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로 SAG 여우조연상 수상
▶ 한인·아시안 최초 배우조합 개인 배우상 “서양의 동료배우들이 날 선택해줘 감사”
“어떻게 제 기분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해외에서 이렇게 알려지게 될지 몰랐습니다. 동료 배우들이 저를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줬다는 것이 더 감격스럽습니다.”
배우 윤여정(74)은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글썽였다. “제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며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건 윤여정뿐만이 아니리라. 윤여정은 세계 영화계가 그간 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윤여정은 4일 LA에서 열린 제27회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연기로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으로 25일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가능성이 커졌다.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면 아시아인으로선 1958년 일본계 우메키 미요시(사요나라) 이후 63년 만에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딸 가족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1995년 만들어진 SAG상은 ‘오스카 바로미터’로 꼽힌다. SAG상 수상자는 SAG 회원들 투표로 선정된다. SAG 회원 상당수가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 속해 있다. AMPAS 회원 중 배우 비중이 가장 크다. 15%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카 각 부문 수상자(작)는 회원 투표로 결정된다. 배우들이 오스카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생충’은 출연진 모두를 대상으로 한 캐스트(앙상블)상을 받으며 오스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윤여정은 SAG상 여우조연상을 놓고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과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헬레나 젱켈(뉴스 오브 더 월드)과 경쟁했다. 젱켈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다.
SAG상은 특히 배우상 부문에서 오스카 적중률이 높다. 여우조연상의 경우 역대 수상자 27명(제4회는 공동 수상) 중 18명이 오스카에서도 상을 받았다. SAG상과 오스카의 일치도는 2010년대부터 더욱 높아졌다. 지난 10년간 SAG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10명 중 9명이 오스카 여우조연상 트로피까지 안았다. 윤여정은 오스카라는 고지의 9부능선을 넘은 셈이다.
윤여정의 SAG상 수상 자체만도 역사다. SAG상은 오스카처럼 백인 위주 잔치였다. 여우조연상만 놓고 보면 지난해까지 백인 수상자가 22명이었다. 흑인은 5명에 불과했고, 아시아인은 단 한 차례도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남녀주연상, 남자조연상까지 포함해서도 아시아인 최초다.
김효정(수원대 영화영상학부 객원교수) 영화평론가는 “윤여정은 경쟁자들과 달리 출연 장면이 적은데 그만큼 연기 임팩트가 강했다”며 “‘기생충’이 수상한 앙상블상은 영화의 완성도나 맥락과 연결할 수밖에 없지만 윤여정은 자신의 역할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아카데미상 수상은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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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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