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월 28일 해병대 박물관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옴스테드 장군이 장진호 전투 기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2015년 한국영화 ‘국제시장’ 시사회가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한 극장에서 열렸다. 영화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흥남부두, 수많은 피난민들의 행렬을 보여주며 마치 전쟁터의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당시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한국전 참전용사 스티븐 옴스테드(Stephen Goodwin Olmstead) 장군도 있었다. 관객들의 탄성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며 “20살의 젊은 나이에 참전해 어느덧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러 모든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전우와 함께 했던 당시의 기억은 생생하다”고 말했다.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했던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을 위해 적진에 둘러싸인 채로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며 철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장진호 전투의 영웅,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해병대 중장이 지난 20일 버지니아 애난데일 자택에서 별세했다.
옴스테드 장군은 그간 여러 행사를 통해 한인들과 자주 만났다. 한인타운이라 불리는 애난데일에 거주했던 그는 해병대 박물관에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을 위해 한인사회와 함께 모금운동을 전개했으며 영화 ‘국제시장’도 한인들과 함께 관람했다. 2017년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장진호 기념비를 소개하며 기념 배지를 달아주기도 했다.
뉴욕 출신인 옴스테드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해병 1사단 소속 사병으로 참전해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전투 등 가장 치열했던 전투에 투입됐다. 41년간 복무하고 1989년 중장으로 예편했으며 지난 20일 92년의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아쉽게도 27일 열리는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의 ‘추모의 벽’ 제막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고인의 장례일정은 27일 페어팩스 메모리얼에서 추모식, 28일 해병대 박물관에서 장례식이 열리고 이후 콴티코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평소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던 옴스테드 장군은 참전용사들의 희생뿐만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폐허가 된 마을, 수많은 전쟁고아, 반세기가 넘도록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 등 한국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도 이웃 주민인 한인들과 만나면 오늘날 한국의 발전에 감탄하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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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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