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애 처음으로 자동차를 장만했다. 워싱턴에서 보스턴까지 BMW(Bike, Bus, Metro & Walking) 방식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대중교통, 자전거 그리고 두 발에 의지하며 살았던 내가, 결혼 그리고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차를 구입할 생각 조차 했을까 싶다. 서울, 뉴욕, 그리고 워싱턴에서는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 도시 안에서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을 못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펜데믹으로 한동안 만남과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내가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샀다고 하면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놀라움을 표했던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자전거만 타고 다니던, 호성이가 차를 사다니’
운전면허도 만 35세에 처음 따고, 도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차량을 소유할 경우 그에 따르는 많은 번거로움 때문에 렌터카와 공유차량만 이용했다. 그런데 날도 추워지고 점점 차량 공유 비용이 리스 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이 되어버려 아내와 차를 리스해야겠다 결정하고, 최근에 차를 장만한 지인들에게 정보도 받고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나와 아내는 둘 다 차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실용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하다 보니 비교적 빨리 기아의 니로를 염두에 두고 주변 딜러들과 가격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차를 사게 된다면 예전부터 막연히 배기가스 배출이 없는 전기차를 타야겠다 생각했지만, 전기차는 원하는 사양에 부합하는 차량의 기본 가격대가 우리 예산을 훨씬 초과해 처음부터 옵션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둘 다 있는 도시 안에서는 전기차 모드로만 다닐 수 있는 차를 대안을 삼기로 했다.
하지만 PHEV 차량의 경우 내연엔진 차량에 비해 같은 기종도 7,000-8,000달러 가량 소비자 판매 가격이 더 비싸서 마지막 결정을 할 때 또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예산에 맞지 않는다고 내가 그토록 선호하지 않았던 휘발유 차량을 사야 하는 것인가? 이건 마치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을 경제의 논리에 팔아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더 알아보다 보니, 전기차 및 PHEV 같은 친환경 차량의 경우 연방정부 그리고 때로는 지방정부에서도 세재혜택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방정부에서는 매해 세금보고를 할 때 전기차를 구매한 개인에게는 7,000불만큼 세금 credit으로 주는데, PHEV의 경우 차량 모델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약 4,500불 credit을 준다. 우리의 경우 차량을 리스했기 때문에 기아차에서 회사 세금보고에 반영을 하게 되고, 우리는 차량 소비자 가격에서 연방정부에서 주는 혜택만큼 전체 비용에 감해서 리스비용이 결정되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전기차 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PHEV 마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에 정부의 친환경차량 세제혜택이 구세주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업무로 개발도상국 정부들에 녹색성장으로도 불리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방법들에 대한 조언 및 사례를 소개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한 시민의 입장으로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가치의 일이라도 한 개인에게 경제적인 선택이 아닐 경우 엄청난 신념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 사람들의 의사결정 그리고 행위를 바꾸기에 한계가 많겠다는 것을 매우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단순히 가치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경제적인 요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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