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 오래된 사무실 건물들은 대부분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런 곳에서는 이산화탄소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인지 기능을 손상시키고 기분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의 직장들을 연구해온 환경 심리학자 주디스 헤르바겐은 인체의 자연적 요구사항을 무시한 디자인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사람을 위한 편안한 오피스를 만드는 것보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위한 자연적 서식지를 디자인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창의력을 쏟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워싱턴의 미국 조달청(US 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에서 근무하는 닥터 헤르바겐은 정부 건물을 위해 녹색 옥상과 아트리움을 가진 건물, 탁 트인 바깥 경관을 볼 수 있는 낮 조명 사무실, 또한 직원들이 움직여 돌아다니고 서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공간들을 계획하는 일에 도움을 주었다.
건축회사의 쿡(Mr. Cook)에 따르면 생물학을 염두에 둔 건축물에서는 병가와 결근이 줄고 업무 성취도가 좋아진다. 또한 몸은 출근했지만 마음은 딴 데 가있는 직원의 숫자도 줄어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생명친화적 디자인이다. 더 많은 과학적 이론이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에 갈수록 건축주들에게 이를 설득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쿡은 말했다.
건강한 건물의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2014년 국제 팀의 조사에 따르면 잎이 많은 초록색 식물이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집중력이 높았고, 식품이 없는 삭막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생산성이 15%나 향상되었다.
건축 전문가 로저 울리크의 병원 연구에서는 자연 경관이 보이는 창문이 난 병실에 입원한 환자는 진통제가 덜 필요했고, 창문이 없는 방에 있었던 환자보다 평균 하루 일찍 퇴원했다.
에너지 자문회사 헤숑 마혼 그룹이 서부지역의 초등학생 21,000명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연 채광을 가진 교실의 아이들은 인공조명을 갖춘 교실의 어린이보다 시험 성적이 20% 이상 높았다.
렌슬레어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의 조명연구센터 디렉 터 마리아나 피게이로는 좋은 조명은 사무실 직원들이 긴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하고 너무 많은 오피스들이 위에서부터 책상으로 빛이 내려오는 투광조명등의 동굴 같은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생리적으로 중요한 빛을 빼앗긴 사람들은 낮에는 무기력하고 밤에는 수면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24시간 주기 시스템이 방해를 받으면 우울증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쉽고 장기적으로 심장 질환이나 유방암의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피게이로 박사는 자연광을 쪼이는 것이 최고로 좋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좋은 인공조명으로 야외의 채광을 대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에는 푸르스름한 빛, 오후에는 따뜻한 황색 빛이 그것이다. 일부 실내조명 시스템은 이 자연스러운 사이클을 모방하여 하루의 시간에 따라 빛의 색과 밝기를 조정하도록 프로그래밍 하고 있다.
좋은 조명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신선한 공기라고 하버드의 건강 및 지구환경 센터의 헬시 빌딩 프로그램 설립자 조셉 알렌 박사는 말한다. 소위 ‘아픈 건물’에 대한 법의학 조사를 수백 번이나 수행한 그는 건강에 좋지 않은 곳의 90%가 환기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실시했던 한 조사에서는 제대로 통풍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일한 사람은 환기가 나쁜 곳에서 일한 사람보다 인지 능력과 의사 결정 테스트에서 2배의 성적을 보였다.
“우리는 모두 통풍이 잘 안 되는 회의실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한 알렌 박사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산만한 모습이고, 어쩌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면 갑자기 활기를 찾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아직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는 실내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되면 특정 뇌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쿡폭스 건축 스튜디오에는 사무실마다 에어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산화탄소 및 오염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신선한 공기를 사무실로 펌프해 보낸다. 테크놀러지와 상관없이 간단히 창문 열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효과를 정량화하려는 노력이 현재 진행 중이다. 닥터 알렌 팀은 다양한 실내 환경에서 사람들의 심박수 변동성 및 스트레스 수준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상현실(VR)을 사용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 클라우드 연구소의 연구진은 뉴욕의 환경 컨설팅 회사(Terrapin Bright Green)과 파트너가 되어 호텔 로비의 녹색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신경학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뇌파 검사 또는 뇌파 기계를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 기술이 우리가 자연의 지혜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역설이다. 그러나 쿡은 친자연 디자인에 흥분하느라 기후 변화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더 아름다운 건물과 더 나은 건강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이로움과 함께 에너지 절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Eric Laig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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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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