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 소진으로 관세 영향 본격화… “현지 생산율 낮아 더 불리”
▶ “점진적 인상 전망”…시장 반응·업계 동향·정책 변화 예의주시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격 동결 시한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취할 가격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관세 발효를 앞두고 비축했던 '비관세 재고'가 소진되며 이달 중으로 미국 판매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경쟁업체 동향과 시장 반응, 미국 관세의 변동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가며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이달 내 인상 가능성…"현지생산 비율 낮아 압박↑"
1일(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번 달 비관세 재고를 소진하고 수입차 25% 관세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재고 일수는 각각 94일, 62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는 같은 달 3일 발효됐다.
앞서 현대차가 6월 2일까지 미국 권장소매가(MSRP)를 동결한다고 밝혔던 것도 이같은 현지 재고를 활용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그로부터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금껏 방파제 역할을 해줬던 재고가 소진되고 직접적인 관세 충격파를 받기 시작하는 셈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연간 관세 추정치는 약 6조원으로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17.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국 내 판매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소진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시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면서 "한국에서 수출되는 일부 차종은 (판매 가격이) 한계 원가 미만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도 "내부적으로 회사가 관세 부담을 얼마나 흡수하고 소비자 가격으로 얼마나 전환할지 논의 중일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가격 인상이 예상되며 향후 2, 3주 안에는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의 낮은 현지 생산 비율도 이달 내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 물량이 많은 만큼 관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 자료를 보면에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가운데 수입 물량 비중은 65%로 폭스바겐그룹(80%)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63%), 르노·닛산·미쓰비시(53%), BMW(52%), 도요타(51%), 혼다(35%) 등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 비중이 미국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보다도 작다"면서 "가격 인상의 압박 정도가 경쟁사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시장·업계 등 지켜보며 점진적 인상"
다만 급격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보다는 업계 동향과 시장 반응, 정책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인 수익 방어에 집중하다가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아직 변동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공격적으로 올리면 마켓 쉐어를 뺏길 위험이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올리고 폭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면서 "시장 반응과 업계 동향을 지켜보며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리는 전략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결정한 상황이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3개 차종으로 최대 인상 폭은 2천달러(280만원)다.
이후 일본 스바루가 일부 신차 모델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고, 볼보자동차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모델별 상이한 가격 탄력성을 고려해 상승률에 차등을 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고소득층은 가격 상승에 부담을 덜 가지니까 고급 차종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다"면서 "차종별로는 현대차가 비교 우위를 갖는 세단형의 가격을 덜 올리는 쪽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엔트리 레벨의 가격이 3천∼4천달러(약 429만∼571만원)씩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시장의) 고객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해서 가격을 그렇게 올리면 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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