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 5% 조달 방안 ‘물음표’…복지예산 삭감엔 정치 부담
▶ 美무기 의존 탈피도 과제… ‘미군 기습 감축’ 우려도 여전

나토 정상회의서 사진촬영하는 각국 정상들[로이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증액을 약속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탈'을 막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유럽 진영으로선 시간을 번 셈이지만 대규모 자금조달과 잠재적 미군 감축에 대비해야 하는 등 더 어려운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이 보도했다.
◇ 국방비 GDP 5%로 늘리려면 2.5배 증액해야
'헤이그 선언'으로 명명된 전날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2035년까지 모든 회원국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5%를 직접 군사비에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GDP의 최대 1.5%를 인프라 투자 등 간접적 안보 비용에 지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인 'GDP의 5%'에 맞췄다.
전통적 국방비에 속하는 직접 군사비가 3.5% 이상인 회원국은 지난해 기준 폴란드(4.12%)뿐이다. 에스토니아(3.43%), 미국(3.38%), 라트비아(3.15%), 그리스(3.08%) 등이 뒤를 잇는다.
18개국은 2%대, 나머지 8개국은 1%대다. 32개국 중 아이슬란드는 군대가 없어 통계에서 제외됐다.
폴란드 등 일부를 제외하면 3.5% 달성을 위해선 대략 1.75배로 증액이 필요하고 간접비를 포함한 전체 5%를 기준으로는 약 2.5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프랑수아 에이스부르크 선임 연구원은 "'GDP의 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공공재정을 갖춘 나라는 독일, 폴란드와 발트 3국, 북유럽 국가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 벨기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가 이런 종류의 공약을 지킬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고 주장했다.
실제 나토 합의 하루만인 26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이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토'가 잇따랐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비공개회의에서 "5%를 합의하는 것은 쉬웠지만 이제 어려운 문제가 남았다.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복수 소식통은 전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도 합의 이행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미 공개적으로 직접 군사비 3.5%가 아닌 2.1%만 지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 시사한 바 있다.
◇ EU 공동차입 이견 여전…美무기에 쏠릴까 걱정도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의 국방비 마련을 돕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EU 27개국 중 22개국이 나토 회원국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의 무기 공동구매 시 EU 예산을 담보로 대출금으로 지원하고, 희망하는 회원국엔 재정준칙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한시적 정책인 데다 결국은 부채를 늘리는 방식이라 모든 회원국이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는 자국의 사례처럼 재정적자 비율이 이미 높은 국가의 경우 EU 재정준칙 예외조항 정책을 활용할 수 없다고 불만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에서도 EU 규정이 국방비 증액을 가로막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U 공동채권(유로본드)을 발행하는 방법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소위 '재정 검소국'들의 반대로 논의만 수개월째다.
EU 전체 공동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방 관련 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EU 공동예산은 7년 주기여서 차기 예산안 회계연도는 2027년에야 시작된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국방비를 대폭 늘리려면 복지 삭감 등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증세도 뒤따를 수 있다.
시중에 풀릴 대규모 자금이 미국산에 더 쏠리는 것도 유럽에선 걱정거리다. 유럽 방산업계는 파편화가 심하고 생산 역량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나토의 합의에 만족하면서도 "이 추가 예산은 관료주의가 아니라 매우 실질적인 군사장비에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장비가 미국에서 생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구한 것이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지난 24일 나토 퍼블릭포럼에서 "어떤 유럽 국가도 홀로 필요한 역량을 구축할 수 없다"며 "유럽 강대국이 (방산의) 뼈대를 제공하고 중소국이 기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집행위는 최근 수년이 걸리던 방산 사업 허가 기간을 60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위 대비태세 옴니버스' 패키지를 내놨다.
EU 정상들은 이날 '재무장' 실현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어달라고 집행위에 추가 요청하기도 했다.
◇ 유럽, 미군 감축 시기에 촉각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집단방위 5조'에 모호하게 답변했다가 전날 자신의 국방비 요구안이 관철된 뒤에야 비로소 "5조를 지지하지 않으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유럽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해온 기저에는 '유럽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유럽 주둔 미군 감축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나토 미국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과 달리 비용 분담(burden-sharing)에 관심이 없다. 비용 이전(burden-shifting)을 원하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나토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점점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도 미국 의존에서 벗어난 '전략적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재무장'엔 시간이 걸리는 데다 러시아의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미군 감축 시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미군 감축 일정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 알면 참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매슈 휘태커 나토 미국 대사는 지난 23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군 감축이 유럽 방위력 강화에 맞춰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군 방어능력의 전력 공백이 없고, 질서 있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대체되고 완료될 수 있도록 유럽, 캐나다 동맹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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