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교차·미세먼지 심장에 부담
▶ 부정맥·협심증·심근경색 우려
▶ 봄철 자살, 겨울보다 20% 높아
봄은 따듯한 날씨로 외부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입학, 새 학기 등 새로운 시작이 많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체적·심리적인 부담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국내 사망원인 2위인 심혈관질환은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에 위험성이 높다고 인식돼 있지만, 봄에 오히려 환자 수가 많다. 우울장애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자살률도 봄이 겨울보다 높다. 이러한‘스프링 피크’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봄이 되면 흔히 꽃가루 등에 따른 알레르기 비염과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봄철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은 심혈관질환이다.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심혈관질환 환자가 연중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3월(34만6,778명·2023년 기준)이다. 환자 수가 가장 적은 9월보다 3만 명 이상 많다. 4월 환자 수(32만1,330명)도 1월(32만309명)·2월(31만9,175명) 환자 규모를 웃돈다.
심혈관질환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겨 심장이 충분한 혈류를 공급받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과 관상동맥이 좁아져 갑작스럽게 가슴 통증 등을 느끼는 협심증,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증 등이 해당한다.
봄철 심혈관질환 환자가 많은 이유는 일교차에 따른 혈관 수축 영향이 크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 교수는 “일교차가 커지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이완을 반복하면서 심장에 부담이 커진다”며 “이상기후로 봄철 일교차가 더욱 커지고 있어 고혈압 환자나 심장질환 환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도 주범이다. 안 교수는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그로 인해 혈관 기능 손상, 혈액 응고 능력에 변화가 생겨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로 심장질환 사망 위험이 60~9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고령자나 당뇨병 환자는 미세먼지 등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겨울 동안 신체활동을 피하다가 갑작스런 야외활동을 하는 것도 혈액순환 등 심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심혈관질환의 대표 증상은 가슴 정중앙이나 좌측에 생기는 통증이기 때문에 심장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간과해선 안 된다.
협심증은 보통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등 일정 이상의 신체 활동을 했을 때 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이 통증은 5~10분 안팎 지속된 후 가라앉는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가만히 있는데도 아플 경우엔 불안정형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일 수 있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우울증도 일조량이 감소하는 겨울철에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봄철 우울증’도 간과하기 힘들다. 우울증으로 학업·직장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21년부터 3년간 월별 자살사망자 수를 보면, 봄(3~5월)이 겨울(12~2월)보다 약 20% 안팎 많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아라 교수는 “봄은 입학과 취업 등 새로운 시작이 많은 계절로 심리적 부담과 압박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계절 변화로 인한 일조량 증가는 기분·수면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균형을 깨뜨려 감정 기복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봄철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기분 변화와 무기력감,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등이다. 평소보다 쉽게 지치거나,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슬픈 감정이 밀려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봄철 알레르기, 날씨 변화와 겹쳐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 교수는 “계절성 우울장애는 특정 시기에 우울감이 몰려왔다가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되면 만성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 자가 판별을 위해선 보건복지부 정신건강포털에 있는 ‘우울증 선별도구’를 이용해볼 수 있다. 9문항(문항당 최대 3점)으로 구성된 물음의 총점이 5~9점인 경우 가벼운 우울증, 10~19점은 중간정도 우울증, 20~27점이면 심한 우울증에 해당한다.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흥미·재미가 거의 없음, 잠들기 어렵거나 자꾸 깸, 식욕저하 또는 과식, 내 자신을 실패자로 느끼거나 나 때문에 가족도 불행하게 됐다는 생각 여부, 스스로를 자해하는 생각 등이 주요 문항이다.
이 교수는 “심한 우울장애 환자는 일상의 작은 변화에도 감정이 급격히 요동치고 심한 절망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체리듬이 바뀌는 봄철에는 주변의 따뜻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의 증세가 급격히 악화하는 급성기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다만 치료 이후 증상이 나아졌다고 자의적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할 경우 재발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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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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