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상장기업 시총 요동
▶ SK, 반도체 훈풍으로 30% 늘어
▶현대차도 수출 호조 3위로 올라
▶삼성, 672조 1위… 네카오 30%↓
인공지능(AI) 붐과 강달러 장기화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실적주들이 인기를 끌면서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2차전지’ 열풍으로 약진했던 LG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올해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부진에 빠졌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그룹의 시가총액은 246조 4695억 원으로 올 들어 30% 넘게 상승했다. 올 1월 이미 시가총액 168조 원을 돌파해 당시 166조 원이던 LG그룹을 밀어낸 SK그룹은 격차를 더욱 벌리며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SK그룹이 6개월간 기록한 시가총액 상승률은 국내 5대 기업집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SK그룹 전체 시총 비중에서 70% 넘게 차지하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관련 계열사들의 활약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AI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계약을 맺으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중이다. 올 들어 외국인투자가가 3조 8000억 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주가가 무려 70% 가까이 급등했다. 이달 25일에는 종가 기준 162조 3445억 원의 시총을 기록하며 혼자서 현대차그룹 상장사 12개 시총(159조 5148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도체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C 역시 지난해부터 공들여온 미국 투자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과 더불어 지난달에는 미국 정부 보조금 혜택 전망이 등장하며 올 들어 주가가 75.28% 상승했다.
지난해 2차전지로 흥했던 LG그룹은 전기차 업황 둔화로 타격이 큰 모양새다. 26일 기준 LG그룹의 시총은 156조 614억 원으로 6개월 새 30조 원가량 줄며 지난해 대비 순위도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LG그룹 전체 시가총액 비중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올 들어 20% 넘게 감소했다. 기업 밸류업 기대로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 외국인마저 외면하는 모양새다.
중국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석유화학산업 불황도 뼈아팠다. LG에너지솔루션 다음으로 기여도가 높은 LG화학 주가도 올 들어 30% 가까이 빠졌다. 정보기술(IT) 기기 및 가전제품 수요 증가와 애플 신제품 출시 등으로 LG전자와 LG이노텍이 선전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하락 국면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2차전지 혜택을 입었던 포스코그룹도 올 들어 시총이 25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69만 4000원까지 치솟았던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이날 25만 4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6개월 새 30%가량 하락했다. 2차전지와 함께 주력 업종으로 삼고 있는 철강 부진도 시총을 끌어내렸다. 철강 업황은 최대 수요처인 중국 부동산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POSCO홀딩스 주가도 최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올 들어 27.13% 하락했다.
지난해 4위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수혜와 함께 고환율 장기화로 역대급 자동차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3위에 올라섰다.
현대차와 기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두 업종 모두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을 지배했던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과 수출실적주 이중 혜택을 받으며 외국인의 집중 투자 대상이 됐다. 올 들어 외국인들은 현대차와 기아 주식을 각각 3조 4350억 원어치와 1조 76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각각 42.26%, 30.80% 상승했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672조 587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23% 늘며 변동 없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네이버(NAVER)와 카카오는 올 들어 시가총액이 30% 가까이 감소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홍역을 치뤘던 태영그룹 주가 감소율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온라인 광고 시장 불황과 더불어 추진 중인 AI 사업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지 못해 당분간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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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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