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IEP·영어구사 불편한 학생 LEP 서비스
학부모 미팅·상담 등 통역 서비스 요청 거절당해

아시안 학부모 등이 뉴욕시교육청을 상대로 언어 통번역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익법률단체인 ‘리걸 서비스 NYC’(Legal Service NYC)와 학부모 4명은 지난 7일 연방 뉴욕동부지법에 ’뉴욕시교육청이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학부모와 자녀에게 언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 따르면 장애아동을 위한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s 이하 IEP)’와 ‘영어 구사능력이 제한적인 학생을 위한 LEP(Limited English Proficiency)’서비스를 받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시교육청 담당자에게 학부모 미팅과 상담 등에 대한 통번역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거나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또 담당자로부터 “서류를 번역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왜 영어를 배우지 않느냐” 등의 발언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시교육청이 출신국가를 근거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지난 1964년 제정된 연방 민권법을 위반했으며, 자녀 교육에 중요한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대한 비영어권 학부모의 접근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08년 뉴욕시가 모든 정부기관에 한국어를 포함한 6개 주요 언어에 대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교육법 IDEA 위반으로, 손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지난 2015년 뉴욕이민자연맹(NYIC)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 공립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이 가정에서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으로부터 언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한 베로니카 가르시아는 “통역사를 통해 자폐증을 앓고 있는 딸의 IEP를 번역해달라고 여러 번 도움을 요청했지만 종종 무시당했다”며 “내 딸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중국계 학부모도 “천식이 있는 딸에 대해 간호사로부터 여러 번 전화를 받았지만 모든 상담은 영어로만 이뤄졌다”며 “시교육청은 스페인어와 중국어 등을 포함한 180개 언어에 대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음에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존 리우 뉴욕주상원의원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상관없이 모든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모든 종류의 정보를 얻을 자격이 있다”며 “소송에 나선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자녀가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시교육청은 “올해 장애아동을 위해 IEP 통번역 프로그램을 시범운영 중이며 이용률이 16%까지 증가했다”며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