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행정수반 ‘송환법’ 공식 철회...‘우산혁명’ 79일 기록 넘어서… 1천명 넘게 체포
▶ ‘급한 불’ 껐지만… 시민단체 “시위 계속할 것”...반중 정서 노골화·젊은이들 좌절 등 숙제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AP]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이하 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지난했던 투쟁이 일부 결실을 보게 됐다.
홍콩 시위대가 시위 중지 선행 조건으로 요구해 온 다섯 가지 사항 중 첫 번째인 송환법 철회를 홍콩 당국이 받아들인 것이다. 폭력시위, 파업투쟁 등이 장기화하면서 홍콩은 물론 중국 정부의 부담도 확대됨에 따라 일단 ‘급한 불’을 끈 것이다.
지난 주말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159명이 체포됐던 것을 생각하면 사태의 급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2일까지 홍콩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수는 무려 1,1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2의 우산혁명?송환법 공식 철회를 끌어낸 주역은 다름 아닌 88일의 지난한 투쟁을 벌여온 홍콩 시민들이다. 지난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벌인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홍콩 시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우산 혁명 때보다 더 긴 88일의 투쟁을 이어갔다.
지난 2014년 ‘우산 혁명’의 실패 이후 실의에 빠졌던 홍콩 시민들은 이제 ‘제2의 우산 혁명’의 승리로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작지 않은 희망을 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로 노골적인 반중국 정서와 함께 일국양제(1국가 2체제)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다는 점은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특구 정부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홍콩 시위사태 격화의 배경에 중국 본토 출신 젊은이들과 일자리 경쟁을 하며 집값 폭등과 경제상황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 홍콩 젊은이들의 좌절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무거운 숙제로 던져졌다.
이번 시위의 단초가 됐던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대만 등의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 본토로 인권 운동가나 반정부 인사 등이 인도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6월 초부터 계속돼 왔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었다.
■송환법 철회 배경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전격적으로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한 것은 홍콩과 중국 안팎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에 급속히 침체하는 홍콩 경제에 대한 우려,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둔 중국 중앙정부의 부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 등이 송환법 철회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홍콩 시위 사태가 송환법 공식 철회라는 전환점을 맞게 된 데는 시위대의 핵심 요구를 일부 수용하지 않고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홍콩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람 행정장관은 2주 전 19명의 홍콩 지도층과 만난 후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며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그들이 내놓은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고 전했다.
친중파 진영에서 이러한 요구가 나오게 된 데는 시위 사태로 홍콩 경제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홍콩 경제에 미친 영향은 우산 혁명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해 금융, 관광, 소매, 부동산 등 모든 부문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향후 전망은람 장관이 시위대의 요구 중 하나인 송환법 철회를 받아들였다고 해도 여전히 네 가지 요구사항이 남아 있어 13주 넘게 지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가 잦아들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당초 송환법 철회를 기치로 들고 일어났던 홍콩 시위는 지난 2014년 우산혁명을 촉발했던 의제인 행정장관 직선제까지 뻗어 나갔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폭력이 일어난 점도 양측 간 화합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시위대는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람 장관은 이날 “경찰민원처리위원회가 맡을 것”이라고 거부했다. 중국 무장경찰 등 군의 투입도 의심되는 지점인 만큼, 중국 중앙정부 측도 이를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 ‘체포된 시위대의 무조건 석방 및 불기소’ 요구도 람 장관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에 대해서도 그는 “평화적 분위기 속에서 실용적 접근을 하지 않으면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홍콩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송환법 철회 발표 직전 트위터를 통해 “캐리 람은 다시 한번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시위 정국엔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그만 갈등과 충돌을 멈추고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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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홍콩시민들 응원합니다. 더이상 아무 사고없이 뜻한바를 이루어 내기 바랍니다.
엣날에는 목구녕이 포도청 이라고 먹고 사는데 몹시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다른지구촌 자유를 구속할려한다면 여기저기서 많은 반발이 있을걸로 생각이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