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창장·스펙 위조수사 겨냥, 정부 “검찰 영역 넘어” 비판에 윤석열 “수사 개입 말라” 반발
▶ 수사 결과 따라 한쪽 치명상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수사를 놓고 청와대·여권과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지 불과 40여일 만이다. 임기 말이 아닌 집권 3년 차에 청와대와 검찰이 큰 파열음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청-검 갈등은 5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와 이낙연 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대해 대검찰청이 맞대응하면서 표면화됐다.
박 장관은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어떻게 실현되겠느냐”며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 관련 수사를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수사에 제동을 거는 듯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언급이 언론에 보도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조 후보자 딸에게 표창장을 주라고 추천한 교수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관련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총리까지 이날 국회에서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겨냥해 “정치를 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6시쯤 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돌려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수사 개입을 중단하라”며 정면 반발했다. 대검은 “금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장관 후보자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위조가 아니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는 내용의 ‘대검 관계자’ 발언을 전달했다. 검찰은 ‘해당 관계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니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사실상 무혐의 취지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어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로서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또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있다”는 여권의 주장도 사실상 수사 방해로 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조 후보자 수사 착수를 결심하면서 사실상 직을 던질 각오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와 가족 중 일부가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질 경우 조 후보자로 상징되는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은 동력을 잃게 된다. 반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도 조 후보자 일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할 경우 검찰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인사권자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여권 지지세력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 후보자를 엄호하기 위해 조 후보자 부인 외에도 여권 핵심 인사들이 증거인멸을 통해 사실상 검찰 수사 방해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표창장 등 스펙을 위조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은 대학 시절 동양대 총장상을 수상했다고 기록했으나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표창장을 결재한 적도, 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 딸은 대학 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이틀 동안 인턴 활동을 했으나 3주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했다. 또 우간다를 방문한 적이 없는데도 우간다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록했다. 이 중에 하나라도 허위로 확인되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될 뿐 아니라 사문서 위조 및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최 총장에게 4일 전화를 걸어 “딸의 총장 표창장 발급 권한을 위임했다고 말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최 총장이 전했다. 이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잇따라 최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표창장 의혹과 관련해 “이런 식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이사장과 김 의원은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여권 인사들의 전화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6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조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해버리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최진녕 변호사는 “조 후보자 측의 진실 덮기 시도를 막기 위해 검찰이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해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병리학회는 이날 편집위원회를 열어 조 후보자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 논문에 대해 연구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직권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조 후보자 딸은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사실을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때 자기소개서에 쓴 것으로 알려져 입학 취소가 결정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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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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